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8
둥이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런데 다니면서 살펴보니 정확하게는 '집이 아닌 곳'에서 자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엄빠는 집에서 자는 걸 제일 좋아하는데 어린이들은 그런가 보다.
지난 일요일, 둥이는 오랜만에 집이 아닌 곳에서 잘 수 있었다. 아빠가 그 예약하기 어렵다는 휴양림 숙소를 잡으려 하는데 딱 일-월요일만 비어있었고, 그냥 월요일에 휴가를 내버렸다. 둥이는 학교 안가 좋고 아빠는 회사 안가 좋고, 엄마는 삼부자 챙기느라 더 힘들어진 이틀.
양평은 몇년전 겨울에 2박3일로 펜션을 다녀온 곳인데 이번에는 여름, 그리고 휴양림. 일요일 아침에 길을 떠나 그 유명한 '양평 원조해장국'을 먹고 휴양림으로. 발목풀장에서 옷이 다 젖도록 놀고 오들오들 떠는 생쥐가 되어 숙소에 들어갔다. 비록 집보다 훨씬 작았지만 둥이들은 신이 났다. 엄빠와 고기를 구워먹고 별로 놀 것이 보이지 않는 숙소 앞 마당에서 한참을 놀았다. 땅도 파고 풀도 뽑고 벌레도 관찰하고.
제일 좋았던 것은 좁은 방안에 엄빠와 둥이 4명이 불끄고 나란히 누워 자는 것. 요즘은 엄마와 자려면 평소에 모은 쿠폰을 써야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방이 하나 뿐이 모두 모일 수 밖에 없었다. 어두운 방에서 유준이 질문폭탄이 쉴새없이 쏟아지는 가운데 우리 식구들은 누가 먼저인지도 모르게 스스륵 잠이 들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뜨거운 아침햇살 속에 다시 산책을 하고, 집에 가는 길에 누룽지 백숙도 먹고 두물머리까지 들렀더니 모두 녹초가 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집에서 엄빠는 여행 뒷정리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둥이들은 또 놀고 또 놀다가 한밤중에 잠이 들었다. 다음주 주말에는 또 무엇을 하며 놀까 머릿속에 그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