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터십칼리지에서 배우는 샬롯메이슨의 지혜
살아가는게 팍팍한 이유는 살아가면서 맺는 관계가 팍팍하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그럼 왜 관계가 팍팍해질까? 상대가 이상한 사람이거나, 내가 이상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왜 이상한 사람이 되었을까? 여기서부터 이제 고민이 된다. 왜 그 사람은 그렇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그 사람도 누군가가하는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가지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도 하나의 관계였을 것이다. 때로는 누군가가 주입한 관계의 방식이고, 어떤 때는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였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삶이 팍팍한 사람들에게는 팍팍한 관계들이 있다. 팍팍한 관계들은 '영혼'을 소멸하게 만들고, 만나면 만날수록 서로를 미워하게 된다. 원래 인간이 이렇게 만들어져서였을까? 아니면 원래는 아니였을까?
홈스쿨의 어머니인 영국의 '샬롯 메이슨'은 이렇게 인간의 관계가 깨어지고 팍팍해지는 이유는 '영혼의 언어'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이야기의 시작은 결국 '살아있는 책'을 멀리하고 '죽어있는 책'을 읽고 공부했기 때문이다. 샬롯메이슨은 아이들이 죽어 있는 책을 읽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삶도 살리기 힘달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살아있는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또 사람들과 더욱 깊고 풍성한 관게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샬롯메이슨은 '리빙북'개념에서부터 시작해서 '나래이션'개념까지 만들었다. 오늘은 초등보완교육과정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샬롯메이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다음은 살롯메이슨이 이야기한 '살아있는 책'에 대한 문장들이다.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핵심은 '영혼'을 다루는 일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처음에는 백지로 태어났다가 자기 안에 잠재력을 꺼내고 만들어가면서 아름다운 인간으로 자라난다. 아름다운 인간으로 만들어져기 때문에 점점 더 아름다운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아름다운 영혼이 상하고 깨어진 상태로 계속 방치되면 인간은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폐기해 버린다. 원래부터 세상이 이렇게 어그러진 방식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살아있는 책이 필요한 것이다.
살아있는 책에 대한 이해
“우리는 아이에게 끔찍한 작은 교과서, 단순한 사실들의 나열을 주고는 다 외어서 시험을 보도록 합니다.[아니면] 미지근한 죽의 형태로 된 각종 지식을 주곤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신] 위대한 사상가들의 신선한 사상을 담은 책들을(living books)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사상을 담은 책은 아이들의 정신을 위한 건강한 양식입니다.
“교육은 생명입니다. 이 생명은 사상을 먹고 살지요. 그리고 사상은 그 뿌리를 영혼에 두고 있습니다. 창조자 하나님이 그렇게 만드셨어요. 사상은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야 얻을 수 있습니다. 입에서 입으로, 글로, 성경 말씀으로, 음악으로, 미술 등으로요. 우리가 음식을 먹여 아이의 몸이 자라게 하듯
아이의 정신은 사상들을 먹여 자라게 해야 합니다. 우리가 맡은 일은, 풍성하고 다양한 사상을 아이가 만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며, 그 중에서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고르는 것은 아이가 할 일이지요.”
사상은 문학이라는 옷을 입을 때에 독자의 마음 속에 불을 붙이며 결국 삶에서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됩니다. 아이들이 건강한 창의력과 훌륭한 문학성을 가진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무조건 항상 독창적인 사상가의 책만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이류의 정신을 가진 사상가가 오히려 우리의 목적에 더욱 적합한 책을 주기도 합니다. 사상을 현실적인 문제와 잘 접목하고 소화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이든 경직되고 성급한 규칙을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건강한 사상과 훌륭한 문학성을 띈 책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갈 때, 아이들은 건강한 생각 습관과 성품을 기르며, 책 뿐만 아니라 사상, 사람, 환경, 그리고 하나님과도 풍성한 관계를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죽어있는 책
사실들만 건조하게 나열되어 있는 책
“필요한” 것들만 골라 나열한 단조로운 책
가독성을 빌미로 내용을 희석하거나 여러 저자들의 글을 짜집기 요약하여 활력을 상실한 책
학교교과서나 문제집, 프린트물
살이있는 책
메마른 사실만이 아니라 진실되고 영감을 주는 사상을 담고 있는 책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살찌우고 인간성을 형성하며 독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사상에도 불을 붙이는 책
저자가 특정 주제에 대해 열정을 지니고 마치 옆에서 이야기하듯 써 내려간 책 뚝뚝 끊어지거나 낮은 수준의 문장이 아닌, 잘 쓰여진 책
감동적이어서 저자가 말하는 내용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도록 하는 책
교육의 목적은 무엇일까? 샬롯메이슨은 교육의 목적은 인간성 회복과 관계의 회복이라고 말한다. 샬롯메이슨은 성경을 살아있는 책의 효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살아있는 책을 읽고 살아있는 생명으로 발돋움하는 교육은 그 자체로 인간의 회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교육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 인간과 사물 사이에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을 마치고 얼마나 더 많이 알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것에 사랑을 품고 있는가'이다.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고, 얼마나 많은 사물들이 빛을 내고 있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교육인 것이다. 교육을 이렇게 포지셔닝하면 교육은 이제 '실용성'을 기반으로 하는 도구가 아니게 된다.
“책은 절대 죽어 있는 사물이 아닙니다. 작가의 정신과 마찬가지로, 책 역시 그 안에 활발한 생명의 잠재성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지성의 순수한 효험과 추출물을, 마치 병 안에 간직하듯 담고 있습니다. 좋은 책을 죽이는 것은 마치 좋은 사람을 죽이는 것과 같으며, 사람을 죽이는 것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선하고 이성적인 피조물을 죽이는 것입니다. 좋은 책을 파괴하는 사람은 이성 그 자체, 즉 하나님의 형상을 죽이는 것입니다.”_ 존 밀턴(1608-1674; 영국의 시인, 사상가)
살아 있는 책이 가능한 것은, 아이들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살아있는 정신은 방금 듣거나 읽은 것을 자신이 가진 언어로 표현할 때 살아난다. 단순히 암기를 하거나 요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들은 것에 대해서 새롭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덧붙여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리빙북 활동을 하는 가운데 '비권위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회와 여유를 주어야 한다. 비권위적이라는 단어는 샬롯메이슨은 Masterly in action이라고 표현했다. 아이들이 활동하는 가운데 '숙련되고 책임을 가지고 있는 섬김이'가 아이들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것이다.
“자기 말로 방금 듣거나 읽은 내용을 말할 때에, 아이의 정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이 총동원됩니다. 듣거나 읽은 내용을 알았다는 표시지요. 책의 내용을 머릿속에 그리게 되고 마침내 그 아이만의 방법으로 표현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억력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보통 비권위적인 활동을 경험하지 못한다.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들, 특히 아이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이야기하기 전에 끊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아이들을 조종하고 싶어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자신들이 보고 들은 것들을 이야기하는 '나래이션'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된다. 이러한 환경에 계속 노출되어 있으면 아이들은 점점 자신의 이야기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 버리고 단순히 누가 시키는 하게 되는 권위주의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서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그런 방식으로 행동한다. 리빙북은 이러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 '살아있는 생각'이 자신의 이야기로 나올 수 있도록 '비권위적인 행동'을 전제한다.
미국의 유명한 철학자이자 언어학자인 '노엄촘스키'는 변형생성문법을 설명하면서 인간은 무한한 '폼'을 형성하면서 언어를 만들어 간다고 한다. 그러니깐 몇개의 단어만 있으면 문장이 되게 할 수 있으며, 간단한 순서의 변화를 통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에 유행하는 GPT는 바로 이러한 이론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당연히 아이들은 이미 변형생성문법을 습득하고 자라난다. 그래서 어떤 상황을 언어로 표현하려고 하면 이미 그 안에서는 새로운 의미를 위한 순서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지고 있는 문장들을 바깥으로 꺼낼 때까지 스스로 집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책을 읽을 때 다음에 어떤 것이 나올지를 예상하고 읽는 것이 훈련의 시작이다. 자신이 생각한 것과 같다면 동의하면서 읽고,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르다면 문제가 무엇인지 혹은 다른 전개로 나아가면 어떻게 되는지를 호기심에 가득차서 읽게 도와주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도 비권위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은 자신이 이야기할 것에 대해서 스스로 집중하고, 스스로 이야기하고, 스스로 해석한다. 스스로 할 수 있을려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 시작이 바로 책이다. 책을 스스로 읽고 저자와 대화하면서 다음에 저자가 어떤 이야기를 할 지 궁금해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만약 아이들이 모르는 내용이 나왔을 경우, 선생님이 정답을 미리 알려주는 것은 금물이다. 오히려 다른 아이들에게 '혹시 이 내용 아는 사람?' 혹은 '혹시 이 다음에 어떻게 될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이 말해줄 수 있어?'라고 물어보는 것이 스스로 집중하는 훈련이 된다. 권위적인 활동이 되어 버리면 선생님이 답을 주는 존재로 인식되어 버린다. 그러면 친구들도 아니고 자기자신도 아닌 선생님이 주는 것이 진리가 되어 버린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 찾다가 주변의 친구들에게도 물어보게 되면서 서로 찾아가는 스스로 학습 공동체가 된다. 매우 쉬운 이야기 같지만, 아주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낳게 된다.
살아있는 책이라는 개념은 '살아있다'라는 의미에서 사실 '성경책'을 말한다. 킹제임스 번역으로 된 성경책에서는 bible인 성경을 'living book'이라고 말한다. 샬롯메이슨은 살아 있는 책인 성경을 읽는 사람들이 살아나는 것을 경험했다. 언어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2가지이다. 상상할 수 있는 정신의 영역과 살아가는 실재의 영역이다. 예를 들면 모든 단어는 이 2가지를 가지고 있다. '사과'라고 했을 때 우리는 기억 속에서 사고를 떠올릴 수 있고 실제로 내 앞에 있는 사과와 서로 비교하게 된다. 그러면 내 앞에 있는 사과는 '빨간색이다, 푸릇푸릇하다, 먹음직스럽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상징계는 실재계와 상상계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책은 이러한 상상계와 실재계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과정과 같다.
“아이의 이야기 이해능력을 발견해내는 일은, 마치 ‘인간성’이라는 화려하고 부요한 나라에서 금광을 찾아내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들은 문학표현을 좋아하는 성향을 타고 났습니다. 이야기를 듣거나 읽은 후에는 자기가 다시 말하고 쓰는 것을 좋아하지요.”
살아있는 책을 계속 읽고 이야기하다보면 작가가 이야기하는 상징계 속에서 상상계를 먹고 실재계를 보고 경험하게 된다. 이것들이 쌓이면서 자신도 서서히 자신의 상징계를 구성할 때, 다시 말하면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 자신의 상상과 실재의 경험을 서로 언어로 배합하는 것이다. 그러니 충분히, 풍부히 경험하고 또 다양한 체험을 통해서 살아 있는 사람이 된다.
“강의보다는, 아이가 사물이나 자연을 직접 만나도록 하십시오. 실제 사물들과 개인적 관계를 맺도록 하십시오. 우리는 아이가 “위대한 정신, 다양한 정신과 직접 관계 맺기”를 원합니다. 아이와 위대한 정신 사이에 끼어들지 마십시오.”
살아있는 책의 개념을 처음 들었을 때 전율을 느꼈다. 어떤 책은 재미있는데 공부는 왜 재미없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였다. 그 이유는 바로 살아있는 영혼이 느껴질 때였다. 그리고 책을 읽는 방법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본다. 나 역시 살아있는 책을 읽고 영혼을 살찌우고 또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고 싶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아이들의 인간성이 회복되고 관계들이 풍부해지는 세상을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과 초등과정 보완교육이라는 방식으로 하나하나 커리큘럼을 만들어가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세상을 바꾸어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