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香百里 人香萬里
일요일 이른 아침 공원 산책로...
전날 내린 단비로 공원에 가득찬 수분이 어우려져 풀내음이 한층 더 강하게 코 끝을 찌르는 아침.
모든 잡념을 잠시 내려 놓고 나무 숲 사이 길을 여유로이 걸을 수 있는 이 시간의 행복.
꽃은 향기로 말한다. 봄꽃은 진한 향기를 폴폴 내뿜으며 벌과 나비와 상춘객을 유혹한다. 향기의 매력은 퍼짐에 있다. 향기로운 꽃 내음은 바람에 실려 백 리까지 퍼져 나간다. 그래서 화향백리花香百里라 한다.
다만 꽃향기가 아무리 진하다고 한들 그윽한 사람 향기에 비할 순 없다. 깊이 있는 사람은 묵직한 향기를 남긴다. 가까이 있을 때는 모른다. 향기의 주인이 곁을 떠날 즈음 그 사람만의 향기, 인향人香이 밀려온다. 사람 향기는 그리움과 같아서 만 리를 가고도 남는다. 그래서 인향만리人香萬里라 한다.
-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