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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미 Mar 16. 2016

텅 비어서 꽉 차는 일도 있다

글, 손그림과 캘리그라피 _ 민미레터

조금의 여백도 불안해서 채우는 데만 급급하던 적이 있다.

’8’ 정도 채워진 것들은 잊고 

작은 여백의 ‘2’ 에만 온 신경을 쏟았다.

빈 공간 없이 모두 채워져야만 

완벽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어이 작은 여백까지 꾸역꾸역 채운 순간, 

모든 것이 무너졌다.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서 그제야 깨달았다.


그 여백은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채워진 것들의 호흡하는 틈이었다는 것을.


채워지지 않은 여백에만 신경 쓰느라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잃고 나서 알았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작은 무언가가 채워졌다.

텅 빈 상태에서 ‘2’ 정도 채워진 것이 기쁘고 감사했다.

‘8’의 여백은 생각도 않고 ‘2’로도 꽉 차는 기분이 들 만큼 소중했다.


텅 비어서 꽉 차는 일도 있다.

가득 채우고 있을 땐 몰랐을 소중함을 비우고서 알게 되는 것.









#.앓음답고아름다운

글, 수채화 손그림과 손글씨_ 민미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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