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8 츄 - 일과 이분의 일
모든 사람들이 일 년에 하루는 갖고 있는 기념일, 생일. 해마다 돌아오는 생일은 어김없이 올해에도 찾아왔다. 벌써 이 생일도 서른 두 번째라니, 언제 이렇게 나이 들었는지 생일이 올 때마다 체감한다. 휴.
생일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이 태어난 날 또는 해마다의 그날'로 된다. 하지만 우리의 생일은 단순한 사전적 의미를 넘는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이를 핑계로 안부를 전한다. 오늘은 나의 생일에 대한 기억들을 글로 적어내 보고자 노트북 앞에 앉았다.
초등학생 때, 생일날이 되면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해 음식을 먹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한참 맥도날드가 유행하던 시절이라 맥도날드에서 생일파티를 했던 기억도 많다. (그땐 맥도날드가 지금과 같이 패스트푸드점이라기 보단 어엿한 회식 장소였다구!) 유치원 선생님이셨던 우리 엄마는 그때 파티에 초대된 친구들에게 '방명록'을 작성하게 했는데, 이 방명록은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수줍게 적은 초대장과 방명록은 꽤 귀여운 추억이 된다.
중/고등학생 시절엔 학업에 집중하던 때라 특별히 생일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다. (성적이 좋지도 않았으면서?) 간단하게 가족들하고 축하를 하고, 친한 친구 몇몇에게 축하를 받았던 기억정도. 대학시절도 큰 차이는 없는데, 신촌의 한 술집에서 축하를 받았던 기억 하나는 선명하다. 오히려 생일의 의미는 나이가 어릴 때 더 컸던 것 같다. 크면 클수록 조금 옅어지는 기분?
하지만 직장인이 된 뒤로 생일날에 대해 작은 원칙을 하나 세웠는데, 회사에 출근하지 않기였다. 그냥 생일 날 일하고 싶진 않아 최대한 당일 날 휴가를 써보려했다. 막상 휴가를 쓴다고 할 건 없다. 그래도 집 안에 있기는 또 싫어서 혼자 전시/영화를 보는 습관이 생겼다.
생일 날 혼자 회사 밖을 돌아다니는 경험은 꽤나 즐거웠다. 생각보다 생일 당일엔 약속이 없는 경우가 많고, 평일이라면 돌아다닐 때 사람이 없어서 더 좋았다. 특히 11월 초는 딱 밖을 걷기 좋은 계절이라 항상 날씨가 마음에 들곤 했다.
더군다나 주변의 연락은 생일을 조금이나마 기대하게 하는 이유였다. 평소 연락이 잦진 않아도 기념일마다 연락하는 지인들의 고마운 연락과 안부인사, 또 잊고 있던 사람들의 반가운 표현까지. 태어나서 잘 살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소중한 순간이다. (이 글 보고 있는 지인들아 연락해라~ ㅎㅎ)
https://youtu.be/PfmD6b9bcrU
둘이 되어버린 날 잊은 것 같은 너의 모습에
하나일 때보다 난 외롭고 허전해
네가 가져간 나의 반쪽 때문인가 그래서 넌
둘이 될 수 있었던 거야
지금 너에겐 변명처럼 들리겠지
널보낸 후 항상 난 혼자였는데
가사랑 상관없이 요즘 가장 자주 듣는 노래를 갖고 왔다. 서러운 가사와 달리 멜로디가 신나고 츄 특유의 깨발랄이 섞여 오히려 생일 축하곡 같아 가져왔다.
갈수록 생일에 대한 기대가 희미해지고, 오히려 나이가 더 드는 생각에 마냥 기쁘진 않지만 내가 태어난 날을 나라도 잘 챙기고 기록해두겠다는 생각을 한다. 올해도 이틀 뒤면 다시 돌아오는 생일이다. 좋은 회사를 다닌 덕분에 생일 날 재택근무를 하다 오후 반차를 쓸 생각이다. 행궁동도 놀러가야지!
서른 두 번째 생일을 맞는 나에게 조심스레 중얼거린다. 생일 축하해.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다섯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음악에 조예가 깊거나 전문적으로 음악에 대해서 잘 아는 '음. 잘. 알'들은 아닙니다.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혼자만 듣기엔 아까운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일 뿐이죠. 비가 오는 날엔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을, 너무 추워서 어딘가에 숨고 싶을 땐 숨어 듣기 좋은 음악을 한 편의 글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글에 담긴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읽어 내려가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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