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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술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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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Oct 11. 2021

희망이 있다

김남주_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내가 심고 가꾼 꽃나무는
아무리 아쉬워도


나 없이 그 어느 겨울을
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땅의 꽃은 해마다
제각기 모두 제철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늘 찾은 별은
혹 그 언제인가


먼 은하계에서 영영 사라져
더는 누구도 찾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하늘에서는 오늘밤처럼
서로 속삭일 것이다. 언제나 별이

내가 내켜 부른 노래는
어느 한 가슴에도


메아리의 먼 여운조차
남기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의 노래가
왜 멎어야 하겠는가 이 세상에서..

무상이 있는 곳에
영원도 있어 희망이 있다.


나와 함께 모든 별이 꺼지고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내가 어찌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가.


김남주_희망이 있다




우리 모두 예언자가 되어야 하리

희망을 보기 위해서는


강철같은 어두움을 뚫고

보이지 않은 바다 깊은 곳에서도


하늘의 별을 바라볼 줄 아는

예언자들의 노래가 있어야 하리


우리는 모두 가수가 되어야 하리

삶의 노래가 끊어진 곳에서


아무도 기대할 수 없고 기억할 수 없는

호흡이 바닥난 곳에서


아가미로 숨을 쉬는 방법을

구성진 가락으로 노래하여야 하리


그 언젠가 예언이 사라진 곳

노래가 끊어진 곳에서


희망이 있다라고 외칠 수 있는

다음에 오는 아이들의 눈빛이


활활 타오르고 있기에

여전히, 그리고 또 조금씩


희미한 시력으로라도 보고

꽉막힌 성대라도 부르자


희망이 있다_민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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