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앙스가 달라도 너무 다르네
나만 모르고 살았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불임과 난임은 다른 건 줄 알았다.
‘불임’은 더 이상 임신이 불가능한 상태를 불임, ‘난임’은 임신은 가능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때로는 이유 없이) 임신이 쉽지 않을 때 쓰는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나에게 의사 선생님의 입으로부터 나온 ‘불임’이라는 두 글자는 마치 징으로 머리를 몇 대 때려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선생님, 저는 불임이 아니라 난임이라고요!! 불.임. 아니고 난.임.이요!!!!‘
누군가 그 순간 내 속마음을 읽었다면 실소를 터뜨렸을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글자 하나의 차이가 나에겐 너무나도 다르게 느껴졌다.
어떻게 해서든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보려고 나도 내 나름대로 안간힘을 써보는 것이다.
임신을 시도해 보기 전엔 내가 난임인지도 몰랐고 그저 남의 이야기인 줄로만, 나와는 먼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불임 클리닉을 가보라는 의사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병원을 나서면서 남편에게도 계속해서 말했다.
“웃기지 않아? 나보고 불임이래! 불임은 임신을 못하는 상태 아니야? 난 난임이지 불임이 아니라고”
한 몇 십 분을 씩씩거리며 성을 내다 이제 속이 좀 진정될 때쯤에서야 불현듯 ‘혹시 난임이랑 불임이랑 같은 말인가…? 의사 선생님이 잘못 말해주신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장 핸드폰으로 불임과 난임의 차이에 대해 검색해 봤다.
고려대학교구로병원 산부인과 김용진 교수에 따르면, “과거에는 불임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는데 ‘불(不)‘이라는 한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난임의 ‘난(難)‘이 뜻하는 어렵다는 의미보다 더 부정적인 용어로 사용될 수 있기에 최근에는 불임보다는 난임을 더 많이 사용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특별한 원인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불임’이라고 판단, 특별히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엔 ‘난임’이라고 판단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건강정보] 불임과 난임은 어떻게 다른가요? (1분 건강정보-고려대병원),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51616&docId=5961369&categoryId=65683)
가만있어보자… 그럼 나는 난소에 낭종이 있어서 임신이 어렵다는 판단이 되는 거니까 불임… 인 거네??!!
전문가가 내린 두 단어의 정확한 정의를 알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불임과 난임은 왠지 희망의 퍼센티지조차 극명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불임을 받아들이기란 참 쉽지 않았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우리는 무얼 해야 하는 걸까? 갑자기 온몸이 마치 극도의 긴장이라도 한 듯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심장박동도 빨라졌다.
우린 결국 자연임신에 성공할 수 없는 건가?
클리닉에 내일 당장 가봐야 하나, 아니면 시간을 조금 더 갖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가?
아이를 가지기 쉽지 않다는 걸 알고 나니 아이러니하게도, 아니 인간이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아이가 더더욱 갖고 싶어졌다.
‘안 생기면 안 생기는 대로, 자연스럽게 생길 때까지 기다리자. 둘만의 인생을 즐기면서 ‘라고 생각했던 여유 있던 마음 따윈 다 사라졌다.
손에 잡힐 것 같던 것이 잡기 어렵게 되니 갑자기 너무 절실해졌다.
그렇지만 시험관이라는 여정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기에 섣불리 결정할 순 없었다.
결국 우리는 수많은 고민 끝에, 만약 그해 말까지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그때 난임(그럼에도 나는 ‘불임’보다는 ‘난임’이라고 하고 싶었다) 클리닉에 가보기로 했다.
우리 부부에게 과연 아기 천사가 찾아와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