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하가「 여행의 이유 」에 쓴 것처럼
나에게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는 시간이다.
여행 중에는 무엇보다도 일과 완벽하게 분리되고 싶다.
그래서 전화를 받지도 걸지도 않으며
이메일도 메시지도 확인하지 않는다.
내가 없어도 큰 일 안나니까는.
바람소리, 새소리, 물 흐르는 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눈과 코로 들어오는 순수한 바람이 세포들을 어루만져 깨운다.
마치 다른 사람의 걸음을 흉내내듯 느리게 걷는다.
스노클링보다 늦잠이 더 중요하다.
친구들을 바다로 보내고 홀로 숙소에 남아 오른쪽 왼쪽으로 뒹군다.
그러다 내 몸이 시계 바늘이 되어 침대 위에서 원을 그리며 빙빙 돈다.
침대의 허리를 가로질러 누워있으려니 배가 고프다.
조식시간을 10분 남겨두고 식당에 입성!
음식보다 먼저 남자 둘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에서 온 것 같다.
한쪽은 큰 키에 넓은 어깨, 건강해 보이는 까무잡잡한 피부색의 상남자 스타일,
다른 한쪽은 밀크보이다. 하얀 피부에 무쌍의 긴 눈에 뒤통수가 이쁘다!
오, 밀크보이 내 스타일! ;)
호텔 직원을 통해 내 번호를 건네고 3분 안에 전화가 왔다.
.....
그렇게 나는 잠시 나를 놓아버린다.
아주 의식적으로-
그래서 여행이 좋고,
계획없는 여행이 좋다.
처음 이틀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다가
이틀째 밤부터 찬찬히 다음날의 일정을 생각해본다.
이왕이면 하루의 반 정도만 일정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만으로 지난 여행에 취해 딴길로 샜네요...허허;;)
그래서 내가 다시 가고싶은 여행지는,
세계 7대 비경보다, 클림트의 키스를 보았던 곳 보다도
하와이
코타 키나발루
두바이
엘니도
통영
제주도
#여행의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