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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에 Oct 16. 2021

나의 아저씨, 아니 나의 팀장님


내게 좋은 리더는 '함께함이 즐거운' 사람이에요.

딱 그런 #인생팀장님 을 제가 사원일 때 만났구요!

(썸 아님 주의! 일로 만난 사이)



그의 이름은 M이에요.

나 25세, 팀장님 36세였죠.


그는 술과 여자와 여흥을 좋아하시는,

무척 좋은 분이세요.

월화수목금토일 매일매일 술을 드시고 여자친구도 자주 바뀌시는,

무척 좋은 분이세요.


한번은 퇴근 후에 제 친구들과 OO bar에서 놀고 있는데

웬 '아저씨'가 저 멀리서부터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거예요.


뭐, 뭐지...?


'저 사람 뭐야..' 하고는 가까이서 보니 나의 회사 팀장님!


팀장님 : 우리 셋인데 같이 놀래요?

나: (복화술로) 어머... 얘들아 우리 팀장님이셔...;;;

팀장님: 대답은 손 머리 위로 들어서 O, X로.

내 친구들: (머리 위로 '세모'를 그려서 울 팀장과 '같이 노는' 사태를 피해 갔어요.)



또 한번은,

"OO(내 이름)씨, 나 소개팅해줘요.

내가 그 분과 사귀게 되면 내 랜드로버(자동차)를 OO씨(=나)에게 선물로 줄게요."


자동차에 젼혀 관심 없던 난 팀장님의 그 얘길 바로 한 귀로 흘려버렸는데..

지금이라면 서울은 물론 아시아를 다 뒤져서라도 소개팅 해줄 사람을 찾아내겠죠?



팀장과 팀원으로서

그와 난 꽤 잘맞는 pair였어요.

난 그의 업무적인 필요를 섬세하게 채워주(려 했)고,

그는 나의 보고서를 native English로 간지나게 보고했죠!


어느날,

독사 사장님이 우리 둘에게 뉴욕 출장을 가래요. (끝까지 썸 아님)

팀장님은 NYU를 다녀 뉴욕 지리에 밝은데다 native English를 구사하므로 난 매우 든든했어요.


그런데!

글쎄 팀장님이 뉴욕 출장을 나 혼자 가라는 겁니다!

자신은 비행기 이코노미 좌석을 타고 뉴욕에 가는거 힘들고

뉴욕이 지겹다며...!!!


그 말이 100% 진심이란걸 알았기에 그를 설득하지 않았어요.

25살 사원 나부랭이가 생애 첫 해외출장을 혼자 가려니

그저 난감하더군요...;;

(나쁜 팀장 $*##*&#*^%#*$&)


잔뜩 겁먹은 채 나홀로 가는 뉴욕 출장 준비를 하는데 팀장님이 날 부르시네요.

노트랑 펜을 들고 그의 자리로 가니까는

내 노트에 1,2,3, ... 

노트 한 줄에 숫자를 하나씩 적어내려 가네요.


‘아 출장 시 논의할 포인트를 짚어주시려는구나...'



요기 스테이크 꼭 맛보셔야 하구요,
거기 핫윙은 100개도 먹을 수 있고요,
치즈케익은 요기가 ...
어쩌고 저쩌고... ...



으잉???

그의 메모는 뉴욕 맛집 10개!



그외엔 아무것도, 정말 단 한마디도 더하지 않으셨어요.

말문이 막혀 잠시 정지화면이었지만

해맑게 웃는 그를 미워할 수도 없었어요...

(하아;;;)



그는 이직할때마다 나에게 함께 일하자 제안했고,

나와 가족이 되고 싶다며 자신의 이종사촌, 고종사촌 동생들과 줄줄이 소개팅을 시켜 주었어요.

심지어 그의 싱글남 사촌들이 모두 날 알더라는...;;;



요즘도 가끔씩 전화하셔서는

“소개팅 하실래요?” 하시는

나의 아저씨 아니 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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