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수민 라이트랩 Apr 26. 2024

'경험을 파는' 공간 비즈니스 다음에 올 새로운 키워드

웰니스의 관점에서 본 공간비즈니스의 미래와 가능성


경험을 판매하는 공간비즈니스 다음은 무엇이 될까? 여전히 '경험은 판다'라는 개념조차 누군가에게는 앞서나간다 느껴지겠지만, 앞에서 리드하는 사람들은 벌써 그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어제는 서대문의 원앙아리에 다녀왔다. 한이경 대표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님의 소개로 연이 닿았고, 드디어 오픈하우스를 통해 만나 뵙게 되었다. 2021년 출간된 대표님의 첫 책 <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은 너무나 관심분야였기에 진작에 읽었다. 호텔이라는 공간은 공간 비즈니스에서 가장 앞서가는 분야이며 가장 치밀하게 설계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호텔은 공간의 구성, 사용성과 심미성, 접객과 서비스, 시스템과 운영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전문가들이 팀을 구성하고 건물과 공간 전체를 높은 수준으로 계획하고 오랜 시간 다듬고 다듬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조명은 말할 것도 없다. 나 역시 공간의 사용자를 배려한 빛에 대해 이야기할 때 호텔을 자주 예시로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대표님이 작년 말 두 번째 책을 내셨다. 제목은 <웰니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었다. 전작이 지금 이 시대의 호텔과 경험에 기반한 공간비즈니스를 이야기한다면, 두 번째 책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방향점은 내가 상상한 것을 뛰어넘는 무엇이 있었다. 



한이경 대표님은 앞으로 다가올 공간 비즈니스의 주요 키워드는 '웰니스'라 말한다. 대표님은 웰니스의 정의를 '내가 나로 돌아가는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그 가치는 호텔 방의 크기나 디자인 등에서 얻게 되는 경험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에 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숙박업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매뉴얼과 시스템이 아니라 '진심'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우리는 여행을 왜 갈까? 물론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좋아하는 것들을 보고 먹고 즐기려고'가 하나의 이유라면, 최근에 활발해지고 있는 또 다른 여행의 목적은 '나를 찾기 위해서'이다. 반복되고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과 자신이 속한 환경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결국 돌아왔을 때 나의 몸과 마음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의 여행이다. 복잡한 세상에서의 럭셔리를 '비움'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나를 찾기 위해 누군가는 자연 깊숙이 들어가고 누군가는 명상을 하고 누군가는 호흡을 하고 누군가는 요가와 같이 몸을 움직인다. 외부의 자극과 넘쳐나는 정보가 많은 세상에서 이러한 시간은 너무나 귀해졌다. 그리고 앞으로 더 귀해질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러한 방향은 기, 영성 등 유사과학이나 대체의학, 심지어 미신이라고 불리는 곳과 닿기도 한다. 이전에 종교가 해왔던 역할을 대체할 무엇인가를 찾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이 나에게 어려운 지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다가올 미래에 그러한 분야의 어떤 부분들은 과학적 근거가 밝혀질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존재할 것이다. 태양을 신으로 여기고 그 빛에 대한 영험함과 신성성을 믿었던 과거 사람들의 생각은 잘못되었을지 몰라도, 그들이 태양빛의 효능을 느낀 어떤 사례들은 실제 의미가 있기도 하다. 태양빛이 우리 몸과 생체리듬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은 또 빛으로 이어졌다. 그러면 나를 찾는 경험과 시간에는 어떤 빛이 필요할까? 화려하고 고급스럽고 멋진 경험은 공간이 메시지를 가져야 한다. '공간이 주고자' 하는 것을 강조한 계획과 그에 따른 빛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나를 찾은 시간이자 공간이라면, 주변 환경이 주는 자극의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화려한 공간과 주변 경관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내 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명상과 수련을 찍은 사진들이 왜 직사광이 비추는 반짝거리는 자연이 아니라, 안개가 끼거나 흐릿하고 차분한 천공광이 배경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어제 모임의 핵심 키워드는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 고급스러운 공간과 경험에는 하드웨어와 매뉴얼이 중요하다. 하지만 진정한 웰니스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진심'이 중요하다. 어제 제주도에서 오신 한 분은 20년 전 매우 힘든 일로 제주도에 내려가셨다 한다. 그곳에서 매일 걸으며 자신을 찾으셨고 그것이 너무 좋았다 말씀하시는데 그 눈빛과 목소리가 너무나도 선하고 나긋한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이 경험했던 것이 필요한 다른 분들께 '안내자'가 되어 주고 싶어 조그맣게 여행 프로그램을 하나 만드셨다 하셨다. 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기업들은 너도나도 웰니스를 추구하려 할 것이다. 그것이 각박한 세상의 다가올 키워드이기도 하고, 하드웨어의 틀에서 벗어나 좀 더 높은 값을 매길 수 있는 상품의 수단으로 더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기업이 그러한 '진심'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진심이 있다면 새로운 누군가에게 기회가 갈 수 있는 시장이 생긴다는 것에 어떠한 희망을 본 어제저녁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빛이 외로움을 덜어줄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