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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에 Oct 27. 2021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


소설가 김영하가「 여행의 이유 」에 쓴 것처럼 

나에게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는 시간이다.



여행 중에는 무엇보다도 일과 완벽하게 분리되고 싶다.

그래서 전화를 받지도 걸지도 않으며

이메일도 메시지도 확인하지 않는다.

내가 없어도 큰 일 안나니까는.



그리곤 느리게- 느리게- 시간을 보낸다.

내가 느려지면 나의 온 감각이 조율되어 맑아진다.

바람소리, 새소리, 물 흐르는 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눈과 코로 들어오는 순수한 바람이 세포들을 어루만져 깨운다.

마치 다른 사람의 걸음을 흉내내듯 느리게 걷는다.


스노클링보다 늦잠이 더 중요하다.

친구들을 바다로 보내고 홀로 숙소에 남아 오른쪽 왼쪽으로 뒹군다.

그러다 내 몸이 시계 바늘이 되어 침대 위에서 원을 그리며 빙빙 돈다.

침대의 허리를 가로질러 누워있으려니 배가 고프다.



조식시간을 10분 남겨두고 식당에 입성!

음식보다 먼저 남자 둘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에서 온 것 같다.


한쪽은 큰 키에 넓은 어깨, 건강해 보이는 까무잡잡한 피부색의 상남자 스타일,

다른 한쪽은 밀크보이다. 하얀 피부에 무쌍의 긴 눈에 뒤통수가 이쁘다! 

오, 밀크보이 내 스타일! ;)


‘말을 걸어야게쒀. 난 지금 여행중이니까~!’


호텔 직원을 통해 내 번호를 건네고 3분 안에 전화가 왔다.

.....

그렇게 나는 잠시 나를 놓아버린다.

아주 의식적으로-


그래서 여행이 좋고,

계획없는 여행이 좋다.


처음 이틀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다가

이틀째 밤부터 찬찬히 다음날의 일정을 생각해본다.

이왕이면 하루의 반 정도만 일정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만으로 지난 여행에 취해 딴길로 샜네요...허허;;)


그래서 내가 다시 가고싶은 여행지는,

세계 7대 비경보다, 클림트의 키스를 보았던 곳 보다도

내가 온전히 느린 여행자로 보냈던 곳들이다.



하와이

코타 키나발루

두바이

엘니도

통영

제주도



#여행의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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