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수민 라이트랩 Nov 06. 2023

빛으로 만드는 공간의 아웃포커싱

원하는 대상에 집중하는 공간을 만드는 방법

 

이제는 해가 지나도 큰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워진 스마트폰 시장에서, 카메라 성능의 변화는 기업이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화질과 저조도 촬영, 손떨림방지 같은 기능들과 함께 중요하게 자리잡은 기능은 ’인물모드‘로도 불리는 ‘아웃포커싱’ 모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웃포커싱은 DSLR과 같은 고급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해야 가능했던 기법이었다. 아웃포커싱은 조리개를 열어 카메라가 담는 장면에서 주요하게 보여지고자 하는 일부 대상을 제외하고 배경 등 다른 부분의 초점을 흐리도록 만든는, 소위 ‘배경을 날리는’ 방식이다. 아웃포커싱은 장면 안에 있는 수많은 요소들 중에 보여지고자 하는 주체와 배경을 구분해주며 이미지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원하는 대상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준다. 대상을 바라보는 인상적인 순간의 느낌을, 혹은 대상에 온전히 집중하는 순간의 시각적 경험을 아웃포커싱이라는 기법이 재현해준다.



아웃포커싱은 주변에게 가는 시선을 줄여 의도한 대상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아웃포커싱과 같은 현상은 사진이나 스크린 안의 이미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눈으로 하는 시각활동 가운데에도 이러한 과정은 일어난다. 동공이 커지고 시야의 주변 환경에 대한 인지는 급격히 줄어들며  집중하고 있는 대상만을 더 크고 정확하고 자세히 볼 수 있게 된다. 오랫동안 갖고 싶었던 물건을 드디어 실제로 마주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눈 앞에서 바라볼 때, 스마트폰으로 재미있는 영상을 볼 때 등등. 주변은 보이지 않고 오직 대상에 집중하게 되는 몰입의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시각적 몰입은 공간의 설계를 통해 의도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작품에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어두운 박물관에서, 벽과 바닥은 어두운 무광의 재질로 덮고 스크린만 밝게 빛나도록 만든 영화관에서, 낮은 팬던트 조명만이 테이블 위를 비추고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우리는 빛을 통해 주변에 가는 시선과 인지를 최소화하고 오직 눈앞의 주체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된다.



우리는 빛을 통해 주변에 가는 시선과 인지를 최소화하고
오직 눈앞의 주체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된다.



 앞서 예를 들었던 것처럼 빛은 주변 환경에 쓰이는 인지를 최소화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요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주요 요소다. 사진의 아웃포커싱은 말 그대로 포커싱, 즉 초점으로 집중이라는 경험을 만들어낸다면, 우리가 머무르는 공간에서는 빛이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주체와 배경간의 빛의 대비를 줌으로써 공간의 아웃포커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때 주체와 배경의 조도대비는 적게는 3:1 많게는 10:1까지 차이를 내기도 한다. 대비가 적으면 집중의 효과가 줄어들고 대비가 높으면 눈부심과 피로가 생길 수 있다.


 학생시절 집중하겠다고 어두컴컴한 방에 책상 스탠드만 켜 놓은 책상에서 공부를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공부를 하고 있다보면 부모님이 와서 눈나빠진다며 한소리 하시기도 했다. 그럼 무엇이 정답일까? 어두운 방 스탠드 조명만 켜 놓는 것은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 방의 다른 곳에 시선이 분산되는 것을 막고 책상 위에만 집중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하비만 이러한 빛은 과도한 대비를 만든다. 과도한 대비가 시력을 나빠지게 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다만 높은 피로가 누적되면 눈의 건강 자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문제는 당시 일반적인 우리의 방이 적절한 대비를 만들 수 있는 빛환경이 아니었다는데 있다. 우리의 일반적인 조명환경은 천장 중앙의 등 하나다. 스탠드 하나와 같이 켜면 대비가 낮아져 주변이 산만하고, 끄면 주면이 어두워 대비가 과도해질 수 밖에 없다. 천장 조명에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디머(조광)기능이 있거나 주변을 은은하게 밝혀줄 수 있는 스탠드 조명이 있다면 테이블 스탠드와 함께 사용해 눈의 피로는 적으면서도 공간의 집중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적절한 빛의 사용이 가능해진다.


 더 나은 시각적 경험을 위해서는 빛과 아웃포커싱의 조합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필요한 인지를 최소화하고 원하는 대상에 집중하기 위해 공간 디자인과 조명을 조절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일상에서 아웃포커싱, 즉 원하는 곳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의 경험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