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밍키온니 May 16. 2023

네덜란드에도 친정집이 생겼다

하우스보트(huisboot)에 가본 적 있니?

네덜란드인들은 대부분 친절한 편이지만 집으로 타인을 기꺼이 초대하는 문화는 없다고 들었다.

그런 점을 전혀 몰랐지만 이상하게 마라이카의 집초대를 나는 즉각적으로 받아들였다.

사람에 대한 예민한 후각 작동장치가 긍정적으로 반응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여름날의 네덜란드 라이덴(Leiden)

단지 몇 달간 호텔 생활을 해야 하는 타국에서 온 이방인 아이들이 집이 얼마나 그리울지 어머니의 마음으로 예측했던 것 같다. 어머니의 나이쯤 되면 누구나 염려할 수 있는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처음 보는 이에게 주저 없이 제안하기란 쉽지 않을 터였을 거다.

마라이카는 30년 가까운 비행경력을 가진 시니어였으며 이혼 후 홀로 두 아들을 양육하고 있는

씩씩한 아주머니였고 미국에서 공부한 탓에 더치이기보다는 미국인의 마인드와 가까웠다.

첫 비행의 여독이 사라지기도 전에 함께 비행했던 한국인크루 J와 서둘러 꽃 한 다발을 사서 마라이카가

살고 있는 라이덴(Leiden)이라는 아름답고도 아기자기한 도시로 갔다.

16세이지만 194cm의 장신인 아들 세비Seve와 역 앞으로 픽업 와서는 하루반나절동안 라이덴과

대한민국 대사관이 있는 덴하그 주변 곳곳을 구경시켜 주었다.

점심식사를 위해 그들의 집으로 이동하였는데 본아크(woonark)라는 물 위에 있는 항해할 수 없도록

설계된 곳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이것은 네덜란드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거 형태인 하우스보트(Huisboot)라 강 위에 있는 집이기에

강이 보이는 뷰에 앉아 식사를 할 때 보트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인사를 해준다.

해가 좋은 낮시간 동안 집뒤편 강가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과 수다의 장을 이룰 때면 아들 세비가 더위를

피하고자 강가로 다이빙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도 그 순간순간들을 상상할 때면 너무도 평화롭고

행복했던 선한 꿈같은 기억들이다.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마라이카와 세비, 집 뒤편 강가 테라스에서의 행복한 오후 시간
집 앞뜰에서의 여유로운 광합성 놀이

마라이카 집을 방문하는 동안 생활 속에 숨어있는 네덜란드인의 삶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는데

상업인의 나라답게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으로 검소하면서도  또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집안 대부분의 가구들은 그의 조부모님에게 또는

부모님의 것을 물려받아 쓴다고 했으며 의자의 경우 쉽게 해질 수 있는 쿠션 정도만 교체해 잘 유지해

사용함으로 100년도 더 넘는 연식을 자랑했고 그녀의 오랜 비행경력답게 회사에서 가끔 벼룩시장에 내놓는

기내 카트나 컨테이너박스 같은 것들 또한 집안의 수납용도로 쓰고 있었다.

유행에 민감해 시즌에 따라 새로운 물건 들이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무조건적으로 필요하며 배울 좋은 점이었다.

기내에서 사용했었던 카트 활용방법, 더치스타일의 함께 자전거타기

태어나면서부터 자전거 타는 것이 익숙한 더치답게 세비는 본인의 자전거 앞에 나를 태워줬는데

흔히 알고 있는 성인자전거에 어린이가 앉을 수 있는 작은 안장에 앉는 것이 아니라 핸들 뒤에

연결된 프레임에 살짝 걸터앉는 것인데 겁이 많은 나조차도 안정된 자세로

더치스럽게 즐길 수 있었던 너무나 신나는 경험이었다.

플레이팅으로 고급져진 한식(김치볶음밥,라면), 하나도 남김 없이 맛있게 끝

그러한 감사하고 특별한 인연으로 두 번째 방문에서 J와 나는 한국에서 가져왔었던 라면, 김치, 햇반으로

한국음식을 요리해 주었고 세비가 너무나 맛있게 잘 먹어주어 내심 신기하고도 뿌듯했었다.

싱글맘인 어머니를 대신해 갖은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줄곧 우등생을 놓치지 않는다는 세비는

만나는 내내 웃음 가득하고 친절하기 그지없는 착한 아들이었는데

그것이 나눔을 몸소 실천하는 엄마로부터의 자연스러운 배움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와 세비가 잘 지내는 모습을 바라보는 마라이카의 흐뭇한 눈빛을 통해 마라이카의 우리와 나누고

싶은 따뜻한 마음과 더불어 아들 세비에게 자연스레 다양성을 받아들이게 함으로 다른 문화를 가진

우리와 친밀도를 가질 기회를 선사해 주면서 그저

그에게 새로운 친구들을 소개해주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깊은 마음까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덕분에 라이덴이란 도시를 3번이나 방문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기회를 만들 테지만

네덜란드라는 나라를 더욱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됨에 일조한 마라이카와 그의 가족들,

언제라도 오고 싶을 때면 주저 없이 누구와라도 환영한다고 이야기해 주는 참 고마운 사람,

네덜란드에도 친정집이 생긴 것 같아 참 감사했으며 이 귀중한 인연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았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마라이카와 그의 가족들이 한국에 오는 날이 온다면

나도 주저 없이 크게 선한 복수를 하고 싶다.


그래서 곧 브런치에도 마라이카와 세비의 행복한 한국방문기를 써내려 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도치맘 아니고 ‘더치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