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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Oct 28. 2024

책 팔아 부자된 쌍둥이

2024.10.28

엄빠는 둥이들이 '양서'만 읽었으면 좋겠는데 둥이들의 취향은 엄빠맘 같지 않다. 물론 엄마가 열심히 도서관에서 빌려다 주는 책들도 잃고, 선생님이 권하는 책도 읽지만, 둥이들이 좋아하는 책은 따로 있다. 유준이는 '최강시리즈', 우재는 '흔한남매'. '최강시리즈'는 둥이들이 아빠에게 하는 질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OO랑 OO랑 싸우면 누가 이겨'를 집대성한 시리즈로 맹수, 맹금류, 수중생물에서 시작해 가상의 생물, 요괴, 신까지 없는게 없다. 유준이는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를 모두 갖고 있다. '흔한남매'는 엄빠는 하나도 웃기지 않은데 둥이들을 깔깔대며 웃는 초딩코드 개그의 집합책 같은 책이다. 엄빠, 특히 아빠는 절대 사주지 않는 책인데 어느새 도서관에서도 빌려 읽고, 사촌누나에게도 빌려 읽고, 또 용돈으로 사기도 해서 17권까지 다 읽었다. 

집에 쌓이고 있는 둥이들의 책을 처리하기 위해 엄빠는 묘안을 생각해냈다. 바로 책을 중고서점에 팔고, 그 돈으로 다시 책을 사는 것. 그런데 최강시리즈는 하도 열심히 본 탓에 성한 책이 별로 없었다. 반면 흔한남매 시리즈는 우재가 얌전하게 본 덕에 아직도 반질반질. 그렇게 흔한남매를 중심으로 둥이들이 팔 수 있는 책을 모으고 모아서 지난 주말 중고서점 알라딘을 다녀왔다. 네 식구가 모두 배낭에 책을 가득 채워서 메고 마을버스를 타고 가야하는 대장정이었다. 

유준이는 최강시리즈 대신 포켓몬 책도 팔고, 마법천자문도 팔고해서 3만원을 넘게 벌었다. 중간에 물에 살짝 젖은 책은 못팔아서 아쉽지만 유준이는 이 정도는 됐다면 만족했다. 드디어 우재. 아빠와 우재의 배낭에서 흔한남매를 비롯한 최상급 책들이 끝도없이 나왔고 우재는 바로 7만여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거액을 번 유준이는 바로 교보문고로 가서 또 다른 최강시리즈를 사버렸다. 그리고 엄마에게 고양이 색칠 키트도 인터넷으로 주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재는? 또 다른 흔한남매 시리즈 한권을 들었다 놨다 하며 망설이더니 결국은 놓고 나왔다. 한번 주머니에 들어온 돈을 좀처럼 쓰지 못하는 것 보니 아빠 아들이 맞나 보다. 


돈 벌었으니 엄빠도 책 한권씩 사달라고 했지만 절대 사주지 않은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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