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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술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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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Apr 11. 2020

내가 술래가 되면

더블캐스팅 김지훈_뮤지컬 귀환


나 언제나 술래였지

가위바위보를 못해서


달리리가 꼴찌라서

높은 곳이 무서워서


나 언제나 술래였지

눈 감고 백까지 세면


똑같은 풍성화 속에

나혼자 남아 있었지


내가 술래가 되면

온 동네를 찾아다니다


산 밑까지 뛰어갔다가

집에 오는 길을 잃어 버렸지


단풍나무 그늘 아래

여긴가


산등성이 돌탑 뒤에

여긴가


휘파람이 들리는 곳

여긴가


다 어디 숨었니

해 떠어지는데


종이 접어

비행기를 날리고


작은 신발 구겨 신고

웃었지


책갈피에 그림 한장

품고서


다 어디 숨었니

해 떨어지는데


다시 술래가 되어

난 아무고 못 찾았는데


꽃은 또 피고

눈은 또 내려


소복 소복 많은 날이

지나버렸어


어딘가 살아 있다면

그래서 여기 없다면


나에게 소식 전해줘

나 여기 있을게 밤 깊어 가는데


혹시 길을 잃어서

잠든 채 숨어 있다면


이제는 나타나 줘

집에 가야지 밤 깊어가는데


김지훈_더블캐스팅


https://www.youtube.com/watch?v=HNNtNX-MRwM







밤 깊어가는 데

너희들이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아


몰래 뒤로 숨어서

땡~하고 도망가던


무궁화 꽃이 온 산에

피어 있던 그 놀이터 그 길에서


나는 오늘 눈을 감고

너희들을 기다리나봐


언제나 술래가 되어도 좋으니

그 때 너희들의 미소를 볼 수 있다면


아름다운 이야기

순수한 이름들


지금 이 자리에 나만 남아 있는 건

술래라서 그런 건가봐


이제는 내가 너희들을 찾아서

여기저기 찾아봐야 하나봐


시간의 주름이

이마에 맺혀진 사이에


너희들도 그렇게

많은 숨결을 동네에 숨겨 놓았니?


책갈피에 남겨진

플라타너스 잎사귀 책갈피처럼


기억 속의 저 깊은 구석

술래잡기 놀이하던 웃음소리가


책갈피가 되어서

오늘은 내가 거기에 머물러 있나봐


연희동 산동네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던


술래가 되어

너희들을 찾아다니고 있나봐


토요일 밤 늦게까지

그렇게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이제는 들려줘

너희들의 목소리.


https://www.youtube.com/watch?v=EJ3wwSZ7k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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