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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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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민네이션 Jan 31. 2016

밤과 향기

또 다시 그런 밤, 삼라만상이 춤추는 축제같은

또 다시 그런 밤이다

마치 마지막 축제의 향연처럼

아쉬움에 끝내 잠을 못 이루는 밤


그러나 또 한켠에서는

귀뚜라미 울음소리에도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상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아니 시작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밤의 테두리를 이루는 모습들 마다

가지 각색이지만

오늘은 더욱 더 슬픔과 아픔이 노래하는

대서사시를 보는 듯한

그런 밤이다


기분 좋은 것

즐거운 일

가슴 뛰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반대에서는


기분 나쁜 것

걱정스러운 일

가슴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는 이들이 있다


데미안의 세계처럼

나는 두 세계를 왔다 갔다 하며

울다가 웃고

웃다가 잠시 서서 뒤를 돌아 본다


소금 기둥이 된 것처럼

파티의 중간에 아무도 자신을 보아주지 않는

난감함 속에 서 있는 것처럼


결국 혼자고

결국 대상들은 사라진다


삶이라는게 인간과의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라고

하기에 그 소녀의 밤은 너무 길고

그 소년의 저녁은 너무 깊다


많은 이야기와 생각들을 나눈 낮의 기운이 사그라들고 나면

쓸쓸한 낙엽처럼 흩날리는 바람에도 날아갈 듯한

사람들의 마음이 이내 아쉽다


삶을 기쁨과 행복의 토대위에서 놓으려고만 하는

사람들 곁에 있으면 항상 나는 소외되었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못 되었다

지나가는 개미의 한숨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조막 가슴이 되어 버려서 말이다


공부를 왜 하느냐고 물었다

공부를 이렇게 한다는 사람들을 만났다

무엇이 되고 싶어 하는 이웃들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계속 고민해야 했다


누군가를 변화시키겠다던 청춘의 민낮은

까맣게 그을린 꼬마아이의 철부지 걸음이었던가


우울함을 예찬하지 않는다만

현실을 직시하기에 세상은 너무 차갑고 서러워서

매순간 눈물로 맞이해야 할 판이다


나는 그래서 다시 달렸다

밤의 모든 정서를 끌어 안고서

다시 열리지 않은 문을 향해서 뛰었다

마지막 축제의 향연을 즐기듯이


나는 우는 사람과 같이 울고

웃는 이들과 같이 웃기 위해서

나는 나의 감정을 직면하고

쓸쓸함과 외로움과 대면했다


밤은 어두웠지만 별은 빛나고 있었고

나의 가슴속에 아직도 의지는 불타오르고 있음을

몸의 언어가 살깣으로 전해주는 세미한 경련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심장이 뛰고 있었고

이내 혈관들은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래 그러지 말자

다시 시작해보자

이 어둠움이 방향을 가리더라도

이 까맣게 타버린 만물의 그림자들이

그 길을 덮어 버렸을지라도


보이지 않는 그길

보이는 마음길로 걸어가자


누군가 그랬다

보이는 것은 전부가 아니라고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들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가다가

생명을 발견하고 곧 진리에 다다른다


밤이 깊었다

아직 한숨으로 마무리하기에

밤은 너무나 짙은 향내를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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