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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Jun 10. 2021

한국행정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하는가?

4차산업혁명과 사회적 난제 가운데

참고자료는 주요 2권

앤드류 맥아피 와 에릭 브리뇰프슨 (2014). 제2의 기계시대 (The Second Machine Age: Work, Progress, and Prosperity in a Time of Brilliant Technologies)

마이클 샌델 (2020). 공정하다는 착각: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 (The Tyranny of Merit).


https://youtu.be/0NIUVzg7CRk





목차


1. 서론

 - 들어가기 : 시대의 개혁가들

 -  논의를 전개하기 위한 틀 : 5p

 - 전반적인 글의 구성

2. 본론

 - 5p로 본 한국행정의 현주소

 - 변수 : 역사적 맥락, 기술, 공동선

 - 5p로 예상한 한국행정의 방향

3. 결론

 - 제2의 기계의 시대와 메타버스

 - 제언





I. 서론

 1. 들어가기 : 시대의 개혁가들


    경국대전을 통해서 조선왕조 500년을 설계한 정도전에 대해서 '시대의 개혁가들'이란 책에서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제공한다. 정도전과 뜻을 같이했던 조준과 사촌 김지는 고려가 패망하기 전 약 10년동안 유배를 떠난 다양한 학자들을 모아놓고 지금말로 하면 세미나를 열었다는 것이다. 이 세미나에서는 하나의 제도가 바뀌면 다른 제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오랭캐의 침입으로 군인을 늘리려고 군역제도를 바꾸면, 그에 따라 녹봉체계가 바뀌면서 이것을 감당하기 위해서 조세제도가 바뀌게 된다. 조세제도가 바뀌게 되면 이것을 충당하기 위해서 지주들은 소장농들에게 지대를 높이고, 지대를 높이면 이것을 갚기 위해서 농사제도가 바뀌게 되는 구조이다.

    이런 식으로 하나의 사건이나 맥락이 발생하면 연결된 다양한 제도들을 모아서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이 책이 바로 '주관육익'이라는 책이었다. 최근들어서 각광을 받고 있는 MIT슬론스쿨의 시스템이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이 주관육익에는 시장에서 사고파는 물건의 종류에서부터 과거제도나 군사제도까지 망라되어 있었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통해서 정도전이 경국대전을 설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제도는 그 제도가 설계되고 운영되는 역사적인 맥락이 있고, 하나의 제도를 바꾸다 것은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합리적인 절차와 방법에 의해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상보적인 제도군 전체를 봐야하는 거대한 작업이다. 역사적인 사건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이 사건이 역사적인 맥락과 기존의 제도와 만나는 지점에서 정채결정자들은 일정한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제도가 종속변수가 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이렇게 결정된 제도는 다시 시간의 흐름에서 독립변수가 되어서 새로운 맥락에서 새로운 행위자에게 종속변수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제도는 경로의존성을 가지고 흘러오지면 조금씩 수정되고 때로는 완전히 바뀌는 지점을 만나기도 한다.


    한국행정은 역사적인 맥락에서 볼 때 근 100년간 다양한 역사적인 환경의 변화를 겪었다. 일제침략기와 한국전쟁, 개발독재와 IMF를 겪으면서 다양한 제도들이 만들어지고 유지되었으며 또한 강력한 군사정권에 의해서 급선회를 하기도 했고 민주정부에 의해서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담으려는 제도도 등장했다. 우리가 어떤 제도에 대해서 의문을 갖지 않거나 문제삼지 않는 것은 이미 그 제도가 우리에게 익숙해져서 우리의 경로가 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경로 앞에 나타난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4차 산업혁명, 세계화 등등의 사건들과 증상들은 기존의 제도적 맥락에서 대응과 변화를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분기점에서 지혜롭게 한국행정이 해처나가기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 알아보자.


2. 논의를 전개하기 위한 틀 : 5p


논의의 전개를 위해서 몇개의 분석틀을 정리해보자. 철학과 경영학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분석툴을 참고하여 아래와 같이 5p분석틀을 만들었다. 빙산모형과 비슷한 방식으로 구성해 보았는데 분석의 가장 아래부분은 존재론이 있으며 정책에 있어서는 정책대상과 이해관계자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의 문제를 다룬다. 그 다음은 대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 인간, 제도, 사회, 국가 등등 다양한 존재에 대한 관점을 분석해볼 수 있다. 인식론을 넘어서면 이제 대상들이 각각 방향성이 생기고 연결되면서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를 볼 수 있다. 원리론을 실행하면 현실에서는 행태론이 된다. 행동의 변화와 움직임이 쌓이면 하나의 개체, 사회, 국가의 특성을 나타내게 된다. 그 특성은 증상일수도 있고, 효과일수도 있다.



3. 국가와 시민의 연결


    국가와 시민이 어떻게 연결되고 만나는지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논의들을 아래 그림과 같이 정리해보았다. 다양한 자료들을 참고해 보았으나 창의적으로 구성해보았다. 정신과 물질의 대립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논의의 소재가 되었다. 제1의 기계의 시대가 물질로부터 시작된 기계의 시대였고 아날로그의 시간대였다면, 제2의 기계의 시대는 정신적인 변화였고 디지털의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정신과 실재의 도식은 자크라캉에 오면 상상계와 실재계로 대변될 수 있고 이러한 상상계와 실재계가 만나는 지점에 상징인 언어, 제도, 규범이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도식을 공공이성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시스템과 시민감성을 바탕으로 하는 시민생활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민들이은 자율성을 중심으로 재미와 연대, 감동에 따라서 노동과 행위, 작업을 하면서 삶을 살아가고 국가는 제도와 규칙을 통해서 행정을 구성하고 사회, 시장, 개인을 모두 움직이는 틀과 방향을 제시한다. 이러한 구분은 현재 상황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줄 것이며 4차 산업혁명시대, 양극화와 저출산, 세계화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줄 수 있다. 기존의 역사적 맥락 안에서 제도와 구성요소들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분석하면 그에 따른 변화와 방향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II. 본론


1. 5p로 본 한국행정의 현주소


    서론에서 살펴보았던 5p 분석틀을 가지고 한국행정을 분석해보자. 존재론에서 인식론으로, 인식론에서 원리론으로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서 한국행정의 현재 상태를 분석할 수 있고 이러한 원리가 실행될 때 나타나는 갖가지 특징들을 정리해 볼 수 있다.


1) 존재론과 인식론

    존재론 있어서는 기존의 국가, 시민사회, 개인, 가족이 먼저 존재론을 구성하고 있지만, 1997년 이후 IMF의 구조조정에 따라서 시장의 존재가 매우 넓은 영역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서 그 다음으로 인식론에 있서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관점이 만들어 졌다. 신자유주의 관점에서 시장은 개인의 선호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주체가 되며, 시장의 운영방식을 행정이 학습하여 시장중심의 구도가 설정되었다. 시민사회나 공동체의 존재는 한국행정에 있어서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으며 시민사회의 공동선이나 교육의 기능이 제한되거나 무시되었다. 이러한 시장중심의 관점은 곧 한국행정이 국가를 운영하는 원리를 변화시켰다.


2) 원리론과 행태론

    경쟁의 원리와 효율성의 원리, 자유의 증대가 행정의 원리가 되었고 경제자유화와 관리적 차원에서 정부 운영에 대한 개혁이 이루어졌다. 개인주의적-경제적모델(individual-economic model)에 따라서 개인의 선호와 주관적인 이익에 고객대응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공공관리론이 대표적인 원리가 되었다.

    실행의 차원에서 행태론을 보면, 다양한 권위주의로부터의 탈피는 정부의 통치로부터 탈피를 의미했으며, 자유화의 결과로 시장의 활성화와 규제의 완화가 진행되었다. 시민사회의 활성화나 민주적 운영에 대한 국가의 관심보다는 성과관리에 의한 행정의 운영이 중심이 되었다. 개인주의적-경제적모델(individual-economic model)이 원리가 되어 관료제의 역할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으며 관료제를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원리로 개인의 권리와 선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지향마인드'가 적용되었다.


3) 개체론과 한국행정의 특징

    개성의 관점에서 보자면 다양한 문제들과 현상들이 한국행정의 특징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관료제와 행정이 갖는 정치적인 의미보다는 효율적인 운영에만 집중하게 되어 투입민주주의로 대변되는 선거민주주의나 국민의 정치적 선택이 반영되지 못하는 바람에 사회적인 합의나 공동선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게 되었다. 이것은 추후에 조세수입의 정당성을 잃게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물론 산출의 정당성은 형식적으로 고려하는 측면이 있었지만 다양한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되고 다원주의적인 요소가 부족하게 된다.

    물론 긍정적으로 정부가 효율성을 중시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관심과 성과가 측정되면서 행정의 실행과정에 대한 평가가 마련되었다. 이를 통해서 행정개혁이나 정부개혁과 같은 절차적 개혁들이 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다. 또한 산출민주주의의 관점에서 관리적 책무성(managerial accountability)을 바탕으로 사후 성과를 미리 설정된 KPI로 판단해 볼 수 있는 투명성도 갖추게 되었다. 특히, 자유민주주의라는 특성이 가지고 있는 당파적, 이익집단에 치우치는 정치적 문제에 있어서 행정은 가치중립적인 운영을 할 수 있었다. 역대 대통령들도 행정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뿐 행정 자체를 바꾸지는 못하였다. 이것은 장점일 수도 있지만 역사적인 사건들과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따라서 다음으로 살펴볼 변수로써 역사적 맥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2. 변수로써 역사적 맥락 : 세계화, 4차 산업혁명, 제도설계주체


1) 세계화


    세계화는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해볼 수 있지만,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인바운드는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와 같은 영역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말하며 아웃바운드는 국내의 제도, 문화, 컨텐츠가 해외의 다양한 국가들에 전파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다른말로 하면 원심력과 구심력으로도 부를 수 있다.

    문제는 세계화가 되어 해외 여러 국가들에 개방되면 동형화와 다형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볼 때 제도적 동형화(institutional isomorphism)이 일어나면서 기존의 제도에 제도적 확산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행정은 1997년 이후 신자유주의의 제도적 동형화를 통해서 경제제도를 세계적인 수준에서 동형화한 결과 세계적인 수준의 신공공관리론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적인 부분을 제외한 정치, 사회, 문화적인 부분에서는 동형화가 아닌 다형화가 일어나면서 한국행정이 통합하거나 합의를 이루어낼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제도들이 수입되거나 소개되면서 정부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러다 보니 세계화가 진전될 수록 불어나는 사회적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모방적 동형화의 측면에서 다른 조직들이 이미 시행한 것을 모방하였다. 기본소득이나 청년수당, 저출산정책이나 공공자전거 사업등등 다양한 정책과 사업이 모방적 동형화의 관점에서 도입되어 시행되었으나 시민사회와 개인의 투입과정에서의 다형화를 모두 담지는 못하였다. 따라서 일부 시민들의 특수이익이 대변되거나, 일부 행정조직의 편리성이 사업이나 정책 형식으로 나타나면서 조세저항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행정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조세수입의 정당성이 문제시 되면서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세계화는 1990년 초에 김영상 대통령이 부르짖던 그 세계화에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이 인바운드로 들어오고, 한국의 다양한 문화와 생산물이 아웃바운드로 나가는 순환체계가 증대되었고 물류와 사람 뿐 아니라 정신과 문화에 있어서도 시민들의 변화는 속도를 더해 갔다. 하지만 한국행정의 신공공관리의 입장에서 참여적 민주주의나 숙의 민주주의와 같은 투입민주주의의 미흡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점점 방어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



2) 4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은 세계경제포럼에서 제창되어서 시작되었다기 보다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경제에서 지식정보화 산업으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역사적인 흐름이었다. 제1의 기계의 시대가 제임스와트의 증기기관으로부터 시작되어서 공장과 아날로그 기계를 통한 물리적 생산력을 증대시켰다면, 제 2의 기계의 시대에는 디지털과 지식을 통한 정신적 생산력을 통해서 다양한 컨텐츠들이 실물경제의 한계를 넘어서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었다. 새로운 기계의 시대에 정신적 능력은 새로운 부와 지위를 창출하는 원인이 되었으며 신자유주의와 맞물리면서 새로운 계층이 만들어지고 빈부격차와 정보격차는 무어의 법칙을 훨씬 능가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기술을 바라보는 고전적 방식으로 기술이 가져올 부정적인 효과에 집중하는 세력들은 빠르게 도태되었고, '경험으로서의 기술'의 관점에서 기술 자체를 옹호하는 이들은 거대한 이익과 특권을 손에 넣었다. 특히, 기술을 다루는 '사람'의 중요성을 인지한 사람들이 인간 자체에 대한 연구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딥러닝과 AI를 발전시켰다. 인간과 기계의 공생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정확히 기술 자체는 가치중립적일지 모르지만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은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특히 공공성, 공동선에 있어서 기술을 중립적으로 놓고 시민사회, 시장을 고려한 정책이나 제도를 만들 때는 이미 기술을 만든 사람들의 가치가 기술에 녹아져 있어서 그 기술을 사용하는 자체로 편향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정부에서 온라인플래폼을 구축하여 국민신문고나 민주주의 서울이나 대전시소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면 '시민참여'의 관점에서 참여민주주의를 확산하는 중립적인 정책인 것 같이 보인다. 그렇지만 온라인플래폼 기술은 그 자체로 온라인과 인터넷 사용에 최적화된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노인세대나 아동, 외국인에게는 참여하기 어려운 기술이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역라적 맥락에서 한국행정은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고 대안을 만들어가고 있는가?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3) 제도설계주체


    강남좌파의 문제는 현실은 강남에 발을 붙이고 있는데 정신은 강북의 저소득층의 문제를 고민한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의 경제적 문제와 장애인들의 사회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사회변화와 국가의 관심을 외치는 그들이 결국 돌아가는 곳은 강남에 잘 차려진 아파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공정하다는 착각'을 하는지도 모른체 제도를 설계하고 국가를 운영하며 국민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다. 이미 강남좌파든 상류층이든간에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 없으며, 그 자녀들은 이미 해외유학을 통해서 일반시민들보다 훨씬 '공정성'을 담보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공정성'이라는 말은 곧 학벌이 좋으면 능력이 있고, 능력이 있으면 대우를 받을 수 있으며 시험을 치루는 절차적 정의를 통해서 획득한 지위와 특권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몇년전 교육부의 한 관리가 '국민은 개돼지'라고 표현한 것이 실수가 아니라 자신의 진정성이었던 것처럼 제도를 설계하고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스스로 '공정하다는 착각'에 빠져서 관피아가 되어가는 시점에서 한국행정의 공정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신공공관리 혹은 신자유주의 관점에서 '공공의 이익'을 생각하고 '공론장을 통한 공공선'을 반영해야 하는 위치에서 '효율성'만을 담보하게 된다면 제도설계의 주체는 그 존재자체가 문제의 원인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마이클샌들이 이야기한 '운'에 의해서 자신의 지위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인식하고 겸손하게 기여적 정의를 실현하는 소박한 방식으로도 대응은 해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미국식 자본주의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마이클샌들의 한계라고 보여진다. 그런 방식으로는 그가 말하는 '공동체주의'를 바탕으로한 '공공선'을 만들 수는 없다. 시민들의 선의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인 변화를 구축하며 정책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마이클 샌들은 '공정하다는 착각'을 통해 스스로 '공정하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자신도 실제로는 하버드 최연소 교수로 재직하면서 제도적 편향성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3. 5p로 바라본 한국행정의 방향


세계화의 시대에 동형화와 다형화의 문제, 4차 산업혁명시대의 기술철학과 기술격차, 정보경착의 문제, 제도설계주체와 대상의 분리가 가져오는 능력주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떻게 해야할까? 한국행정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을 극복하면서 어떤 부분부터 바꾸어 나가야 할까? 이러한 질문들에 나름대로 답변해보자.


1) 존재론과 인식론


    양극화와 노령화, 빈부격차와 정보격차와 같은 사회적 난제(Wicked problem)를 해결하면서 새로운 역사적 맥락으로 등장한 세계화와 4차 산업혁명 앞에서 우리는 존재론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 과거에는 시민, 정부, 시장, 개인, 가족 정도로 '행위자'중심의 존재론을 구성하였으나 이제는 새로운 존재론부터 설정해야 한다. 기존의 행위자와 함께 제도, 기술, 기계, AI, 메타버스, 디지털노마드와 같은 비행위자적 존재들도 존재론에 포함시켜야 앞으로 변화되는 세상에서 행정의 역할을 모색해 볼 수 있다.

    대상들의 네트워킹과 연결관계를 연결하면 다양한 관점이 생기는데 이것이 바로 인식론이다. 인간과 AI가 연결되면 '인간의 노동과 임금이 AI로 대체되면서 심각한 소득과 일자리 불균형이 발생한다'라는 기존의 인식에서 '인간과 AI가 공생하면서 인간의 노동이 줄어든다'라는 관점이 생길 수 있다. 기술철학의 관점에서 고전적 기술철학의 기술부정의 관점으로는 변화된 세상에 적응할 수도 없고 방향을 잡을 수도 없다. 시장에 기술을 맡긴 결과 시장에서의 기술은 항상 '경쟁과 시장의 원리'로 발전했기 때문에 이제는 행정에서 기술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고 소극적인 '플래폼 구성' 정도가 아니라 전자정부의 초석을 다시 깔아야 한다. 그럴려면 인식론의 측면에서 '인간은 기계와 공생한다'라는 측면과 '인간의 정신이 기계를 움직이고 통제한다'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에서 국가에서 관리하는 정보통신 산업과 다양한 첨단 산업들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디지털 사회에 대한 비전과 원리를 만들 수 있다.

    제도에 있어서도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이전가지 구제도주의의 관점에서는 제도는 변수가 아니라 존재하기는 하지만 결정의 산물로 인식되었다면 앞으로는 '제도는 독립변수 이면서 종속변수이며 제도들은 일정한 체제를 형성한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제도들의 상보성을 연구해야 한다. 행정에서 하나의 제도가 연계되어서 다른 제도의 효과를 어떻게 줄 것인지를 미리 예상하고 변화되는 시대의 흐름, 역사적 맥락에 맞게 제도적 체제를 계속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시민과 시민의 관계도 신공공관리의 관점에서는 고객과 고객, 마케팅의 대상이나 서비스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공동의 문제해결자 혹은 주체적으로 판단하며 자유롭게 공론장에 참여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주체로 인식하고 그에 맞는 행정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신거버넌스이론과 같이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네트워킹의 사회, 초연결의 사회에 맞는 정부형태로 전환은 결국 정부의 운영원리와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유능한 관료들은 많지만 새로운 제도적 틀거리를 짜거나 변화에 맞는 유기적인 제도군을 형성할 수 있는 관료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치적 임파워링과 함께 행정의 자율성을 어느정도 보장해야 한다. 미국의 역사와 맥락에서 매번 수입하는 방식의 제도적 체제가 아니라 한국적 맥락에서 매번 수정될 수 있는 오픈된 제도적 연계성을 만들어야 한다.

    자유주의적 관점은 신공공관리와 친밀성을 가지고 유기체적 관점은 거버넌스이론이나 공동체주의와 친밀성을 가진다면 한국사회의 역사적 맥락에서 자유주의의 요소 일부와 공동체의 관점을 포괄하여 사회적 합의와 공공선을 만들어가는 작업들을 행정에서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고객지향 마인드의 관점에서 컴플레인이 오면 불편사항을 청취하고 처리하는 정도로 그쳤다면 앞으로는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성과주의의 관점을 다른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능률성'이나 '효율성'은 '협업'과 '효과성'으로 바꾸어 관점과 인식의 변화가 다양한 주제와 대상, 공간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체로 행정의 역할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2) 원리론과 행태론


    원리론은 관점과 인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운영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투입 민주주의는 선거제도와 같은 참여적 요소이고 산출민주주의는 효율성과 문제해결, 경제적 편익이라면 신공공관리는 산출에 집중하여 참여적인 요소와 함께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데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제도적 체제로 보자면 참여적 요소에는 '선거제도-정당제도-권력제도'가 투입영역에서 상보적으로 연동되어 있고 정치체제는 경제체제와 복지체제와 연결되어 있다. 지금과 같이 경제적 영역에서 효율을 극대화하는 모델로는 시장자유주의에서 발생하는 양극화, 빈곤, 정보격차와 지역격차, 교육복지, 저출산과 고령화를 해결할 수 없다. 이 부분은 투입영역에서 아젠다로 셋팅이 되어야 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제도적 대안이 있어야 한다. 그럴려면 투입의 과적이 공공선을 정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제도적, 절차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일명 합의제 민주주의라고 하는 '비례대표제-다수당-연립정부'의 제도적 친화성을 갖는 제도적 체제를 통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독립변수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종속변수로서, 산출로서 새로운 제도적 체제가 경제적인 부분에서 충분히 만들어 질 수 있다.


한겨레 신문 2017.6.9 '선거제도개혁이 경제민주화와 복지개혁보다 중요한 이유?' https://www.hani.co.kr/arti/PRINT/798120.html



    1990년대 이후부터 소스키스와 같은 학자들을 통해서 자본주의의 다양성(Varieties Of Capitalism) 논의가 활발해졌다. 특히 북유럽이나 독일, 네덜란드가 복지국가의 트릴레마라고 하는 '재정안정, 고용안정, 소득균형'을 모두 달성하면서 경제적 제도군에서 세부적인 부분에서 친화적인 제도적 체제를 형성하는 것의 중요성이 인정되었다. '능률성'을 중심으로 경재원리에 의해서 자유시장경제의 국가운영이 세계화, 4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더욱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아래 그림과 같이 자유시장경제에서 조정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점진적이고 장기적으로 바꾸어가는 대장정이 시작되어야 한다. 조정시장경제로 가려면 단순히 금융체계나 기업지배구조를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고 정부, 시민사회, 시장,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회와 국가, 제도와 복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인식의 혁명과 혁신이 먼저 있고 그러한 흐름에서 사회적 합의에 따라서 국가의 운영원리를 전반적으로 바꾸는 작업들이 이어져야 한다.



세계화의 추세는 전체적으로 보면 사회민주주의라는 운영방식으로 동형화되고 있고 이러한 커다란 흐름 아래서 고용체계와 직업교육훈련체계가 '히든챔피언'을 양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소위 메이커스 시대라고 할 수 있는데 소품종 다량생산의 제1의 기계의 시대가 가고 소품종다량생산(Diversified Quality Productioin)의 제 2의 기계의 시대가 왔다. 엘론머스크의 뉴럴링크나 구글의 알파고, 3D 프린팅 기술이나 사회혁신과 같은 주제들은 새로운 경제체제 하에서 자유롭게 연결이 가능한 방식으로 사회구성이 일어나야 한다. 숙력노동자들의 양성과 함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겸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공저하다는 착각'의 결말에서 마이클샌델은 결국 '기회의 평등도 아니고 결과의 평등도 아닌' 조건의 평등을 이야기했다. 직업훈련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나라에서는 누구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조건'이 마련되어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실업급여도 2년간 지급되고 새로운 직업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국가에서 무료로 지원이 되어 대학교육 수준이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기본소득에 있어서도 핀란드 정부는 2019년 기본소득실험이 실패했다고 선언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복지조건이 너무 좋아서 기본소득이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2019년 핀란드는 행복지수 1위 국가로 상승했으며 국가차원의 AI인 오로라AI를 만들어서 시민들에게 정보격차를 해소할 조건을 제시했고 핀란드 총리실은 실험문제를 강조하며 온라인플래폼에서 시민들이 직접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마을학교 프로젝트도 그렇게 해서 탄생했는데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시골마을에서 학교의 형태는 마을 전체가 학교가 되어서 스포츠센터에서 체육을 배우고 미술관에서 미술수업을 듣고 동네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조건의 평등에서 부터 시작한 복지국가는 앞에서 논의한 것처럼 점진적으로 국민들의 역량이 높아지면서 재정안정과 함께 고용안정, 소득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행정에서 단절된 사건들의 연속으로 조세저항이 발생하고 조세에 대한 부담이 역사적 맥락을 이루고 있는 시점에서 '조건의 평등'이라는 원리는 매우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한다.



3) 개체론과 정부 특징


    결국 한국행정은 정부 3.0의 수준을 한껏 끌어올려야 한다. 2018년 정치스타트업 와글에서 발표한 온라인 플래폼에 대한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아래 표 3과 같이 정부모델을 정리했는데 결국에서는 상생모델로 참여할 수 있는 정부형태로 고민하게 되었다. 인간과 기술의 공생관계에서 참여민주주의와 숙의 민주주의가 가능해지는 새로운 정부 모델이 제시되어야 한다. 시민을 대상으로 놓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식으로는 사회적 난제와 다양한 역사적 위기들, 경계선 앞에서 제대로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정치제제의 연동과 함께 정부형태는 결국 시민사회와 상생하면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공론장을 개설하고 공론장에서 만들어지는 '공공선'을 시스템에 반영하여 문제해결의 기제로 삼기 위해서는 기술의 역할이 한층 더 중요진다. 최근에는 세계화의 추세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정당인 스페인의 '포데모사'는 정당지지율 12%까지 차지한적이 있지만 디지털 기반의 전국적 서클로 운영되고 있다. 대만이나 캐나다와 같은 국가에서는 시민들이 '시빅테크'라 불리는 기술기반의 민주정치와 문제해결, 사회혁신 기제들을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정부와 협의하여 해결하고 있다.

    스페인의 디사이드마드리드 같은 경우 지방정부에서 시민조직과 함께 해결한 노하우들을 사회적 자본으로 전환하여 공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서 정부의 형태도 시민들이 직접 운영할 수 있는 부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을 충분히 준비한다면 전자정부차원에서 스마트시트로의 전환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데 있어서 대의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빅데이터와 AI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 독일이나 핀란드의 도시들은 도시재생과 연결해서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고 있고 이에 따라서 행정의 역할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촉진자의 역할로 바뀌고 있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와 네트워킹 조건이 마련되어 있고 기술발달도 매우 빠른 편이다. 기술의 조건은 우위에 있지만 사회적 합의, 투입의 측면에서의 문제가 사회적 갈등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서 발전과 대응의 속도를 늦추고 있는 차원에서 정치적인 공공선과 사회적 합의를 먼저 이루어 '변화의 방향'을 설정한 후 스피드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와글 p58
와글 p59


    이러한 제도설계와 행정의 방향성이 안정화되면 시민들이 참여해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인센티브 구조가 형성된다. 그때서야 마이클 샌들이 이야기한 일의 존엄성과 인간의 가치, 공동선과 공동체의 우선성을 논의해볼 수 있다. 역사적인 맥락에서 자본주의 이후 민주주의, 제도가 셋팅된 한국적 상황에서 반대로 제도가 셋팅된 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논의를 새롭게 할 수 있다. 역사적 제도주의의 최근 경향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개인의 미시적인 변화와 제도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가 경험한 것처럼 2017 촛불혁명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지만, 기회가 왔을 때 제도적 준비와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는 책임져야 하는 이야기가 된다.



    에릭울린 라이트는 그의 책 리얼유토피아에서 변혁에 대해서 새로운 발생을 이야기한다. 변혁에는 단절적인 변혁이 있고 틈새적 변혁이 있다고 주장한다. 단절적인 변혁은 이상적이며 한번의 사건으로 변혁이 일어난다고 가정하며 보통 혁명적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반대로 틈새적 변혁은 무정부주의나 자율주의라는 입장에서 우연성에 근거한 이상적인 변혁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추새와도 같이 사회민주주의는 공생적 변혁을 이야깋하는데 사회적 약작을 위한 개혁단체들의 공공선이 국가의 행정체계 안에서 점진적인 사회공학에 의해서 인프라와 보험제도와 같은 복지정책을 설계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III. 결론


    제도적 상보성과 지속가능성을 생각해보면 서론에서 거론한 정도전의 개혁에 멈춰선다. 과연 정도전이 설계한 조선왕조 500년의 국가 설계는 공정했을까? 사대부들의 나라, 왕보다 귀족들이 우선권을 가지고 유교적 전통으로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 과연 공정했을까? 신분제도는 그대로 유지한 체로, 다양성이나 다양한 잠재성을 무시한채로 500년을 버텨온 것은 과연 잘한 일일까?

    현재의 제도가 변화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현상을 유지할 수 있는 원인이 전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의 역사적인 맥락에서 제도들의 층위와 친화성은 또한 새로운 변화의 독립변수가 되어서 새로운 세상의 종속변수가 되기도 한다. 존재론에서부터 제도와 기계, 기술과 AI를 설정하여 변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인식론적인 연결성을 통해서 국가운영의 새로운 운영원리를 만든다면 행동의 변화와 실행에서의 변수들은 어쩌면 그렇게 큰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메타버스와 같은 디지털세계의 확장이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에 신공공관리론을 넘어서 신거너번스, 사회적 합의주의와 같은 정치체제의 변화가 경제체제의 변화로 이어지고 이것이 종속변수로 복지제도를 변화시키는 원인 되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도, 양극화도, 격차의 문제도 사회적 합의에 의해서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체제를 꿈꿔 본다.



- 끝 -


https://youtu.be/Q0AhTKnGK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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