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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Sep 08. 2023

점점 비밀에 다가가는 쌍둥이

2023.09.08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브런치에 육아일기를 썼다.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기록했다가 나중에 보여주고 싶었다. 엄마아빠기 이렇게 정성스럽게, 힘들게 키웠으니 양육비를 내놓아라.....하려고 한건 아니고, 둥이들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 모습, 이야기를 나중에라도 아빠의 글로 확인하면 아주아주아주아주 큰 기쁨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아직 주 독자는 글을 쓰는 아빠와 엄마 뿐이다. 엄빠도 가끔 예전의 글을 찾아보곤 한다. "이런 일이 있었지" "이렇게 예쁘고 귀여웠지"하며 기억을 되새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끔은 아이들이 아직은 몰라야 하는 일도 기록했다. 이를테면 '크리스마스 선물의 비밀' 같은 것. 

그리고 어제...아내와 브런치 이야기를 하는데 옆에서 들은 우재가 보여달라고 했다. 별 생각없이 "벌써 이걸 읽을 때가 됐구나"하면서 휴대전화 앱을 찾아서 건냈다. 유준이도 보여달라고 해서 아내 휴대전화를 줬다. 둘이 신나게, 신기해하며, 낄낄대며 읽다가 유준이 눈이 동그래졌다. "엄마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감춰놨다고?" 아내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이걸 어쩌나. "선물을 별도로 준비했다고?" "산타할아버지가 주는게 아니야?" 질문이 이어졌다. 아주아주아주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별도'의 뜻을 모른다는 것. 

우재가 물었다. "근데 별도가 뭐야?" "응. 선물로 별도 준다는 거야. 그만큼 산타할아버지가 정성을 다해 준다는거야..."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아빠는 횡설수설했다. 


어르고 달래서 브런치를 그만 보게 한 뒤, 재웠다. 그리고 아내랑 상의했다. "아무래도 앱을 지워야겠지?"

곧 비밀을 알게 될 쌍둥이. 그러면 이제 크리스마스 선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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