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책도 아니면서 왜 '야옹이'라고 지은 건데.
*겨울 막바지에 제작한 독립 출판물 '을지로 야옹이'를 매주 브런치에 소개합니다.
1. 야옹이의 행방
'을지로 야옹이'에 을지로는 나오지만, 야옹이는 나오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 서점에 갔는데, 무의식적으로 제목이 '고양이'이거나 고양이가 그려진 책을 집어 드는 나를 발견했다. 내 책도 나 같은 사람들이 우연히 집어 들길 바라며 '을지로 야옹이'라는 제목을 지었다.
2. 맛있는 사리사욕
'을지로 야옹이'는 나의 사리사욕을 위한 책이다.
나는 엥겔지수가 매우 높다. 남들은 손에 남는 것에 돈을 쓰는데, 나는 먹어 없어지는 곳에 돈을 쓴다. 뭐라도 남기고 싶어서 내가 돈을 쓰는 생생한 현장을 사진으로 찍었고, 음식 사진만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minnie.food)을 만들었다. 눈으로만 보기 아쉬워서 손으로 만들 수 있는 책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3. 을지로 핫플레이스
'을지로 야옹이'는 을지로라는 핫플레이스를 소개한다.
낡고 허름한 을지로가 언제부턴가 꼭 가봐야 하는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트렌드에 민감한 직업을 가진 나는 을지로의 오랜 맛집과 새로운 맛집을 격파하면서 인스타그램에 #을지로뿌수기라는 해시태그를 만들었다. 친구들은 을지로가 가루 나겠다며 그만 뿌수라고 하는데, 아직도 ‘뿌술’ 가게가 많이 남았다.
4. 미리 올리는 사과문
'을지로 야옹이'는 을지로라는 핫플레이스를 소개하는 척한다.
을지로의 엄청난 맛집들을 기대하고 이 책을 펼쳤다면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 한 점, 사과드린다. 을지로에서의 맛있는 기억을 더듬는 척하면서 내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내 이야기가 스테이크이고 을지로 맛집은 가니쉬로 올린 방울양배추 정도로 보면 되겠다.
이제부터 '을지로 야옹이'를 주기적으로 브런치에 올릴 예정이다. 앞으로 올라 올 이야기가 궁금해졌거나, 종이 책으로 만나보고 싶은 분은 아래 세 서점에서 '을지로 야옹이'를 입양할 수 있으니 많은 입양 부탁합니다 집사님들.
>해방촌 스토리지북앤필름
>을지로 노말에이
>충무로 스페인서점
18.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