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런 경험을 하게 될 줄이야..
지난해 6월 카타르에 있는 미군기지가 이란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미사일은 하늘에서 격추를 당했고, 이 소식을 몰랐던 민간인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때 이스탄불에서 체류비행을 하러 간 터라 직접 소리를 듣거나 경험하지는 않았다. 하늘길이 닫혀버렸다는 소식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 경험은 이란과 주변국의 상황이 좋지 않으면 미사일을 쏜다였다.
그래서 지난주부터 이란과 미국의 핵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집에는 물을 넉넉히 시켜두었고, 상하지 않을 음식도 비축해 두었다. 6일 연속 이어지는 비행에서도 긴장감은 유지가 되었다. 만약에 어느 한 나라에서 미사일을 쏘게 되면 가장 먼저 닫히는 것이 에어스페이스니까, 어디로 회항을 해야 할지. 원래도 내가 비행하며 지나가는 국가의 항공 법, 공항의 NOTAM(Noitce to Air Missions), Runway in use, weather을 살펴보지만 이번 주는 더욱 신경 쓰게 되었다.
추적추적 비가 쏟아져내리는 어제저녁의 비행을 마치고 오늘은 쉬는 날이었다.
아침 10시쯤 눈을 떠 국제 뉴스를 보았다.
이스라엘이 테헤란에 미사일을 쐈다는 소식에 놀래서 flight radar 24 앱을 열었다.
불과 어제저녁 내가 지나온 이라크 영공이 닫혔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건물과 거리를 메우는 귀를 찢는 듯한 경보음이 울렸다. 국가에서 보낸 재난 경보로 안전 유의에 관한 메시지였다. 알람이 울린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멀리서 쾅 쾅 미사일이 격추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아라빅으로 적힌 메시지였다가, 나중에는 영어로도 함께 적혀왔다. 위급한 상황이 아닌 경우라면 외출을 자제라 하는 내용이었다. 교민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는 우리나라 대사관이 전해오는 알림 메시지로 정신이 없었다. 미국 대사관은 이미 자국민들에게 주의를 주었는데.. 우리나라 대사관의 대처는 구체적이지 않아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지하철 역이 있다.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여권, 나의 라이센스 로그북. 간단하게 먹을 음식, 그리고 물을 가방에 미리 싸두었다. 배낭 하나와 비행 갈 때마다 도시락 가방처럼 챙겨가는 더플백에 정말 필요한 것들만 집어넣으며 생각했다. 아 이렇게 불필요한 물건들을 많이 챙겨 다녔구나…
커다란 냄비에 단수가 될 경우를 대비해 물을 받아두었다. 아직 물이 나올 때 설거지를 하자 싶어 그릇을 씻었다. 깨끗한 물이 나올 때 설거지를 할 수 있는 게 감사했다.
이 와중에도 배꼽시계는 야속하게 울렸다. 꼬르륵.. 꼬르륵… 아 맞다 인덕션도 전기가 끊기면 쓸 수 없지. 곰곰이 생각했다. 만약 대피소로 가게 된다면 생각날 음식은 뭘까.. 불이 있을 때 빠르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음식… 김치를 넣은 꼬들한 신라면 ! 물의 양을 적게 잡으면 짜서 나중에 물을 많이 먹고 싶을 수 있으니 국물을 넉넉하게 해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이게 뭐라고…. 맛있었다. 언제든 나갈 수 있는 채비를 다 마치고 뉴스를 보았다. 카타르뿐만 아니라 미군 기지가 있는 바레인 UAE까지 공격을 받았고 에어 스페이스도 닫혔다.
아무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에 무기력해지고 스트레스로 급 피곤이 밀려왔다. 잠시 미디어를 끄고 낮잠을 청했다.
쾅 쾅
오전보다 조금 더 요란한 소리에 낮잠에서 깨어났다.
집 밖에서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하늘을 카메라로 찍고 있었다. 공군 기지 근처에서나 일어날 줄로만 알았던 미사일 격추가 집 근처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Further notice 가 있을 때까지는 하늘길은 닫혀있을 예정이다. 항공편의 취소로 발길이 묶여버린 많은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를 것이지만, 지금은 모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때인 것 같다.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작년 도하에서의 일을 겪고 나서 시애틀에 친한 친구를 보러 갔었다. 7월 4일 미국의 홀리데이에 맞춰서 사람들이 불꽃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예쁘다는 생각보다 무서운 감정이 먼저 들었다. 지금도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온몸의 신경세포들이 잔뜩 긴장되어 있다. 아직 모든 상황은 정리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에 위협 없이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의 소중함. 함께 일하는 가까운 동료들이 안전한 곳에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빨리 협상으로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