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언제나 술래였지
가위바위보를 못해서
달리리가 꼴찌라서
높은 곳이 무서워서
나 언제나 술래였지
눈 감고 백까지 세면
똑같은 풍성화 속에
나혼자 남아 있었지
내가 술래가 되면
온 동네를 찾아다니다
산 밑까지 뛰어갔다가
집에 오는 길을 잃어 버렸지
단풍나무 그늘 아래
여긴가
산등성이 돌탑 뒤에
여긴가
휘파람이 들리는 곳
여긴가
다 어디 숨었니
해 떠어지는데
종이 접어
비행기를 날리고
작은 신발 구겨 신고
웃었지
책갈피에 그림 한장
품고서
다 어디 숨었니
해 떨어지는데
다시 술래가 되어
난 아무고 못 찾았는데
꽃은 또 피고
눈은 또 내려
소복 소복 많은 날이
지나버렸어
어딘가 살아 있다면
그래서 여기 없다면
나에게 소식 전해줘
나 여기 있을게 밤 깊어 가는데
혹시 길을 잃어서
잠든 채 숨어 있다면
이제는 나타나 줘
집에 가야지 밤 깊어가는데
김지훈_더블캐스팅
밤 깊어가는 데
너희들이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아
몰래 뒤로 숨어서
땡~하고 도망가던
무궁화 꽃이 온 산에
피어 있던 그 놀이터 그 길에서
나는 오늘 눈을 감고
너희들을 기다리나봐
언제나 술래가 되어도 좋으니
그 때 너희들의 미소를 볼 수 있다면
아름다운 이야기
순수한 이름들
지금 이 자리에 나만 남아 있는 건
술래라서 그런 건가봐
이제는 내가 너희들을 찾아서
여기저기 찾아봐야 하나봐
시간의 주름이
이마에 맺혀진 사이에
너희들도 그렇게
많은 숨결을 동네에 숨겨 놓았니?
책갈피에 남겨진
플라타너스 잎사귀 책갈피처럼
기억 속의 저 깊은 구석
술래잡기 놀이하던 웃음소리가
책갈피가 되어서
오늘은 내가 거기에 머물러 있나봐
연희동 산동네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던
술래가 되어
너희들을 찾아다니고 있나봐
토요일 밤 늦게까지
그렇게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이제는 들려줘
너희들의 목소리.
https://www.youtube.com/watch?v=EJ3wwSZ7k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