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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May 20. 2024

아빠는 가이드 겸 케이블카

2024.05.20

지난 토요일 수영수업을 다녀오는 길에 차안에서 유준이가 물었다. "아빠 오늘 뭐할거야?" 세상에서 노는 것이 제일 좋은 유준이와 우재는 항상 이렇게 묻는다. 하루종일 놀다가 녹초가 되어서 들어온 날 밤에도 묻는다. "아빠, 근데 내일은 뭐할거야?"


주말에 날씨가 화창하다기에 아빠는 이미 계획을 짜두었다. 토요일에는 오전에 미술과 수영수업이 있으니 점심을 먹고 홍제천 인공폭포로 가서 '폭포멍'을 좀 한 뒤 안산으로 올라가 메타세콰이어를 보기로. 그리고 일요일에는 모든 식구가 늦잠을 좀 잔 뒤 월드컵공원으로 가 텐트를 치고 하루종일 놀기로. 


우선 인공폭포 계획을 이야기하니 약간은 시큰둥한 반응이 돌아온다. 주말에는 엄마가 게임을 1시간씩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니 그게 우선인 모양이다. 엄마나 아빠나 모두 학창시절에도 게임을 즐겨하지 않았기에 둥이들도 그럴 줄 았는데 기대와 많이 다르다. 게임을 할 때는 밥도 안 먹을 기세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둥이들을 설득했다. "이렇게 날씨가 좋을 때는 밖에서 놀아야지. 조금 있으면 너무 더워서 놀지도 못해. 게임은 그때 하자" 약간 수긍하는 듯 했다. 내친 김에 한마디 더 했다. "둥이들 몇년 뒤면 중학생이 될건데, 그때는 친구들이랑 노느라 엄마아빠랑은 안 놀아줄거 아니야. 그러니 지금은 아빠랑 더 많이 놀자" 

그랬더니 유준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건 그렇지" 그리고 우재도 말을 보탠다 "사실, 지금도 친구들이랑 노는게 더 재밌기는 해"....설득이 되었으니 기대하던 대답은 아니다. 

홍제천 인공폭포


어쨌든 지난 주말은 아빠의 계획대로 신나게 밖에서 놀았다. 토요일에는 아빠 가이드를 따라 지하철과 버스를 번갈아타며 폭포와 안산을 구경했고(중간에 우재가 버스카드를 잃어버리는 사고가 나긴 했지만 무사히 돌아왔다), 일요일에는 아침먹고 나가서 저녁이 될때까지 공원에서 뛰어놀았다. 

월드컵공원에 가면 둥이들이 제일 많이하는 놀이가 아빠 케이블카와 야구다. 아빠 케이블카는 킥보드를 신나게 탈 수 있는 경사로를 아빠의 힘으로만 끌고 올라가는 것인데...올라갈때는 10분, 내려갈때는 1분이 걸린다. 횟수는 제한이 없어 둥이들이 질릴 때까지 탈 수 있다. 아빠는 팔과 다리 근육이 뻐근해질 지경인데...어쩌나, 이제 중학생이 되면 안놀아준다는데, 해줄 수 밖에. 


어디를 가든 흙만 있으면 우선 파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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