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낭만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민네이션 Jun 15. 2018

당신과 이름

마주보기 - 에리히 케스트너

너와 내가
당신과 당신이 마주봅니다


파랑바람이 붑니다
싹이 움틉니다

고급수학으로
도시의 성분을 미분합니다


황폐한 모래더미 위에
녹슨 철골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서로서로 핏발선 눈들을 피하며
황금충떼가 몰려다닙니다


손이 야구장갑만 하고
몸이 미이라 같은 생물들이


허청허청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립니다


우리가 쌓아 온 적막 속에서
우리가 부숴 온 폐허 위에서


너와 내가
당신과 당신이 마주봅니다


파랑바람이 붑니다
싹이 움틉니다

피곤에 지친 눈을 들어
사랑에 주린 눈을 들어


너와 내가
당신과 당신이 마주봅니다

마술의

시작입니다


마주보기_에리히 케스트너




나의 이름과

당신의 이름이 마주봅니다


당신이 붐니다

바람이 좋습니다


당신의 이름 하나하나에 연대해있는

세상의 단면들이 마음에 수를 놓습니다


당신이 불어가는 산등성이마다

봄바람이 불어옵니다


당신의 이름 하나에도

제 마음에는 이렇게 꽃이 핍니다


영혼에 굶주린 사람을

그레이트 헝거라고 한다면


저는 당신의 향기에 굶주린

그레이트 헝거입니다


우리가 쌓아온 높이만큼

우리가 들여온 깊이로 내려갑니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마술과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이 순간

폐허 위에 역사를 세우고


모래위에서도

튼튼한 건물을 세웠을겁니다


나의 이름과 당신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습니다


같은 시대에 같은 공간에

함께 쌓여져 감이


마술의

시작입니다


모든 것이 변할 것입니다

제 마음부터요.

매거진의 이전글 이해와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