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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Mar 04. 2024

엄빠보다 체력이 좋아진 쌍둥이

2024.03.04 

유준이는 지난주 금요일(삼일절)에 엄마, 우재, 이모, 사촌누나와 박물관을 다녀와놓고도 계속 물었다. "토요일에는 뭐할거야?" 토요일 오전에 미술수업을 가면서도 또 물었다. "있다가 뭐할거야?"

그래서 아빠가 급하게 마련한 것이 서대문형무소+안산 전망대 가기. 

점심을 먹고 여유있게 길을 나섰다. 삼일절이 지났으니 서대문형무소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거라 예상했으나....그것은 아빠의 오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작 전시관은 들어가지도 못하고 감옥만 구경하고 나왔다. 그리고 바로 안산으로. 

워낙 길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등산보다는 산책에 가까웠다. 아빠와 우재가 너무 빨리 가는 바람에 엄마와 유준이가 길을 잃고 낙오할 뻔하기도 했으나 무사히 전망대에서 다시 만났다. 정상까지는 길이 험하다고 해서 다음에 만반의 준비를 한 뒤 다시 오기로 하고 하산했다. 그리고 영천시장에서 기다리고기다리던 꽈배기를 사먹었는데...너무 차가워서 대실망. 그 와중에 우재가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서 근처 모든 빌딩을 다 뒤졌으나 화장실 인심은 박하기만 했고 결국은 서대문형무소가 있는 독립공원까지 전력을 다해 뛰어야만 했다. 

둥이들은 아빠의 강행군에 체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잘 따라왔다. 지하철에서 어린이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고마운 어른들도 많았다. 유준이는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는 아빠와 나라별 수도 맞히기를 하느라 시간이 아주 빨리 지나갔다고도 했다.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막걸리까지 한잔을 한 엄마와 아빠는 모두 잠들어버렸다. 그런 엄마와 아빠를 깨우지도 않고 둥이들은 한참을 잘도 놀았다. 힘들지도 않았는지 둘이 깔깔거리는 소리가 자고 있는 엄빠의 귓가에 계속 울렸다. 

예전에는 어디를 다녀와도 아이들 씼기고, 먹이고, 재우고 난 뒤에 엄빠가 잠들었는데 이제는 반대가 됐다. 어디를 다녀와도 엄빠는 기진맥진해서 잠들기 일쑤고 아이들은 한참을 더 놀다가 잔다. 이제 체력뿐 아니라 힘도 아이들이 엄빠를 뛰어넘을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안산 전망대에서 아빠의 회사를 열심히 찾아보고 있는 쌍둥이. 
서대문형무소에 왔으니 기념촬영은 해야지!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여전히 땅바닥을 좋아한다
여기가 메타세콰이어 길인가?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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