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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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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May 02. 2016

기억과 망각

포용과 배제, 그 사이에서 정체성

기억은 과거의 축적이라고 생각하고

가치를 중립적으로 놓게 되면


현재의 해석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과거가 재단한 미래에

현재를 종속시키게 된다

 

과거에 일어난 일은

하나의 사건이 되어서


자신의 몸을 입고

세월을 지내는 동안

수 많은 기억들의 집합체가 된다


시간 위에서 인간은 존재하고

인간이 지나간 시간은

기억에 의해서 궤적을 만든다


문제는, 중요한 지점은

과연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얼마나 기억할 것인가

라는 문제이다


자본주의의 의한 상처

타자에 의한 상처

집단적 학살의 의한 상처

문화적 소외에 의한 상처

사고에 의한 상처


상처들은 우리의 기억에서

매우 깊숙히 박힌 가시처럼

날마다 핏자국나는

궤적을 자연적으로 드러난다




기억은 망각을 위해서 존재한다

망각은 어떻게 망각되는가


그것은 기억이 어떤 방식으로

종말되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과거의 한 지점에 뭉쳐있는

의미의 집단들을 해체하는 것은


다름아닌 화해와 용서이다

화해와 용서하는 가운데

나는 비로소 주체로 상향된다


자신에게 다가왔던 사건과 사고들

그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든

그 때 상황에 대한 인식과

쓰였던 감정에 의한 기억을


오늘날 되살려

오늘의 언어로

다시 기억하는 것

이것이 바로 화해와 포용의 시작이다


생각해보면

한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도래하지 않는다


시간 위의 존재는

오직 한번만 그 시간대를 지나간다


그러므로

인간은 지나간 사건을 절대로

다시 되풀이 할 수 없다


다만,

지난간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과거의 일을 미래로 소환할 수 있는

기미가 생긴다


좋은 경험과 기억들을 되살려내는 것보다는

힘들고 어려운 기억, 상처의 기억들을

되살려 내는 것이 훨씬

쉽게 우리에게 제시된 삶의 방식이다


그것은 복수와 응징의 도래인데

이렇게 복수함으로써

나는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인 내가 저지른 사건은

피해자일 때보다 훨씬 더 깊은

상처를 스스로에게 남긴다


그러므로

가해자는 스스로에게 용서 혹은

합리화를 시킨다고 해도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다음 단계가 남아 있기 때문에


가해자서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피해자에게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자신의 기억을 망각하고

화해하고 포용하고

가해자를 용서함으로써

반대로 가해자가 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맞이해주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억을 망각하기 위해서

고민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리스도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십자가에 달리셨다


그리고

다 이루었다라는 말을 남기고

죽으셨다


그리스도는 33년의 삶의 모든 기억을

십자가에 못 박고


철저한 피해자가 되어서

자신을 가해자들에게 열어 놓았다


포용과 용서는

이미 그를 통해서 모든 죄인들에게

주어졌고


만물의 회복은

이제

우리의 삶 곳곳에

자연스럽게 배어들었다


기억을 망각하는 방식은

사랑이 잉태한

화해와 용서뿐이다


그러나 먼저 그것을

경험해보지

못하면


자신의 가해자였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면


여전히 피해의식의 사로잡혀

기억의 쇠우리에서 나오지 못하게 된다


다시 기억을 기억하라

그가 우리의 죄성을

우리의 악들을

어떻게 기억하였는지를 보라


십자가에서 피어난 꽃

샤론의 꽃 예수


그 안에서

나는 오늘도 다시 피어난다


화해와 용서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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