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태몽을 기억하시나요?
나한테만 특별한 별 것 아닌 이야기
나에게는 두 아이가 있다. 그리고 아이들에겐 각각 2개의 태몽이 있다.
사실 나는 평소 꿈을 자주 꾸는 편도 아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의 태몽은 두 아이 다 내가 꾸었다.
다른 사람들 이야기 들으면 양가 어른들이 꾸시는 경우도 많다는데 양가에 딱 둘 뿐인 귀한 손주들임에도 태몽을 꿔주신 분은 한 분도 안 계시다.
뭐 그래도 엄마인 내가 직접 꾼 덕분에 10년이 훌쩍 넘도록 생생히 간직한 태몽들이 있으니 괜찮다.
아니 오히려 내게는 자랑이고 너무도 특별한 경험이다.
그나마 첫째는 나 말고 남편도 꾸었다.
남편의 꿈에 돌아가신 아버님이 나오셔서 웬 아기를 안고 어르고 계셨다고 한다. 한참 그러고 계시다가 아들인 남편에게 아기를 건네주시며 이제 네가 안아보라고 하셨는데 그 아기가 핑크색 기저귀를 차고 있었단다.
그리고 내 꿈에선 내가 보물을 가득 실은 배에 타고 있었다. 그 배에서 누군가 나를 보석이 가득 찬 방에 데려다주었고 가지고 있던 캐리어에 갖고 싶은 만큼 담아가라고 했다. 난 신나게 보물을 담고 누가 뺏어갈까 겁이 나서 가방을 끌고 뒤도 한번 안 돌아보고 뛰고 또 뛰었다.
그러다 문득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이 잘 있나 궁금해져 살짝 열어보았는데, 그 안에 나뭇잎 모양의 귀걸이 한쌍이 눈에 확 들어왔다. 어찌나 영롱하게 반짝이던지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다 잠에서 깨었다.
태몽은 다른 꿈들과 다르다더니 확실히 결이 달랐다. 깨고 나서도 절대 잊히지 않을 만큼 특별했다. 남편과 둘이 해몽을 찾아보았는데, 조상님이 보내 준 아이는 귀한 자식이란다. 보석꿈 또한 귀하고 재물운이 좋은 자식을 의미했다. 그리고 핑크 기저귀와 한 쌍 즉 2개의 보석은 딸을 뜻했다. 보통 크고 하나면 아들 작고 여러 개면 딸이라고 했다.
태몽을 꿀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게 된 첫째의 성별은 딸이었다.
그리고 세 살 터울로 둘째를 임신했다.
둘째의 태몽은 나 혼자 꿨다. 그것도 2개나 말이다.
첫 번째 태몽은 참외꿈이었다.
꿈속에서 난 참외를 하나 얻었다. 노랗게 잘 익은 참외는 그 크기가 수박만큼이나 컸다. 어찌나 먹음직스러워 보이던지 씻을 생각도 깎을 생각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껍질채로 맛있게 먹었다.
깨고 나서도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참외가 먹고 싶다고 남편을 졸랐다.
그땐 한겨울이었다. 임신 중인 아내를 위해 동네 마트와 과일가게를 다 뒤진 남편은 결국 참외를 찾지 못했다. 대신 주먹만 한 멜론을 거의 2만 원에 가까운 비싼 가격에 사들고 들어왔는데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그래도 사온 성의를 봐서 먹긴 했지만 참 맛대가리도 없었다.
두 번째 태몽은 돼지꿈이었다.
꿈속에서 누군가 내가 꼭 돌봐주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고 나를 이끌었다. 그가 데리고 간 곳에 들어가 보니 커다란 검은 돼지 2마리가 있었다.
그중 한 마리가 갑자기 나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더니 앞발을 들고 일어서 나를 꽉 껴안았다. 너무 놀라고 겁을 먹은 나는 피할 겨를도 없이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검은 돼지의 털 빛깔이 어찌나 좋은지 반짝반짝 윤이 나던 것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해몽을 찾았더니 참외꿈과 검은 돼지꿈은 모두 아들 태몽이었다. 그리고 두 태몽 다 재력과 관련된 꿈이라 부자로 살 아이라고 했다.
뒤에 아이의 성별을 알게 되었는데, 둘째는 아들이었다. 그리고 둘째가 내게 찾아오던 때(임신사실도 몰랐던 시기)에 샀던 서울집이 차후 우리 집 자산에 큰 힘이 되어주었다.
참 신기했다. 난 꿈같은 걸 믿지 않는데 두 아이의 태몽 모두 성별만큼은 기가 막히게 딱 맞췄다. 물론 아들 아니면 딸! 확률상 맞추는 것이 그리 어렵지도 않으니 우연의 일치일 수 있다. 그럼에도 태몽에 깃든 좋은 운수들만은 꼭꼭 우리 아이들에게 깃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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