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아도 될 이유
잘 나가는 중견기업의 재무회계 담당자,
나는 꾸역꾸역 버티기만 해도 정년까지 할 수 있는 직장을 다녔다.
후배들은 둘이나 키우고 있었고,
SAP에서 실무능력을 인정받아 꽤 평탄한 생활을 했다.
10년 후면 부장직급이 되어 남부럽지 않은 연봉도 약속되어 있었다.
신차수주가 상당히 성공적으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회사가 망할 염려도 없었다.
그런데,
왜 나는 체코를 선택했을까
아버지께서 말했다.
허튼 생각하지 말고, 다니던 회사나 열심히 다녀.
너무 뜬구름 잡지 말고, 현실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장모님은 어떠셨냐면.
굳이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는데 굳이 가야겠어?라고
결정을 내린 순간,
이제 더 이상 망설일 수는 없었다.
지금은 아버지께서도, 장모님께서도
이해해 주시고 지지해주시고 계신다.
사랑하는 자녀가 해외에서 아는 사람도 없이
생활한다는 게 당연히 걱정되실 만도 하다.
후배도, 동료도
한 마디로 이렇게 물었다.
왜 하필 체코예요?
완전 선진국 같지도 않고,
애매한 위치라고 생각했을 터다.
그 '애매함' 덕분에 끌렸다.
나야말로 애매한 사람이다.
중도시(지방)의 출신,
지방대를 졸업하고,
변변찮은 첫 직장을 토대로
점점 커리어를 키워온 케이스.
그러니, 스스로 핵심인재거나
글로벌 인재로 생각하지 않는다.
도전해보고 싶었다. 해외 직장생활을.
고향에서 10년 간 직장생활을 하며
'우물 안 개구리'가 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재무나 회계분야 실력,
SAP 실무능력까지 꽤 괜찮은 수준이지만,
내 시야가 너무 좁다는 생각을 했다.
임마뉴엘 칸트야 평생을 고향에서
연구만 했음에도 역사상 최고의 철학자가 되었지만,
나는 그럴만한 귀재는 아니니까.
여러 사람들과 부딪치고 커뮤니케이션하며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이유가 더 있다.
아이들이 해외에서 유학을 해야 한다면
어릴 때가 좋고, 간다면 가족이 다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내도 직장생활에 많이 지친 상황.
그간 지친 회사생활을 잠시 멈추고,
가정에 집중하겠다는 의견도 한 몫했다.
결국 나만 잘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2025년 11월, 프라하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