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하면 생각하는 것들
벌써 36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는 35세를 먹었다
광주에서는 그날의 함성이,
총성이 빗발치는데도
나의 핏발은 보이지도 않는다
세상을 변화 시킨다고
한껏 떠들며
자랑했는데
결국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관심이 없었다
한국 역사에
한국 현대사에
결국 주인없는 집에는
삯군들이 와서
주인행세하는 법이 아닌가
나는 이 땅에 태어나서
이 땅에서 나오는 곡식과
이 땅의 공기를 마시면서도
나는 무조건
이 땅을 제외한
세상을 변화 시킨다 했다
콩고에서 굶어 죽는 아이들 모습이
너무 아파서 나는 콩고로 가겠다고 했다
인도에서 신문지 덮고 자는 아이들의 모습에
더 이상 볼 수 없다 꼭 외교관이 되어서
저 아이들 도우러 가야지 했다
케냐에서 의약품 없어서
아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다음에 내가 다시 꼭 오리라 했다
그러나
서울역 광장의 차디찬 바닥에서
굶어 죽어가는
저 아저씨의 옷깃 한번
여며주지 못했고
엄마 아빠 없이
힘들게 설거지고 하고
빨래하는 소녀가장의
어깨한번 두드려주지 못했고
저 산동네의 아이들이
연탄없어 추위에 떨때도
그 손 한번 잡아 주지 못했다
나는 사랑을 외치고
사랑을 나눈다고 하면서
세상을 알고자
세계를 누볐지만
정착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우리 대한민국의 여러곳에는
절대 찾아 가지 않았다
나에게는 대한민국은 세상이 아니었다
변화의 대상이 아니었다
무시의 대상이었고
먼가 낡고 지긋지긋한 장애물이었다
나는 이들의 눈빛을 애써 외면했다
종로를 걸으며 두손두발없는
청년의 땀방울을 외면했고
지하철에서 껌을 파는
새까만 할머니의 손을
앵벌이라는 이유로 외면했다
그들의 부끄러움 보다
비참하고
비겁한 그들의 모습이 싫다했다
그러나 그들의 생계에는,
오늘의 그들의 고달픈
삶에는 관심이 없었다
바른말하기로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음서도
바른 삶으로 바른 마음을 가지고
이웃에게 다가가는 것은
피했다
왜냐하면
나 때문에 세상이 이렇게 되었다는 신앙의 메저키즘이 아니라
내가 돌보았음 더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른거려서 불편했기 때문이다
대면하게 되면,
허영때문에
나의 안락함 때문에
외면했던 그들의 얼굴이
기억나기 때문이다
피했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추구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이 삶을 누린다고 했지만
정작 나는
그들을 도우려고 나서지 않았고
그들을 사랑하려고
다가가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는 지금도
나는 그럴 용기가 없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지금의 마음도
그럴 마음이 별로 없다
하나님의 사랑은 변함이 없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대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하나님은 가라고 하는데
나는 안 간다
지금 당장 시험이 중요하고 취직이 중요하니깐
학생은 학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정당성이 있으니깐
518의 총성은 그렇게 시작해서
수 많은 죽음위에
상부의 명령이라는 정당성으로
그들은 간첩이고 빨갱이라는 명목으로
합리화되었다
그러나
힘껏
짓밟힘을 당했지만
애석하게도,
지금까지도
우리의 역사는
우리에게 잘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것이 다 거짓말 이었음을
결국은 내가 편하고
결국은 좀 더 불편하지 않게 살기 위한
우리의 변명이었음을.
왜 하필
이렇게 좁은 길로 가려고 결단했을 때에야
이렇게 많은 이들의 눈빛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모르겠다
이 대한민국에서
이유없이 죽어가고 구타당하고 연행당하고 삶을
빼앗겼던 영혼들 만큼이나
지금도
소외받고 차별받고 아파하는
사람들의 심장소리가 들리는 이 밤에
청년은 울더라도 씨를 부려야 한다
울더라도.
518이 이렇게 지나간다
어느스타들의 후일담이나
파경 소식으로
혹은
난데 없는 건물 무너졌지만
아무도 안 다쳤다는
평소에는 나올 것 같지 않는 기사에
메시가
인터뷰하는 장면에
518의 진실은
또 우리의 아이들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유리왕 유희의 카드
몇장으로 재미나게 노는
아이들 앞에
장난감같은 총 몇자루에
죽어간 수 많은 영혼들의
울음은 이내 모습을 감춘다
아아
대한민국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나름의 답으로
나름의 길로
시대에 응답하고
세상의 변화에
다가가야지
그래야지
...
정오의 태양을 응시할 용기가 없어
새벽을 두려워하던 때는 끝났다
이제 준비해야한다
그러나 기회는 한번일게다
이웃들과 함께
호흡을 가다듬고
변화를 만들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