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손그림과 캘리그라피 _ 민미레터
조금의 여백도 불안해서 채우는 데만 급급하던 적이 있다.
’8’ 정도 채워진 것들은 잊고
작은 여백의 ‘2’ 에만 온 신경을 쏟았다.
빈 공간 없이 모두 채워져야만
완벽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어이 작은 여백까지 꾸역꾸역 채운 순간,
모든 것이 무너졌다.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서 그제야 깨달았다.
그 여백은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채워진 것들의 호흡하는 틈이었다는 것을.
채워지지 않은 여백에만 신경 쓰느라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잃고 나서 알았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작은 무언가가 채워졌다.
텅 빈 상태에서 ‘2’ 정도 채워진 것이 기쁘고 감사했다.
‘8’의 여백은 생각도 않고 ‘2’로도 꽉 차는 기분이 들 만큼 소중했다.
가득 채우고 있을 땐 몰랐을 소중함을 비우고서 알게 되는 것.
#.앓음답고아름다운
글, 수채화 손그림과 손글씨_ 민미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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