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에서 2달 살아보기
2020.02.15 토요일
사이판에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단 2달,
길다고 하면 길수도, 짧다고 하면 짧을 수도 있는 시간이다.
그 중에서도 일하는 평일을 빼고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주말은 딱 8번뿐이다.
오늘은 그 8번의 주말 중 2번째 주말 기록이다.
8번 중 2번째라고 하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것 같지만
내게 주어진 주말의 시간만 생각해볼땐 벌써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사이판에서 할 수 있는 관광과 즐길거리는 아래 몇가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1. 마나가하섬 투어 (파라세일링, 스노쿨링, 호핑투어, 씨워커)
2. 로타/티니안섬 투어 (1번과 비슷)
3. 그루토 스노쿨링/스쿠버다이빙/프리다이빙
4. 북부투어 (만세절벽, 자살절벽, 새섬)
5. 남부투어 (레더비치, 오비안비치)
6. ATV (정글, 남부, 타포차우산)
7. 별빛투어
우리는 첫째 주에 이미 마나가하섬 투어와 북부/남부투어, ATV까지 경험했으니
이번주에는 그루토 스노쿨링을 예약했다.
그루토는 동굴이고, 스노쿨링을 비롯한 각종 액티비티를 할 수 있다.
꽤나 위험하기 때문에 날씨 영향을 많이 받고, 바람이 많은 날은 정부에서 액태비티를 금지한다고 한다.
역시 사이판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리의 기존 일정은 토요일 오전이었는데 날씨로 인해 취소되고 오후로 미뤄지더니,
또 한번 일요일 오전으로 미뤄졌고, 그마저도 결국 취소가 되었다.
토요일을 이렇게 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어디든 가볼까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바람이 세고 구름이 많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월드 리조트 앞바다와 워터파크에서 여유롭게 놀기로 했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어슬렁 어슬렁 리조트 앞 비치로 나갔다.
리조트 앞 바다에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놀이시설이 있었고,
아이는 없지만 우린 어른들끼리 신나게 놀았다.
미끄럼틀에서 떨어지면 꽤 깊은 바다에 빠지게 되는데 생각보다 스릴 넘쳤고,
물고기는 별로 없었지만 물이 많이 차갑지 않아 놀기 좋았다.
한시간 가량 신나게 놀고 1시부터는 패들보트를 빌렸다.
리조트 내에서 무료로 빌릴 수 있다고 하니 안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쉽게 생각한 건 큰 오산이었다.
살 밖에 없는 내 팔로는 패들을 제대로 젓는 것도 힘들었다.
바람도 세서 내 의지와 아무 상관 없이 자꾸 파도가 이끄는 방향으로만 움직였다.
넘어져서 무릎도 조금 까졌다.
2시부터 윈드서핑도 배울 수 있었는데 이미 체력이 방전되서 포기하고 워터파크로 들어갔다.
슬라이드를 타려고 했으나 눈 앞에 보이는 월드 리조트의 명물이라는 회오리감자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결국 인당 1개씩 치즈맛/어니언맛/칠리맛을 시켜 사이 좋게 먹었다.
가격은 5불이었는데 사이판 와서 먹은 것 중 두번째로 맛있었다며 먹는 내내 회오리 감자 발명한 분을 찬양했다. (금요일에 먹은 돼지네 한식이 첫번째, 회오리 감자가 두번째!)
물놀이를 끝내고 방에 들어와서는 저녁에 별빛투어를 가자고 약속한 뒤 잠에 들었다.
버틸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잠에서 깨려니 일어나기가 무척 힘들었다.
겨우 일어나 천근만근인 몸을 이끌고 별빛투어 가는 차에 몸을 실었다.
깜깜한 차 안에서 도착할때까지 비몽사몽대다가 거의 도착해갈 때쯤 창문을 열었는데,
잠이 번쩍 깼다...!
구름 낀 하늘이라 크게 기대 안했는데 우리의 예상과는 반대로 별들이 쏟아질 것처럼 촘촘했다.
자살 절벽은 해가 지고 나면 빛이 하나도 없는 칠흑같은 곳인데,
낮에 보는 모습과 밤에 보는 모습이 아주 다르다.
낮에 보는 풍경은 정말 아름답고 평화로운데 실제로는 2차 세계대전의 아픔이 있는 곳이다.
미군에 투항하는 것이 조국에 대한 배반이라고 여긴 일본 군인들이 차례로 몸을 던진 곳이라 해서 자살 절벽(Suicide Cliff)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우리 5명은 잔디에 타월을 깔고 나란히 누웠다.
별이 정말 많았다.
별자리 어플도 깔아보고, 카메라로 사진도 찍었다.
역시나 눈으로 보는 것만큼 아름다운 건 없었다.
내몽고에서도 제주도에서도 못 봤는데, 내 인생 가장 많은 별을 본 밤이었다.
물론 모든 과정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한 시간이 채 안되었을 때, 또 다시 구름이 몰려왔고 별들은 흐리게 보였다.
워낙 바람이 잦은 사이판이지만, 북부쪽은 정말이지 상상 이상으로 바람이 세다.
점차 머리가 아파오고 추워져서 다음을 기약하며 숙소로 돌아오...려고 했으나
라임소주를 먹고자 하는 불굴의 의지로 숙소 앞 ZOETEN 마트로 들어갔다.
마트에서 라임즙을 사서 최종 목적지였던 줌치킨으로 향했다.
치킨도 라임소주도 못 먹는 나는 오징어튀김과 환타를 먹었고 나머지는 바람대로 라임소주와 치킨을 뜯었다.
하지만 느끼한 오징어튀김 덕분에 숙소와서 컵라면을 뚝딱 해치우고, 결국 위장통증에 시달렸다.
치킨도 소주도 안 먹은 나만 아픈 게 몹시 억울하지만 어쩌겠나, 위가 약한 내 탓인걸...!
수영도 하고 별도 감상하고,
그루토는 못 갔지만 나름대로 알차게 보낸 토요일이였다.
앞으로의 주말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