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칵테일, 러브, 좀비 - 조예은

모두에게 외면 받던 감정들의 깜찍한 반란

by 민네


4개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단편집.

정보 없이 선택한 책이라 처음에는 잔혹하고 기괴한 분위기에 놀랐다.

하지만 이내, 참아온 감정들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통쾌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칵테일, 러브, 좀비』 속 사건들을 깜찍한 반란이라 칭한 이유는,

이야기 속 감정들이 인정받지 못하고 사소하게 취급되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그 정도 가지고 왜 그래" 라는 말을 들었던 감정들.

우습게 여겨졌던 이 감정들은 좀비가 되고, 귀신이 되고, 결국 사람을 죽이기 시작한다.

극단적으로 치닫는 감정들은 "나를 무시하면 터져버릴지도 몰라!" 하는 장난기 어린 복수처럼 느껴졌다.



특히 「습지의 사랑」 속 '물'의 감정에 깊이 이입했다. 마을 사람들은 물을 귀신이라 칭하며 피했다.

그의 마음 속엔 늘 '결핍'이 자리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숲 만큼은 물에게 먼저 인사를 건냈다.

늘 조용한 일상을 보내던 물은 숲을 기다리게 되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 먼저 발을 딛고 손을 내민 상대에게 마음을 주는 건 당연했다. 물의 결핍을 채워준 숲을 향한 마음은 어떤 면에선 '사랑'이란 말로는 부족하게 느껴졌다. 결국 인간의 이기심 앞에서 물과 숲은 자연 속에 같이 사라지는 결말을 맞이한다.



많은 의견들이 있겠지만 나에겐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느껴졌다.

사람들에게 외면받고,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때로는 공포의 대상까지 되기도 했던 둘이 끝내 함께 사라지는 엔딩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초대] 속 '태주' 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떠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채원을 괴롭힌 가시를 빼내고 정현을 제 손으로 처리하게끔 만든 태주는 구원자일까?

글 속에서 태주는 계속해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쩌면 태주는 채원의 또 다른 자아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현의 빛나는 모습을 담아내던 조각상을 바닥에 내던져 버리던 순간, 시간이 지날 수록 커지는 무의식 속 채원이 기어코 고개를 내민게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장바구니에 담은 향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