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을 위해 내가 노력할 때
나는 자유이다
땀 흘려 힘껏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이다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이다
피와 땀을 눈물을 나워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밖으로는 자유여, 형제여, 동포여! 외쳐대면서도
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김남주_자유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자유가 아닌이상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나는 자유인이다
모든 사람이 친구가 되지 않으면
나는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마음을 돌이켜 원수와 친구가 되려는
노력없이 어찌 자유를 말할 수 있으랴
피흘리는 친구를 보고 낄낄거리며 좋아하는 내가
어찌 자유인이라고 할 수 있으랴
허영으로 가득찬 마음에 위선으로
옷을 입은 이들에게도 친구가 될 수 있을란가
피와 땀을 한번도 흘리지 않고도
내일은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이들에게도 친구가 될란가
내 자신을 속이는 자유에서
도망처서 나 자신을 나로 만드는 둥지로 돌아오기까지
포기해야 했던 자유의 탈을 쓴 굴종에서
다시 붙잡아야 했던 고통의 굴레
이제는 다시 만인을 위해 노래할 때
진정한 자유가 임하기를 기도하는 시간
원수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면
나는 친구들 곁에서 자유를 누릴 텐데
무엇인가를 하고 안하고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친구가 될 것인가 아닌가를 선택하는 자리
자유가 호랑이처럼
으르렁 거리면서 주위를 멤돈다
마치 젊은 나이에 작고한 시인이
내 주위를 어슬렁 거리는 것처럼.
나는 친구들을 위해서
땀과 피를 흘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