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와 숨결

판소리 절로나는 그 길 따라

by 낭만민네이션

남도를 따라서 걷는 길

미황사에 다다랐다


세상의 가을은 어디에나 찾아왔고

남도의 끝자락에 아름답게 사뿐히 내려 앉았다


절정의 자연의 숨소리를 들을 때면

경외감이 절로 들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


산 중턱까지 숨을 헐떡거리고 올라서다가

불현듯 덮치는 엄청난 장관에 입이 탁 벌어졌다



하늘과 적절하게 공간을 나눠갖고

찾는이에게도 적당한게 나눠주는


품이 아주 넓은 은사님처럼

미황사는 그렇게 날 맞이해주었다


상처와 얼룩으로 뼈아픈 인생에게

값싼 위로보다는 차라리


자신보다 더 큰 존재들을

소개시켜주는 것이 나으리



단청이 없는 단아한 지붕이

오히려 우아함을 더해주었다


나도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무늬가 없는 듯, 힘없고 화려해보이지 않으나


고고하고 우아하고

자신의 질서를 잘 간직하는 사람


그래서 조용한 풍경소리가 들리는

그런 만남을 선사하는 사람


잠시 이런 생각에 잠겨 있으니

덤벙대며 지내온 지난날들이 생각났다


가을의 끝자락

나는 여기서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그냥 산새만으로도 훌륭한 공간에

아름드리 나무들이 줄을 섰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길

내경과 외경이 만드는 지점에서


영혼의 순수함과

생각의 단순함도 회복되는 듯


지금도 이렇게 아름다운 말이

더 없을까 찾고 있는 자신을 보면


자연세계가 주는 인상이

표상의 흐름을 이끄는 듯하다


태양도 적당히 밝고 가늘었고

초겨울 바람도 땀내음을 적절히 식혀주었다


다시 걸어가야지

온화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지

우아한 태도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