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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Apr 21. 2020

나는 왜 노무현을  좋아하는가

토크쇼 저널리즘 '노무현과 언론개혁'을 보며

벌써 1년도 지난 kbs에서 모처럼 기획해서 유시민 이사장을 부른 자리에서 노무현을 다시 생각한다. 나는 왜 그를 아직도 잊지 못하는가? 나는왜 노무현을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이 다시 마음 속 한구석에서 스물스물 올라오는 사이에 파란 잿빛으로 변한 유시민 이사장의 얼굴과 같아졌다. 저널리즘 토크쇼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자하니 한국사와 나의 인생이 얽히듯 스치듯이 지나간다.


멍하니 듣다가 같이 울어버렸다.



나는 봉화산 같은 존재였어
아무런 산맥이 없었지



노무현 대통령은 평생 자신의 말과 행동이 불일치하는 것을 참고 살지 못했다.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 정치 9단이 되는데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인지부조화가 숨쉬는 것보다 더 빈번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말한 것과 생각하는 것, 행동하는 것과 쓰는 것이 일치하지 않는 삶이 지속되면 내가 사는 것인지 다른 사람이 내 안에 들어와서 사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시기에 인간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그 시기에 모든 잘못한 것들을 책임전가함으로써 '나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기에.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가 말한 것을 지키면서 살았다. 그래서 미움을 받았다. 예수님처럼 일반 사람들의 언어로 살았다. 그래서 서민들에게는 굽신굽신하고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에게는 큰소리를 빵빵쳤다. 얄미웠을게다. 대학도 못나오고 시골구석에서 무식하게 공부해서 겨우 얻은 변호사 자격증 가지고 대통령이 되었으니. 판검사들은 음흉한 눈빛의 흡사 조선시대의 노론들의 현현과 같았으며, 기자들은 노무현을 공격하는데 제정신이 아닌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듯 앞뒤 보지 않고 덤벼들었다.


검사들과의 대화 : 주요 부분만 다시 보기


그런데 나는 왔다 갔다 한다. 나는 사실 노무현을 잘 알지도 못하는데, 왜 이렇게 그를 옹호하면서 그를 공격한 사람들에게 싸움을 걸고 있는 것일까? 묘한 매력이다. 어느날 지하철을 타고가다가 노인들이 쌍욕을 하다가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보고 더불어서 쌍욕을 하는 것이었다.


노무현 개새끼

할아버지들이 나에게 하듯 내가 들고 있던 책 '운명이다'에 내 뱉은 욕설과 증오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심히 기분이 나빴던 나는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따진다고 무엇이 달라졌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고민해 보게 되었다. 아직도 고민이다. 도대체 무엇이 저들을 한 나라의 대통령인 사람을 개새끼로 만들었을까? 박근혜이명박에게는 그렇게 굽신굽신 나라팔아먹은 을사오적같이 죽고 못살면서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왜 이렇게 악랄하게 했던 것일까? 도대체 무엇일까?


노무현과 언론개혁 : 토크쇼 저널리즘 시청하기


메시지가 진실해서 먹혀들 수 없으면
메신저를 공격한다


유시민 이사장의 말이다. 그렇게 노무현 대통령은 진실된 메시지로 국정운영 전반에서 매번 국민의 과반수 이상의 지지도를 얻었다. 대부분의 정책들이 몇 가지를 빼놓고는 혁신적이었고 서민적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몸소 메신저가 되어서 언론개혁에 앞장섰고 몸으로 화살을 막았다. 언론은 알았던 것이다 메시지로는 절대 노무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왜냐하면 주도면밀하게 메시지를 던지는 수가 몇 단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가 하나도 없이 국민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국민들의 목소리와 말투로 던졌으니까. 인지부조화가 덕지 덕지 붙어 있는 자신들의 언어로는 절대로 노무현의 메시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노무현 자체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의 학벌과 권양숙여사의 아버지, 뇌물수수와 있지도 않은 논뚜렁 시계.



십자가에 못 박히 듯 노무현은 온몸으로 그 공격들을 맞아내고 가진 고초 끝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 민주주의자였고 진보의 미래를 걱정하며 평생을 민주주의에 헌신한 사람이었다. 진보에서 공격한 이유는 하나다. 하나같이 진보에서 노무현을 공격한 사람들의 특징은 '공화주의자'들이다. 공화주의자들은 법치주의를 숭상하면서 공화국이 유지되는 것이 민주주의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화주의자들의 대부분은 엘리트주의이며 또한 엘리트이다. 자신들이 주무를 수 있는 법과 질서와 애국심의 원천인 국가정체성을 온몸으로 안고 있는 엘리트 지식이이면서 권력가들이면서 재력가들이다. 진보나 보수나 할 것 없이. 마키아벨리를 부활시키는 공화주의자들 앞에서 민주주의자들은 숨을 죽여야 했다.


같은 방식으로 공화주의자들은 민주주의자들과의 싸움에서 메신저들을 공격한다. 민주주의자들의 메시지는 시민들의 목소리라서 절대 이길 수 없음을 알기에 민주주의자들의 양심, 뇌물, 위반, 가정사를 공격한다. 그래서 조국은 아직도 공격을 받고 있다. 더욱이 강남좌파인 그가 자신들의 공화국에서 빠져나와서 민주주의자가 되겠다고 노무현의 반열에 섰으니 말이다. 노무현이든 조국이든 빨갱이 프레임이나 공산당 프레임은 허울에 불과하고 결국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화주의자들의 탄압이다. 물론 이건 진보의 이야기이다. 보수에서는 공화주의가 아니라 그냥 이기주의이다. 논할 가치가 없지만 맞닥드리면 싸워야 한다. 그럼 메신저를 공격할 것이다. 보나마하 뻔하다.



메시지의 우위에 선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유시민이사장은 결국 노무현은 언론개혁에서 실패했다고 말한다. 전투에서는 실패했지만 전쟁에서는 아직 결말이 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멋진 말이다. 전투는 실패했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전쟁이 언제까지 갈 지는 모르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을 사랑합니다.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불의에 분노할 줄 알고 저항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탐구해서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도를 찾고 뜻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행동합니다.  사람을 모으고 설득하고 조직하고


권력과 싸우고 권력을 잡고 정책을 실현합니다


노무현 서거 10년, 새로운 노무현 : 유시민*김어준



나는 언제가는 전쟁에 뛰어 들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이다. 이치를 탐구하고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아직 그렇게 좋은 방도를 찾지 못했다. 이제야 조금 이치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은 느낌이다. 뜻을 세우기까지 20년은 족히 걸리겠지만 정책을 실현하기까지 아직 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 노무현 대통령 같이 민주주의자로 계속해서 '의도의 선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 현실에서 부단하게 노력해야 한다. 권력은 어깨도 무겁게 하지만 그 무게만큼 다른 사람보다 더 깊은 발자국을 낸다고 나를 속이기 때문이다.


나는 노무현을 좋아한다.
노무현의 정치를 좋아한다


의도하지 않고 순수하게 서민처럼 대통령이 된 사람, 그의 정치에서 아직도 마음 속에서 울림이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와 이상과 향수를 느낀다. 전략 이전에, 전술 이전에, 내 힘을 모으고 계통을 모으고 패거리들에 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간다는 안정감이 아니라 봉화산 같이 아무런 연줄이 없어 덜렁 있더라도 이 작은 두근거림이 모두의 두근거림이라는 마음으로 민주주의를 향해서 하루하루 걸어가야 겠다. 벌써 10년이 지났다. 앞으로 10년 어떤 미래가 다가올 지 모르겠지만 성실하게 진실하게 한발한발 따박따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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