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야 된다고! 일의 본질에 집중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
실패한 것 같은 인생,
점유율이 점점 떨어지는 기업,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 같은 브랜드가 다시 성장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을까?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었을까?
이런 질문들을 하다보니 요즘에 핫한 아식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오늘날 아식스는 2024년 유명한 일본마라톤 대회엔 '하코네 에키덴'에서 24.8%라는 점유율을 보여준다. 2021년에 0% 점유율이었던 아식스가 말이다. 이 말은 2021년 대회에서 참가자 아무도 아식스를 신지 않았다는 이야기이고, 2024년에는 100명당 24명이나 신었다는 이야기이다. 아디다스에 이어서 2위를 차지했는데, 과연 놀라운 기록이다. 불과 3년만에 무슨 일이어 있었을까?
그 핵심은 기술혁신과 브랜딩에 있다.
아식스의 전신은 1949년 고베에서 설립된 '오니츠카 상회'이다. 창업자 오니츠카 기하치로는 전쟁 직후 피폐해진 일본의 청소년들이 스포츠를 통해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신발 제작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농구화 제작에 뛰어들었으나, 당시 농구화는 제작 난도가 가장 높은 신발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오니츠카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던 중 문어 빨판에서 영감을 얻게 되었다. 제동과 점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찰력과의 싸움이다. 바다에서 험난한 물살을 버티면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문어가 생각난 것이다. 문어의 기술을 통해서 농구화의 바닥면을 유추하게 된다. 그러니깐 아식스의 성공의 시작은 바닥면에 흡착판 구조를 적용한 혁신적인 농구화를 개발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식스의 상징적인 브랜드인 '오니츠카 타이거'의 시작이다.
Anima Sana In Corpore Sano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아식스(ASICS)'라는 이름은 1977년 오니츠카 타이거가 GTO, 제렌크 등 다른 스포츠 용품 업체들과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이 이름은 고대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가 남긴 라틴어 구절의 앞 글자를 딴 약자이다. 원래 유베날리스의 구절은 "건강한 정신이 건강한 신체에 깃들기를"이라는 의미였으나, 오니츠카는 이를 "스포츠를 통해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인간을 육성한다"는 자신의 경영 철학에 맞추어 브랜드 이름으로 정착시켰다.ㅍ아식스 운동화 옆면에 그려진 네 줄의 교차 선, 이른바 '타이거 스트라이프'는 1966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을 앞두고 개발되었다. 이는 단순히 디자인적 요소가 아니라, 발의 측면을 단단하게 지지하여 신발의 내구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기능적 설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늘날 이 줄무늬는 아식스만의 독보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글로벌 1위 기업인 나이키의 뿌리에도 아식스가 있다는 사실이다.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는 대학 시절 일본 여행 중 오니츠카 타이거의 품질에 감탄하여, 미국 내 독점 판매권을 따냈다.
나이키의 전신인 '블루 리본 스포츠'는 오니츠카 타이거를 미국 시장에 팔면서 성장했으며, 나이키의 초기 기술력 상당 부분은 오니츠카 타이거와의 협력 과정에서 축적된 것이다. 이후 두 회사는 갈라섰지만, 아식스는 여전히 그들만의 독자적인 기술적 정체성을 유지하며 러닝화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아식스는 수십 년간 '젤(GEL)' 기술로 전 세계 러닝화 시장을 호령했다. 하지만 이 성공이 오히려 독이 되어 변화를 거부하는 '기술적 매너리즘'에 빠졌다. 2017년 나이키가 탄소 섬유판(Carbon Plate)을 넣은 두꺼운 미드솔의 '베이퍼플라이'를 선보였을 때, 아식스 엔지니어들은 이를 "에너지 효율은 좋지만 부상 위험이 크고 전통적이지 않다"며 과소평가했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2018년 아식스는 약 200억 엔(한화 약 1,800억 원)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특히 일본 육상의 자부심인 '하코네 에키덴' 대회에서 모든 선수가 나이키의 '분홍색 신발'을 신고 달릴 때, 아식스를 신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는 '점유율 0%' 사태가 벌어지며 브랜드의 존재 가치 자체가 부정당했다.
비로소 위기를 느낀 아식스는 변화를 시도했다. 그 전까지 세웠던 전략을 뒤로하고 시대의 흐름과 과학적인 기술개발 그리고 자신들만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하나로 모았다. 그 시작은 2019년, 기존의 모든 관습을 타파하기 위해 'C 프로젝트'라는 비밀 병기 팀을 조직했다. 'C'는 'Challenger(도전자)'와 'Courier(전달자)' 등을 상징했다. 이들은 나이키를 모방하는 수준의 베끼는 것이 아니라, 아식스 스포츠 과학 연구소(ISS)에 저장된 수만 명의 러너 데이터를 다시 뒤졌다. 한가지 희소식이 있었다. 아식스 연구팀이 나이키의 슈퍼슈즈가 모든 러너에게 만능이 아니라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결국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서 아식스 연구소는 나이키가 보폭을 넓게 가져가는 특정 유형에게 최적화되어 있었으나, 발을 빠르게 굴리는 유형에게는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주 작은 틈새였지만 아식스는 여기서 '맞춤형 혁신'이라는 틈새를 찾아냈다.
세계 최초 '주법 맞춤형' 솔루션
메타스피드 시리즈의 탄생
아식스는 러너의 유형을 '스트라이드(Stride)'와 '케이던스(Cadence)' 두 가지로 완벽히 분리하여 제품을 개발하는 전례 없는 도박을 감행했다. 구분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아식스가 분류한 2가지 러너 유형
메타스피드 스카이 (스트라이드 러너용): 보폭을 넓혀야 하는 러너들을 위해 탄성이 강한 'FF 블라스트 터보' 폼을 미드솔 상단에 집중 배치했다. 카본 플레이트를 발바닥에 가깝게 평평하게 삽입하여, 지면을 찰 때 수직 반발력을 극대화한다. 이를 통해 러너가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을 늘려 자연스럽게 보폭을 확장시킨다.
메타스피드 엣지 (케이던스 러너용): 발을 빠르게 구르는 러너들은 보폭을 늘리려다 오히려 리듬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아식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카본 플레이트의 모양을 곡선형으로 설계해 미드솔 하단에 배치했다. 이는 발이 지면에 닿고 떨어지는 과정을 더 매끄럽고 빠르게 만들어, 러너가 자신의 리듬을 유지하면서도 더 적은 힘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돕는다.
이제 조금 더 들어가보자. 아식스의 혁신은 핏한 디자인의 레이싱화만 만든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몇십년간 고집헸던 기존의 딱딱했던 '젤' 중심의 미드솔에서 벗어나, 가볍고 반발력이 극대화된 에어 폼 소재인 'FF(FlyteFoam) 블라스트' 시리즈를 완성했다.
특히 카본 판이 없으면서도 두툼한 미드솔로 최상의 쿠셔닝과 반발력을 제공하는 '슈퍼 블라스트'는 전 세계 러너들 사이에서 "훈련용과 실전용을 모두 잡은 역대급 신발"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혁신과 성능을 모두 잡은 블라스트 시리즈는 발매하자마자 품귀 현상을 일으켰다. 이 혁신적인 승리는 아식스가 앋디다스나 나이키를 모방하는'추격자'가 아니라 다시 업의 본질에 근접한 라닝계의 '선도자'가 되었음을 선포한 계기였다. 그리고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라이프스타일에 도전으로 아식스 문화를 부활시키다!
키코 코스타디노브'와 고프코어
아식스의 부활은 러닝 트랙 밖에서도 일어났다. 러닝의 핵심이 기술이라면 일상의 핵심은 디자인이다. 아식스는 과거의 투박한 디자인을 세련된 패션 아이템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영국의 천재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급 파트너로 영입했다.
키코 코스타디노브가 재해석한 아식스의 스니커즈들은 '아빠가 신던 운동화'에서 '청년들이 좋아하는힙한 패션 아이템'으로 변모했다. 2020년대 들어 유행한 고프코어(일상복처럼 입는 아웃도어 패션) 및 Y2K 트렌드와 맞물려, '젤 카야노 14'나 'GT-2160' 같은 모델들은 리셀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현재 아식스는 일본 시장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러닝화 점유율 1위를 다투고 있다. 2024년 하코네 에키덴에서 아식스 점유율은 약 30%까지 회복되었다. 이제 아식스는 나이키의 독점 체제를 무너뜨린 유일한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아식스의 성공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보여지는 마케팅의 승리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시작은 본질 즉 업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애니마 사나 인 코포레 사노(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창립 이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러너의 발을 가장 깊이 있게 연구하는 '진정성'이 나오게 되고, 기술적 혁신이 탄생한다.
우리 미쳐야 된다고!
이정효 감독의 열정이 귓가를 멤돈다. 본질에 접근하면 미친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 본질에 집중하는 사람들에게 시간과 데이터가 주어지면 결국에는 혁신을 이루어 낸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그리고 아식스까지 사람들을 모두 운동선수로 만들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다. 이렇게 정리를 하면서 나는 나의 '업'에서 어떻게 본질에 집중하고, 또 새로운 혁신을 만들 것인가?라는 숙제를 떠 맡게 되었다.
진정 미치지 않으면 답이 없다. 미쳐야 한다. 그러나 미치기만 해서는 안되고 끊임없이 노력하되 데이터와 과학 그리고 일의 본질이라는 방향을 가져가야 한다. 지금 나에게 남아 있는 자원을 생각해보고, 방향을 설계하며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변화를 만드는 것. 미친 사람들의 특징이기는 하다. 내가 처음으로 아식스를 사볼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나이키의 핵심 전략은 '엘리트 퍼포먼스의 상업화'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기록을 경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기술을 일반 대중에게 전이시키는 방식이다.
카본 플레이트의 선구자 (Breaking2 프로젝트): 2017년 인류 최초로 마라톤 2시간 벽을 깨기 위해 기획된 'Breaking2' 프로젝트를 통해 '베이퍼플라이'를 선보였다. 이는 기존의 얇은 레이싱화 개념을 파괴하고, 두꺼운 탄성 폼 + 카본 플레이트라는 새로운 표준을 정립했다.
에코시스템 구축 (Nike Run Club): 단순히 신발만 파는 것이 아니라 NRC(Nike Run Club) 앱을 통해 유저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이를 통해 충성도를 높이고, 수집된 데이터를 제품 개발 및 마케팅에 즉각 반영하는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을 구사한다.
공격적인 마케팅 (The Swoosh Effect): 나이키는 스포츠의 '승리'와 '도전'이라는 이미지를 브랜드와 동일시한다. 엘리트 선수의 기록 단축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워 "이 신발을 신으면 나도 기록이 단축될 것"이라는 심리적 기대를 자극한다.
아디다스는 나이키의 기술력에 대항하면서도,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로 차별화를 꾀한다.
소재 혁신의 아이콘 (Boost & Lightstrike): 나사(NASA)와 협력하여 개발한 '부스트(Boost)' 폼은 러닝화 시장에 쿠셔닝 혁명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나이키의 카본화에 대항해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시리즈를 출시하며, 유리섬유 에너지 로드(EnergyRods)라는 독자적인 탄성 기술을 선보였다.
패션 하우스와의 협업 (High-Fashion Fusion): 아디다스는 오리지널스 라인을 통해 프라다, 구찌, 발렌시아가 등 명품 브랜드와 협업하며 스니커즈를 단순한 운동기구에서 '문화적 자산'으로 격상시켰다. 이는 러닝화 기술이 일상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스며들게 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지속 가능성 전략 (Made to be Remade):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한 '파를리(Parley)' 컬렉션이나 100% 재활용 가능한 '울트라부스트 DNA 루프' 등을 통해 환경에 민감한 MZ 세대의 가치 소비를 공략한다.
https://digitalchosun.dizzo.com/site/data/html_dir/2023/06/29/2023062980217.html
http://www.youtube.com/watch?v=XWm4gKIYFgU&start=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