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수민 라이트랩 Mar 28. 2024

햇빛 아래의 다채로운 비밀, 피부색 이야기

멜라닌에서 비타민D까지, 우리 몸이 자연과 대화하는 방법



햇빛이 내리쬐면 선크림을 발라 자외선을 차단하기에 바쁜 현대인이지만, 사실 피부에는 천연 선크림이라고 할 수 있는 성분이 있다. 바로 '멜라닌'이다. 멜라닌은 자외선으로부터 DNA가 손상되는 걸 막아주고, 엽산이 분해되는 것도 막아준다. 엽산이 태아의 신경과 혈관 발달에 중요한 성분이라는 것을 부모들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멜라닌은 기본적으로 흙갈색을 띤다. 그래서 자외선이 강한 적도 부근의 초기 인류는 어두운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인류가 번성하고 지구 곳곳에 퍼져 나가게 되자 변화가 일어났다. 고위도 지방에는 적도만큼의 햇빛이 비추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의 문제는 햇빛의 자외선이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비타민D 생성 에 있어 자외선을 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비타민D가 부족할 경우 근골격 이상, 제2형 당뇨병, 암, 심혈관질환, 고혈압, 면역장애, 신경정신과적인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햇빛이 상대적으로 적은 고위도 지역으로 간 인류에게 밝은 피부, 그러니까 적은 자외선으로도 비타민D를 잘 생성하는 개체가 더 생존에 유리해졌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거쳐 고위도에는 멜라닌이 적은 밝은 피부의 사람들이, 저위도에는 멜라닌이 많은 어두운 피부의 사람들이 살게 되었다. 위도에 따라 햇빛의 양은 다르지만 체내 비타민D 비율을 조사하면 일반적으로 위도와 크게 관계가 없는 이유다. 각자가 살고 있는 자연의 빛 환경에 맞게 피부가 맞춰진 것이다.



피부색은 인종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존재가 아니라, 오랜 시간 자연의 빛과 우리의 몸이 대화하며 만들어낸 도예 작품 같은 것이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일로 여행으로 통신으로 전 세계가 가까워지고 서로의 교류가 많아진 이 시대에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하는 빛의 이야기다.



피부색은 인종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존재가 아니라, 오랜 시간 자연의 빛과 우리의 몸이 대화하며 만들어낸 도예 작품 같은 것이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한다. 대부분 비슷한 인종과 지역에서 살아온 지난 시간과 다르게 근대와 현대에 이르러 피부색과 다른 위도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제국주의 시대 아프리카 노예들이다. 유럽과 미대륙으로 건너간 흑인들은 고위도지역에서 충분한 빛을 쬐지 못해 근골격 관련 질병과 면역장애를 겪는 등의 고난을 겪어야 했다. 반대로 저위도로 이주한 백인들도 다른 방식의 어려움을 겪었다. 멜라닌이 적은 하얀 피부는 높은 직사광의 지역에서 흑색종 등의 피부암을 앓게 되었다



현대의 문제는 건축과 조명기술의 발달로 햇빛을 쬐는 일이 오히려 줄었다는 데 있다. 실내에서 인공조명으로 대부분의 빛의 시각적 문제가 해결되기에, 애써 자연광을 쬐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아시아의 경우 하얀 피부에 대한 선호가 자연광 노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것 중 하나가 난민과 빛에 대한 문제다. 특히 최근의 난민은 주로 중동 지역에서 세계 각지로 퍼졌기에, 그들은 대게 현 지역의 자연환경보다 많은 빛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들은 높은 확률로 햇빛이 적은 인공조명의 실내에서 낮시간동안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건 가운데 비타민D가 풍부한 식품을 골고루 섭취한다거나, 비타민D 영양제를 처방받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산모와 같은 경우 비타민D의 부족이 큰 문제가 될 수 있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알아갈수록 자연의 빛 이야기는 파장의 형태 한두 개로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역사, 문화, 과학, 생태 전반을 거쳐 어우러지는 이야기다. '빛이 모든 생명의 근원'이라는 말이 다시금 느껴지는 요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빛으로 만드는 공간의 아웃포커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