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고 허물며, 심고 세우며

예언자들의 상상력

성경은 어렵다. 읽기도 어렵고, 해석도 어렵고, 적용도 어렵다. 그런데 어려운 마음이 들었다는 것은 그래도 이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마음에 심어보겠다는 심산이어서 그래도 다행이다. 이스라엘은 성경에서 특별한 존재이기 보다는 하나의 본보기였다. 민족들 중에서도 가장 작았으며, 그렇게 영악하고 심술궂을 수가 없었다. 그 민족보다는 어떤 민족이라도 충분히 더 괜찮았다. 그런데 한가지 이스라엘 민족에게는 '잘 갈아진 밭'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하나님이 말씀하시면 잘 심었고, 아니라고 하면 잘 뽑았다는 것이다. 그냥 하나님이 말씀하시니깐 실천했다가 아니라, 아닌거 알면서 의심을 가득심고서도 한번은 해보았다는 것이다.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런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그렇게 했다. 

인간이 어떤 세계를 바라보는 것의 영역은 그 사람이 가진 '신화적 상상력'의 한계 만큼이다. 사실 신화적이라고도 그런게 '신화'라는 시기에 만약 우리가 있었다면 그것을 전혀 신화로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일상이었을테니깐 말이다. 그러니깐 신화적 상상력이란 있었던 현실에 자신의 현재를 투영해서 만든 하나의 세계이다. 이러한 세계에서 인간은 자신이 나아갈 이유도 찾고, 자신이 하는 행동에 정당성도 부여한다. 대부분의 신화적 상상력은 어떤 인물이 있고, 그 인물이 했던 일들이 하나의 사건이 되어서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주게 된다. 그래서 하나하나의 사건이 상상력의 한계를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스라엘이 '예언자적 상상력'을 가지게 된 것은 예언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겪었던 사건이 축적된 결과이다. 

사회에 대한 냉철한 비판과 함께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예언자들은 2가지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사회에 대한 냉철한 비판과 함께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이 두가지 중에서 한가지만 있으면 예언자가 아니라 사기꾼이거나 냉소주의자가 된다. 성경에서 예언자들은 하나같이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호소했고, 하나님께서 하실 일들에 대해서 미래의 비전을 제시했다. 사람들은 예언자의 상상력의 범위만큼 상상을 했고, 상상의 한계만큼 움직일 수 있는 반경을 가지게 되었다. 믿음이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라고 하는 말은 바로 이러한 것이다. 상상력의 한계만큼 우리의 믿음은 자라난다. 상상력이 사라져버린 시대에 믿음도 사라져버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상상력이 사라져버린 이유는 예언자들이 사라져버린 것과 상관성이 있다. 

예언자의 상상력은 현실에 뿌리박힌 고정관념과 편견, 냉소와 방어벽를 뽑고 허문다. 또한 미래에 대한 새로운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심고 세운다. 예언자가 타락하면 반대가 된다. 현실에 대한 인정과 타협, 그리고 기존체제에 대해서 소외와 배제, 빈곤을 남겨두는 방식으로 예언한다. 미래에 대해서는 반대로 냉철한 비판과 함께 절대로 그 미래가 오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예언자의 타락은 상상력의 한계가 점점 좁아지게 되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 예언자는 그러나 엘리트는 아니다. 누구라도 될 수 있다. 2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면 누구라도 예언자이다. 성경을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모두 예언자이다. 다만, 타락하느냐 아니냐라는 갈림길에 서 있을 뿐.

예언자적 상상력이 회복되면, 결론적으로 우리 삶 속에서
'상징'을 해석하는 관점이 달라지게 된다. 

다양한 상징들 속에서 미래와 현재를 구분하고 뽑고 세우며, 허물고 심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성경은 어렵다. 그러나 또한 점점 쉬워질 것이다. 성경을 통해서 일정한 맥락이 보이기 때문이다. 심는 사람과 세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뽑고 허무는 사람들을 보자. 그들이 과연 무엇을 뽑고 무엇을 허무는지를, 어떤 것을 세우고 어떤 것을 심는지를. 역시 나 역시 무엇을 뽑고 무엇을 세우며, 무엇을 심고 무엇을 뽑을 것인가? 스스로에 대한 성찰에서부터 시작해서 현재에서 미래로 열려진 길로 걸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