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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춘 Feb 03. 2022

생각의 빈곤, 그리고 글 쓰는 이유

글 쓰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

브런치 계정을 만들고 작가 신청을 했지만 글 쓰는 삶은 아직 요원합니다. 글쓰기를 가로막는 가장  장애물은 “생각의 빈곤 의식하는 일입니다. 문장이 엉망이라면 문장력을 길러 다듬으면 되겠지만 엉망인 문장에라도 도달하지 못하고 손이 굳어버리는  “내가 적는 글이, 거기에 담긴 생각이 가치 있는가?”라는 의문이 먼저 들기 때문입니다.


제가 글 쓰는 삶을 만들기 위해 꾸역꾸역 노력하는 건, 쓰지 않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매일 다양한 생각들을 떠올리고, 생각들에 사로잡히고, 다시 망각하며 살아가지만 그 생각들은 다시 무로 돌아갑니다. 1년 전의 나와 10년 전의 나는 분명 존재했었지만 그 존재는 온데간데없습니다. 지금의 나는 1년 전의 나도 아니고 10년 전의 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학생 시절 다들 일기 쓰기 숙제를 하고 더러 그 일기들을 잘 보관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부모님께서 보관해두셨던 어린 시절의 일기를 갖고 있는데 서너 줄의 짧고 간단한 문장일지언정 그곳엔 어린 시절의 내가 있습니다. 일기를 적는 건, 쉽고 사소한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시간을 가두는 효과적이고 강력한 방법입니다.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2022년 2월 3일 저녁의 쌍문역 스타벅스에서 저는 회사에서 받은 미르 텀블러에 오늘의 커피를 받아 식물성 패티로 만든 함박스테이크 간편식을 같이 주문해 먹었습니다. 이 시절의 저는 어설픈 채식주의에 관심을 갖고 있고 작게나마 환경을 생각하는 행동을 하나 했습니다. 다시 시간이 흐르면 저는 다시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 텐데 그땐 또 지금과는 판이한 관심사와 취향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글쓰기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생각의 깊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을 생각들로 가득 채워도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은 좀처럼 틀을 갖추지 못하고 손아귀에서 빠져나갑니다. 우리들은 작업 기억을 갖고 있다는데 마치 저글링을 하며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공의 개수에 제한이 있듯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생각에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저는 소프트웨어를 작성하는 일을 하는데 한 번에 프로그램 전체를 생각하며 일할 수 없습니다. 프로그램을 작은 단위로 쪼개고 다시 더 작은 단위로 나누어 한번에 다룰 수 있는 크기로 작업합니다. 지금 적는 짧은 토막글만 생각하더라도 저는 머릿속에서 이 모든 내용을 한 번에 구성해 써내지 못합니다. 제가 다루는 건 단어와 문장들 그리고 문단들인데 그때마다 집중하는 부분이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을 지면에 옮기고 다른 생각을 떠올리고 다시 지면에 옮겨야 합니다.


“생각의 빈곤”을 의식하는 건 글쓰기를 가로막고, 그에 좌절하여 글을 적지 않는다면 “생각”은 더욱 빈곤해집니다. 빠져나올 수 없는 악순환이죠. 그러니까 여러분, 우리 글을 써내려 갑시다. 대단치 않은 생각이어도 좋습니다. 그저 본인의 내밀한 기분을 한 두줄 적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적어도 미래의 “나”에겐 의미 있는 글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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