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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키온니 Oct 12. 2023

내 꿈은 이효리(언니) 1

입사 후 가장 원했던 한 가지

수식어도 필요 없다는 탑스타 중의 탑스타 이효리, 내가 중학교를 다니던 그 시절에 데뷔를 해서 아직까지도 식을 줄 모르는 인기의 소유자이거니와 자연스레 나이 들어감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가끔은 맨얼굴에 메이크업한 점 없는 건강한 얼굴과 정신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는 멋지고 멋진 이효리 언니. 사실 나는 처음부터 이효리 언니의 팬은 아니었다. 3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나이가 어린 아이돌급 스타보다는 나보다 연령대가 높지만 아름답게 익어가는 중년의 연예인들에 대한 선망의 시선이 꽂히기 시작했다.

예쁜 외모와 여전히 날씬한 몸매의 외적인 꾸준함도 너무나 닮고 싶은 부분이었지만 그보다 이효리언니에게 더 멋졌던 것은 어느샌가 능력 있는 여성의 표본으로 일컬어진다는 사실이었다. 결혼 후 드러나는 안정감이 더욱더 그녀를 빛나게 하는 것 같았고 언제부턴가 그녀는 닮고 싶은 나의 롤모델이 되었다.


결혼을 결심하면서 상대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스스로를 더욱더 성장시켜 나가 가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본래 하고 싶은 것은 다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의 소유자이기에 내 배우자가 될 사람은 무엇보다도 나의 이 자유분방한 면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것을 스스로 진즉에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배우자에게 그럴 수 있는 사람이기를 작은 것이라도 온전히 베풀 수 있는 멋진 능력 있는 배우자이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오랜 기다림의 끝에 KLM네덜란드항공에 입사를 하게 되어서 가장 좋았고 기대되었던 것은 가족에게 여행이라는 즐거움을 조금은 쉽게 선물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 게다가 입사를 기다리는 동안 나에게는 세상 가장 친한 베프인 남편이 생겼다. 세상 좋은 곳들을 늘 혼자 보며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꼭 오리라 다짐했던 소망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남편 is on board

남편과 나는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그 주제는 한 가지에 국한되지 않아 어쩌다 보면 날을 까맣게 세워가면서 토론의 장을 펼치는 일이 종종 있을 정도이다. 그렇게 말 많은 우리지만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한 줄의 문장만 내뱉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다툼이 있을 때나 어떤 심각한 상황이 닥쳐 있는 경우이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는 많은 설명과 이야기보다는 해결점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도울 수 있는 게 없다면 상대를 믿고 기다리는 게 맞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길지 않은 근무계약기간 때문에 어서 남편을 네덜란드로 데리고 오고 싶었던 나는 입사 1년이 다되어 가는 시점 아주 가끔씩 "남편을 데리고 유럽여행을 가게 된다면 정말 여한이 없을 거 같아"라고 이야기하며 남편의 얼굴을 살피곤 했다. 나와 다르게 길게 휴가를 쓸 수 없는 한국 일반 직장인의 삶이란 걸 알기에 무턱대고 조를 수 없는 상황, 그러나 이렇게 한마디 해두면 나름의 방법을 찾아 수일 내 해결방안을 알려주는 그이란 걸 알았기에 기다려 보았다. 그러던 중 어느 황금연휴기간이 시작되는 날, 내 간절한 마음을 알고 있던 남편은 휴일에도 출근해 부지런히 미리 해야 하는 업무들을 당겨 처리해 놓고 연휴기간보다 훨씬 먼저 쉴 수 있게 수를 써두었다.


처음 계획은 내가 운항하는 항공기에 남편을 승객으로 태워갈 예정이었지만 나의 근무일자보다 하루 더 일찍 쉬는 그의 입장에서 하루도 낭비시킬 수 없었기에 할 수 있다면 하루라도 먼저 보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유럽국가로의 여행은 처음이었던 그에게 네덜란드만 찍고 오는 유럽 여행 스케줄은 너무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의 첫 유럽여행지는 파리, 한국인이 사랑하는 여행지는 프랑스냐 이태리냐 스페인이냐 그 우열을 가릴 수 없지만 프랑스 파리를 택한 이유는 단연코 친구가 거주하고 있는 도시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나와 남편의 인연을 연결해 준 남편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나의 고교시절 친구였던 M이 있는 곳이 파리였기에 오히려 선택은 쉬었다.


직원티켓은 본티켓의 10~50프로 할인된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크나큰 장점이 있지만 자본주의사회에 맞게 풀페이 승객이 몰려올 경우 두말없이 최악의 상황인 오프로드(튕기기)는 물론 일반자리가 없을 경우 열 시간 이상의 크루점프싯(승무원자리)의 직각의 불편함마저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이 모든 것을 남편에게 숙지시키고 혹여나 튕길 수도 있을 상황에 대비하여 공항으로 따라가 남편을 배웅해 주었다. 오프로드되는 대로 한국에서의 계획도 세웠고 사전에 확인한 자릿수도 넉넉했기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늘 그렇듯 변수에 대비하여 공항으로 함께 향했던 것이다. 다행스레 한 번에 오케이, 별일 없이 탑승완료한 그를 보내고 안심한 나는 집으로 돌아온 후 신나는 그의 여행을 기원하며 두 발 뻗고 숙면을 취했다.


보통 우리는 서로가 바쁜 상황이 되면 알아서 연락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인데 무엇보다 1박 2일의 짧은 파리 여행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고 차후에 풀어놓아도 될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을 궁금해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보고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리고 나 역시 출근을 해야 했기에 아주 간단한 생사에 관한 연락? 만 주고받은 채 걱정과 염려는 내려두었다.


_무엇보다 인천-암스트레담의 탑승을 무사히 했으면 다된 거라 생각했고 무엇이든 알아서 잘 해내갈 남편이란 걸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꿈은 이효리 2에서 계속...>

직원남편티켓의 행복(좌)/KLM항공은 직원의 가족을 알뜰살뜰 챙겨주는 아주 좋은 문화가 있다. 혼자 탑승했지만 비지니스승객에게 주는 선물도 받고 잘 도착했다는 남편의 인증샷(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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