쳐들어왔다, 그 감정이
영혼이 가라앉고 슬플 때에 왜 그런지 알지 못한다
과거가 폭풍우가 쓸고 간 폐허처럼 보일 때에
인생은 허무와 짐이고
미래는 단지 죽음으로 이르는 길일 뿐이다.
_마크 트웨인
인생의 뿌리가 심하게 흔들리는 때가
어느순간 쳐들어 온다
불현듯, 인생은 붕괴되고
걸어가는 길도 보이지 않고, 잘못 걸어 온 것 같다
예전에는 내가 불쌍하게 보이고
세상이 즐겁게 보일 때 그랬는데
이제는 내가 즐거운데
세상이 깨져 있을 때 그렇다
심하게 흔들리는 세계는
사실은 심하게 부들거리는 나의 시선 때문이었다
내일을 희망할 수 없는 사람들의
식상함 속으로 완전히 몰입하는 날이 오면
하늘은 핏빛이 되어 진하기를 더하고
바다는 하얀 백사장으로 변하여 의미를 다한다
빈부에 관계 없이 인생은 희망없는
식상함의 천국이 되어 버려서
현재를 미래에게 빼앗기고
과거는 모든 기록이 삭제당하는 날이
갑짜기
가끔 덮쳐 온다
우울함이 찾아올 때는
잠시 침묵한다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잠시 멈춘다
우울함을 우울증으로 변화시켜
빨리 끝장을 내려는 현대인들의 피해망상에서
잠시 비껴내고 보면
우울함과 대면하는 순간마다
무엇인가가 자연스럽게
겨울의 한기처럼 스며든다
우울함은 인간이 자연스럽게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과거에 대한 후회가 아닐까
불현듯 찾아오는 인생의사건들 앞에
어떤 대답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할까
제한적인 인간의 두뇌와
한계에 직면한 이해범위를 내려놓고
잠시 침묵하고 잠시 우울하다
그럼 설명할 수 없이 죽어간 영혼들
이유없이 사라진 이웃들의 흐느낌이
메아리처 영혼을 흘러간다
니체의 허무주의를 너무 비판만 하지말고
왜 그렇게 허무한지를 느껴보자
초감정의 시대에
자신이 어떤 감정인지를 알게 되는 때
나는 우울한 내 자신을 보고
머라고 하지 않고 가만히 침묵하면서
자아의 울음과 이웃의 울음
시대의 흐느낌과 함께 한다
잠시 그래 잠시
우울함과 대면하여 앉아 있는 시간
오히려 살아 있음
생동감이 흘러 넘치는 세포들의 움직임이
더욱 잘 느껴지는
어느 일요일 오후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