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help the people
2,000년 전, 하나님께서 하늘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보실 적 얘기다. 지금이야 '성경' 말고는 신이 인간에게 직접 계시를 하시진 않지만 그때만 해도 사람들은 종종 천사를 볼 수 있었다. 또, 그들 중 몇몇은 직접 하나님을 대면했다.(물론, 그의 형상을 봤단 얘긴 아니다. 신의 빛에서 나오는 목소릴 들었단 얘기다. 인간은 결코 하나님을 볼 수는 없는 법이니까)
예수 탄생 16년, 나는 중동의 메디나 지역 바콜로드 애비뉴를 지나고 있었다. 이다지도 더운 날이 있었을까. 하루 하루가 버거웠다. 동방에서 가져왔다는 물건들을 유럽 지역까지 옮기기 위해 낙타 스무 마리를 빌린 터였다. 이동 중 오아시스에 잠시 머물러 뜨거운 햇볕을 피했다. 반나절 쯤 지났을까. 하인 루갈이 다시 떠나자고 재촉했다. '그래' 다시금 출발하려던 차였다.
그 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루손 어를 쓰는 왠 소녀 하나가 내게 먹을 것을 요구했다.(그 당시 메디나 지방은 아람어 이외에 루손 어를 공용어처럼 사용했다.) 분명 오아시스 주변은 아무도 없었다. 폐가처럼 아무도 돌보지 않는 오아시스 주변에 소녀라니..
'일단 이거 먹으렴'
갈 길은 급했지만 내가 그냥 지나쳐가면 이 소녀는 최소 며칠은 굶게 된다. 메디나 지역은 구걸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먹을 거리를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은 고아이거나 공동체에서 추방 당한 부모의 자식이곤 했다. 개들 중 다수는 노예나 창녀가 되었고 그나마 남은 이들은 근근히 근처를 지나는 상인들에게서 구걸해 온 음식으로 근근히 버텼다.
'감사합습니다'
소녀가 쓰는 말투가 조금 어색했다. 말도 조금씩 틀리고. 이내 나는 그 소녀가 쓰는 언어가 표준 루손 어가 아님을 알아챘다. 아마 원어민이었다면 이런 말투는 사용하지 않았을 거니까.
'그래, 더 필요한 건 없니'
'고맙습니다. 이걸로 되거 같습다 고맙다'
반말인지 존댓말인지 어색한 루손어로 소녀는 연방 두 손을 모았다. 요기로 때울 빵 몇 개를 더 주었다. 하인 루갈은 말렸지만 내 마음은 이미 확고했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좋겠구나'
낙타 머리를 돌렸다.
낙타가
하늘거리는 소녀의 치맛자락은 누더기가 되어 본래 색을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내겐 밝아보였다. 점점 더
소녀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손만 흔들 뿐. 루갈은 유럽으로 향하는 길 내내 툴툴 거렸다. '주인님, 저거 우리 먹을 거 아니었습니까. 정해진 시간 내로 도착 못하면 우린 꼼짝없이 굶게 생겼군요.'
그는 주인인 내게도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루갈 없이는 목적지로 향하는 길이 더 어려워진다. 또 세네갈 출신 루갈은 힘도 세다. 주인인 나도 견뎌야 했다. 이 기후와 지리적 환경 속에서 마냥 편하게 있을 수 만은 없었다. 그러나 그 소녀 덕택에 왠지 맘은 편안했다. 그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 때 마음이 가벼워졌다 다시 무거워지곤 했다. 감정이 이렇게 북받쳤다 다시 내려앉는 기분은 표현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이방인에게,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소녀와 루갈을 위해서.
16년 1월 4일 제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