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던지는 질문5

남 부러워 할 시간에

by CCAMINO

얼추 일을 대할 때에 있어 당신의 목적 혹은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는 찾은 것 같은데 어떤가?

그렇다. 찾은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잊고 있었던 것 같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걸 할거야"라는 두루뭉술함에 빠져 허우적거리다보니 나에게 있어 '일의 본질'에 대해 잊고 있던 듯하다. 덕분에 찾았다.


좋다. 그렇다면 무언가 시작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하고 싶은 것도 뚜렷한 것 같은데, 왜 시작하지 못하는가?

두려움, 게으름을 동반한 핑계이지 않나 싶다.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다. '이걸 하기 위해서는 이걸 전공해야해' , '이 일을 하려면 어떤 직군으로 가야해'와 같은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는 '내 나이가 다른 직군으로 전직하기에는..' , '그걸 전공하려면 수능을 다시 봐야하는데.. 그럴 시간이..' 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렇게 결국 시작도 못하고 앉아만 있는 것이다. 그저 남들 부러워만 하며 말이다.


정확히 스스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옛날처럼 전공자만 특정 분야의 일을 하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물론 내가 경험해볼 수 없는 실무의 분위기라는게 있겠지만, 그럼에도 비전공자가 자신만의 일을 개척하는 경우는 많다.

맞다. 그걸 잘 알고 있는데도 이러고 있다. 뭐가 문제인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나는 너무 나 혼자 다 하려고 하는 듯하다. 어쩌면 완벽주의, 어쩌면 자만 혹은 오만. 내가 잘할 수 있는게 있는데, 잘할 수 없는 것에 자꾸 집착한다.


예를 들면 이런거다. 공연이야기가 앞서 나왔으니 공연을 연출한다고 가정해보자. 내가 잘하는 건 공연 연출이다. 그 공연의 메시지를 담고, 그 메시지에 맞는 전반적인 분위기와 스토리를 기획하고, 전체 그림의 톤 앤 매너를 정하는 일이다. 내가 못하는 건 내가 직접 무대 디자인을 그리고, 조명 디자인을 하고, 사운드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근데 난 이거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못하는 것에 말이다.


아, 이해가 됐다. 그럼 이제 앞으로 어쩔 생각인가?

내가 잘하는 것에 우선적으로 집중해보려고 한다. 기획하고 연출하는 것. 물론 부수적인 것들도 계속해서 배워나가야겠지만,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으려고 한다.


좋은 생각이다. 근데 하나 더 이야기해주고 싶다. 분명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 한 번에 '짜짠'하고 되는 것 같은 일도 결국엔 그 뒤에 우리가 모르는 과정이 숨겨져있다. 그 과정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지켜보다보니 한 번에 '빵'하고 되길 바라는 것 같아서 이야기했다.

고맙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내가 승질이 좀 급하다. 급하다 급하다가 결국 조급함으로 이어져 스스로에게 채찍질하면서 앞으로 가는게 아니라 오히려 주저앉는 편이었다. 그런데 얘기해준대로 '시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고, 그 시간을 밀도있게 채워 나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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