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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즈 Dec 30. 2021

#글쓰기수업후기

내년에도 만나요!


누군가를 만날 때 처음 눈에 들어오는 건 무엇인가요? 마주친 눈? 머리스타일을 비롯한 꾸밈새? 실루엣에서 풍기는 분위기나 인상?

새로 만났다면 다른 정보는 없으니 우선 보이는 면으로 짐작해보고 지레 판단해버리기도 합니다.


혹시 상대의 마음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저는 누군가를 만날 때 그의 반응, 기분, 상황을 살펴보느라 머리와 몸이 바빠지곤 합니다. 더구나 새로운 사람이라면 더욱 촉각을 세우고 상대에 대해 온신경을 쏟게 됩니다. 가끔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해서 혼자 지치기도 합니다. 정도에 차이가 있겠지만 저만 그런건 아니겠지요.


그런 날은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누군가를 쳐다볼  겉모습은 흐릿해지고, 반면 마음의 해상도는 올라갔으면…. 그러면 생각이 눈에  일테니 알아차리느라 힘들이지 않을 텐데….

우연히 떠올린 생각으로 흘려버릴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글쓰기수업에서 글동무들을 만나며 실현 가능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지요.


어쩌다 참여하게 된 글쓰기수업은 이전에 경험했던 강의들과는 퍽 달랐습니다.

그저 내용을 듣고 숙제를 하는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수업에 온 모든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어떤식으로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수업에 보태야 했습니다. 각자의 몫을 맡아서 함께 완성하는 협업 같은 것.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 같은 것이었지요. 처음 만났지만 서로 박자와 속도를 맞춰 나가야 했습니다. 원하기에 따라 과제로 글을 한편 완성해오거나, 그 글을 읽고 화답을 보내며 수업을 꾸며나갔습니다. 뭐가 되었든 얼마쯤은 써야 했습니다. 그러니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자연스레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수업, 줌을 통한 만남이라 얼굴은 화면으로 마주했습니다. 아무래도 모니터로 만났으니 용모나 차림새는 멀게 느껴졌습니다. 먼저 글이 보이고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는 여러 편의 글에 빠져드느라 미처 몰랐지만, 마음이 먼저 보이는 만남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밖으로 드러난 모습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으로 인사하며 가까워진다니, 다시 떠올려도 멋진 일이지요.


더 놀라운 것은 각자의 나이와 하는 일과 관심사가 각양각색이라는 것입니다. 딱 하나 '의왕'이라는 지역에 살거나 인연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겠네요.

글을 통해 소소한 일상을 나누었습니다. 다른 입장이 되어보고 못해본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가족이나 친구와는 또 다른 공감대를 만들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합니다.


아쉽게도 수업에는 종강이 있었고 올해도 며칠 후면 지나가지만

다행히 마음과 마음으로 만난 인연은 내년에도 그 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모임의 이름을 지었고, 여전히 카톡 단체방으로 싱싱하고 반가운 소식, 좋은 글과 말을 나누고 있으니까요.


글로 만난 벗, 글동무님들과 내년에는 무엇을 하게 될까요? 모임은 어떤 식으로 이어가게 될까요?

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소개하고 감흥을 나누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좋아하는 책이나 시에 대해, 기억에 남는 여행장소에 대해, 가장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고르면서 함께 풍성해지는 날들을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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