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천국일까?

사이판에서 2달 살기

by Judy

2020.02.16 일요일



또 한번 좌절된 그루토 스노쿨링

근무가 없는 평화로운 일요일,

그럼에도 우리는 아침 8시부터 기상해 부랴부랴 조식을 먹고 수영복까지 갈아입었다.

전날 바람으로 인해 예약이 미뤄진 그루토 스노쿨링을 위해서다.


하지만 준비를 마칠 무렵, 그제서야 업체로부터 스노쿨링이 다시 한번 취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루토 스노쿨링... 언젠가는 할 수 있겠지?'


또 한 번 망연자실한 우리는 방에 둘러앉아 일요일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어제 다녀온 북부/남부투어를 함께하지 못한 친구가 있어 북부를 한 번 더 다녀오기로 했다.


SUMMER의 사이판 첫 운전

이번엔 사이판으로 떠나기 전 한국에서 급하게 운전연수를 받은 SUMMER가 운전을 하기로 했다.

사이판에서 그녀의 첫 운전이 시작된 것이다.


참, 이곳에 함께 오게 된 나의 동기들 중 운전면허가 없는 사람은 나뿐이다.

그래서 그들이 종종 나누는 운전 관련 대화에 나는 전혀 끼지 못한다.

언젠간 면허를 따야지 생각만 하고 필요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곳에 와서 면허가 없는 게 처음으로 아쉬웠다.



가라판으로 가는 길

평화로운 일요일 오전 10시,

우리 5명은 첫 운전이라는 조금은 떨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만세절벽으로 향했다.


그녀의 첫 운전을 기념해 영상을 찍어두었다.

이곳은 월드리조트에서 가라판 시내로 가는 길목인데, 2달동안 가장 자주 지나치게될 곳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매일 봐도 질리지가 않는 평화로운 풍경.




역시나 북부는 바람이 많이 불었다.

만세절벽과 새섬은 이미 첫째 주 토요일에 왔던 곳이지만,

오늘 보니 바다는 또 새로운 빛을 띠고 있었다.

사이판은 정말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다양한 바다의 색을 볼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만세절벽의 신비로운 푸른빛



절벽과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가 신비로운 하늘빛을 띄었다.

그 색이 너무 아름다워 처음 오는 사람은 물론 이미 왔던 사람들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만세절벽은 마음이 답답할 때 종종 오고 싶은 곳이다.

말 그대로 가슴이 뻥 뚫리는 것만 같은 시원한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풍경이 여기에만 있다는 건 아쉬운 일이다.

사이판에서는 마음이 답답할 일이 별로 없는데, 한국에서 그런 마음이 들 때 곧바로 이곳에 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럴 때마다 여기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사이판이 더 그리워지겠지만.

새섬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새섬 비치


그다음으로 도착한 새섬 전망대도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이다.

다른 비치들은 파스텔톤의 에메랄드빛을 띠는데 이곳은 투명한 옥빛이라고 해야 하나?

이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바다 색이 다르다!


많은 새들의 서식지라고 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새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해 질 녘쯤 새섬으로 돌아오는 새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언젠간 노을 질 때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이곳이 천국일까?

2시간 정도 북부를 돌고 난 뒤 가보고 싶었던 파우파우 비치로 향했다.

생각해보니 제대로 된 바다 수영은 여기가 처음인 것 같다.

파우파우 비치의 첫인상은 현지인들의 바베큐 핫플레이스.

차에서 내리자마자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주차장을 지나 바다로 들어가니 너무나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파우파우 비치



아주 밝은 형광빛을 띠는 하늘색의 바다와 푸릇푸릇 녹색 풀들이 함께 담기는 곳,

정말 꿈꿔왔던 외국의 휴양지 같은 모습이었다.


한적하고 아기자기한 게 이곳이 천국이 아닐까? 싶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대부분의 사이판 비치가 그렇지만 모래사장 면적이 많이 좁다는 것.

자리를 펴고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었다.

덕분인지, 우리는 모래사장에 한 번 앉지도 않고 2시간 내내 물 안에서 놀았다.


처음 도착하자마자 몇몇은 화장실에 갔고,

나와 JUSITN은 그들을 기다리며 점프샷을 찍었다.


행복함과 신남이 그대로 묻어나는 점프샷



신나게 사진을 찍고 물에 들어갔다.

수온은 다른 비치보다 살짝 차가웠는데 해가 뜨거워서 차가운 물이 반갑게만 느껴졌다!

물고기는 그렇게 많진 않지만 조금 깊이 들어가니 산호초가 있는 가운데 쪽에는 꽤나 모여있었다.


파우파우 비치가 정말 특이했던 것은

해삼인지 개불인지 모를 검은 것들이 바닥에 깔려있다.

왼쪽 켄싱턴리조트쪽으로 갈수록 개불 지뢰밭이다.

정말 밟고 싶지 않아서 땅에 발이 닿지 않도록 미친 듯이 수영했다.

스노쿨링 마스크가 없는 동기들은 이따금 개불을 밟기도 했다.


우리는 SUMMER가 가져온 하트 튜브에 둥둥 떠다니기도 했고,

돌아가면서 한 명씩 물에 던져져 빠지기도 했다.

얼마나 높이 던지는지 물에 빠지면서 스노쿨 마스크가 벗겨져 물을 왕창 먹었다.

이들은 파우파우 비치 물이 다른 곳보다 유독 짜다고 했지만 나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리고 비치 왼편으로 가다 보면 켄싱턴 리조트 앞의 놀이기구가 있는데 그곳을 이용하려고 힘들게 헤엄쳐 갔으나 결국 이용하지 못했다.

(투숙객만 이용 가능)


그렇게 다 큰 성인 5명이 한 번도 물 밖으로 나오지 않고 2시간을 바닷속에서 보냈다.

수영을 하면서 경치를 둘러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사이판이구나'

'여기 참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구나'

이곳에 온 사실이 문득 실감 나면서 행복이 밀려왔다.




American pizza & grill


열심히 수영을 하고 숙소에 들러 샤워를 한 우리는 4시쯤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가라판으로 갔다.

American pizza & grill 이라는 곳에서 갈릭피자와 콤비네이션 피자를 반반 주문했다.

맛도 사이판 치고 이 정도면 훌륭했고, 4명이서 Large 사이즈 피자 한 판으로 충분했으니 가격도 저렴했다. 무엇보다 분위기가 90년대 남부의 정겨운 피자가게 느낌이 물씬 나서 좋았다.


만족스러운 식사 후엔 역시나 후식이 빠질 수 없다.지난번 길가다 보았던 카페에 들렀는데,

사이판에 이런 곳이? 싶은 분위기는 정말 인스타스러운 카페였으나 라떼맛이...

후 라떼 먹으러 다시는 방문하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역시 사이판에서는 맛있는 라떼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인 것 같다.


보고도 믿기지 않았던 아름다운 노을. 곧 천사가 내려올 것만 같다!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담아본 노을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매번 가라판으로 나갈 때마다 마주치는 예쁜 서쪽 바다에 멈춰 서서 석양을 보았다.

예쁜 노을을 발견했을 때 멈춰서 구경할 수 있는 이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좋았다.


무엇보다 이 곳에서는 이런 영화에서 나올 것만 같은 비현실적이 노을이 매일은 아니여도 일상이 된다.


코로나 때문인진 몰라도 사이판 비치는 그동안 가보았던 동남아나 유럽 비치와는 느낌이 아주 다르다.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한적하고, 매우 평화롭다.

바다의 색과 맑기는 더 말할 것도 없이 깨끗하다.


이 한적하고 여유로운 느낌은 비단 사이판 풍경때문만은 아닐 것 같다.

다른 여행지에 방문할 때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조급한 마음이 있었는데,

2 달이라는 긴 시간과 관광이 아닌 생활이 된 이곳에서의 여유로운 마음이 한 몫했을 것이다.


아마도 세월이 흘러 지금 이 시간들을 추억할 때는

사이판의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로울 수 있었던 지금 내 상황과 처지를 그리워하겠지.

그때를 생각하며 더 열심히 놀아야겠다.

더 마음껏 자유를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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