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아닌, 길 위에서 일어나는 현상학적 질문
예전에는
답이라고 생각했던
십자가가
이제야 조금은
답이 아니라
길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에야
이 인생이란 물결 속에서
헤쳐나가야할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떤 사건이 끝나고
어떤 행사가 끝나고
다시 아무도 없는 나의 삶 중심에
홀로 설 때면
아 그렇구나
아직도 가야할 길이 있구나
십자가의 길
아직도 내 앞에는 그 분이 가신 길이 있다
그 길 가운데
나는 오늘도
그래 오늘도 그 길 가운데
서 있다
아직도 많은데
아직도 이렇게 목말라 하는 곳
그들이 많은데
나는 정답에 안주해 있을 수 있나
가야지
그래도 가야지
이 길은
끝났다고
아니 갈 가치가 없다고
어떻게 가냐고
가능하겠냐고
묻는 사람들은 대부분
답을 찾으러 왔다가
열려진 길을 보고 실망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길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삶을 보고 사람들은
비로 그 길이 맞는 것을 안다
세상은 이 길을 가는
우리를 통하여
성숙해지고
정결하게 될 것이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다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 좁은 길로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가치 있게 여기는 것
그러나 실상은
내가 속고 있는 이 큰 길에서
나와서
희생과 이해
배려와 용서
기쁨과 만족의 길을 간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있다.
아직도
그 가운데
같이 가는 이들이 있어서
얼마나 힘이 되는지
다들 각자의 길을 가지만
같은 목표라는 것
그리스도라는 푯대라는 것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그렇게
동역자
아니 그것을 넘어
지체라
한 몸이라
그래서 같이 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그렇구나
같을 길을 가다가 만나는 사람들
오솔길 한 쪽에서 손흘들며 인사하는
사람들의 반가운 미소에서
이 길이 진짜 맞구나 한다
이길
포기할 수야 없지
아직도 가야할 길
답과 길
오롯이 뻗어나 있는
그리스도에게로 난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