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잔뜩 머금은 스펀지 마냥 몸이 너무 무겁다. 머리는 깨질 듯 아프고 치통까지 생겼다. 진짜 꼼짝도 안 하고 누워 쉬고 싶다.
아침부터 몸이 수상했다. 울반 아이들도 여럿이 선생님 감기 걸렸냐며 목소리가 이상하다고 했다. 그래도 없는 기력을 쥐어짜서 수업을 마치고 오늘 있는 송별회식까지 잘 참여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불태운 나는 집에 오자 무너져 내렸다. 그런 나를 좀 배려해 달라고 아이들에게 부탁했다. 아이들은 아침 일찍 출근한 엄마와 학교 갔다 저녁까지 학원을 다녀와 늦게 재회한 거라 하루 종일 내가 그리웠을 텐데. 몸이 힘드니 그 마음을 모른척하고 싶었다. 온기가 빠져나간 내겐 메마른 가시만 솟구쳤다. 목소리에 짜증이 섞이고 계속 옆에 붙어 있으려는 아이들을 밀어냈다.
둘째는 서운한 티를 애써 감추고 엄마 편히 쉬라고 자기 방으로 갔는데 첫째는 끈질기게 버티고는 계속 지가 원하는 대로만 한다. 제 딴엔 나를 배려한다는데 배려란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거란걸 아무리 말해줘도 이해하지 못한다. 난 그저 혼자 편히 쉬고 싶을 뿐이었다. 아이들이 양치하고 각자 방에서 잘 자는 걸 보고 말이다.
그런데 끝까지 제 방에 가지 않고 엄마가 잠들면 먹고 싶은 걸 다 먹고 양치하겠다고 신경 쓰지 말고 자라는 건 대체 어떤 심리일까? 내가 잘 때까지 기다리는 게 배려라는데 난 12시가 넘도록 양치도 안 하고 간식을 먹으려고 버티는 아이 옆에서 도저히 잘 수가 없다. 제 방을 발 디딜 곳 없이 어지러 두고는 꼭 안방, 바로 내 옆에서 저리 버티는 것이 너무 힘들다.
내가 계속 혼자 쉬게 해달라고 부탁하니 그렇게 자기가 싫으냐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린다. 아무리 사춘기라지만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글을 쓰는 게 누워서 침 뱉기 같아 부끄럽지만 지금은 이런 하소연이라도 하지 않으면 폭발할 것 같다.
결국 양치도 하지 않고 먹은 걸 치우지도 않고 나가는 아이에게 참았던 화를 내고 말았다. 왜 이런 기본적인 걸로 이제 곧 초등학교를 졸업할, 즉 웬만큼 다 큰 아이를 혼내야 하고 아이는 그런 내가 자기에게 나쁘게 대한다고만 할까?
그러면 양치도 안 하고 정리도 안 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다정하게 해야 했던 것일까? 내가 생판 모르는 남이라면 흉이나 좀 보고 말겠지만 내가 사랑하고 돌봐야 하는 내 아이가 아닌가!
딸은 이기적인 내가 내 모든 것을 줘도 아깝지 않고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고 느낀 최초의 존재다. 그런데 요즘 보이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에 내 사랑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고, 그런 내게 불만이 가득한 아이와의 관계가 너무 답답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갇힌 기분이다. 가뜩이나 지끈거리던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다. 혼을 냈다 해도 큰 소리를 친 것도 아니고 어디 한 대 때린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눈물을 쏟아내던 아이 얼굴이 계속 떠오른다.
오늘 밤도 잠은 다 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