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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곰돌이 Jun 14. 2024

자유주의 사상의 '정전' , JS밀 자유론

자유주의 사상의 '정전' , JS밀 자유론     


 특정 철학이 경향이나 이데올로기를 대표하는 대저작들이 있다. 사회주의 계열에서의 마르크스이 '자본론', 신자유주의 계열에서의 하이에크이 '노예의 길'이 그렇다. 존 스튜어트 밀(이하 JS밀)의 사상을 대표하는 저작 《자유론》은 자유주의의 '정전'이라고 할 만한하다. 물론 자유주의자들에게 밀은 그리 추종되는 인물은 아니지만, 자유주의 사상의 사도 바울 정도 되는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그의 저작인 《자유론》역시 1859년에 쓰인 고전이다. 고전이라는 말은 곧 시대를 초월한 가치가 있고, 더 나이가 현재 사회에 주는 교훈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가치는 현대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중 하나인 '자유주의'사상의 정수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해 밀의 자유주의는 진보적 자유주의, 미국식 표현으로는 리버럴을 대변한다.     

자유주의는 보수주의자와 더불어 오늘날 지배계급이 선호하는 양대 이데올로기이나, 오늘날 사회에서는 그 지배계급이 선호하는 자유주의의 진보성마저 실현되지 않기도 하다. 심지어 선진적인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의 국가보안법을, 프랑스에서 히잡착용금지법을 보면 표현의 자유도, 종교의 자유마저도 보장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기본적 '자유'도 오늘날에 유효하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탐독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분류로 보면 우선 철학서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300번대 책으로 분류되어있고, 나 역시 정치철학서로 읽었다. 그래서 형이상학적인 개념과 거리가 멀고, 문장이 간결하고 글의 짜임도 좋다. 한 마디로 에세이로 봐도 좋은 텍스트라는 점이다. 유시민 작가도 방송과 그의 저서에서 '자유론'을 수차례 강조한 적이 있을 정도로 명문으로 평가받는다. 덕분에 핵심 요지 파악도 쉽고, 문장 자체도 좋아 수월하게 읽혔다. 

 추가로 덧붙이자면, 책을 완성하기 1년전 죽은 아내에 대한 헌정사가 소소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준다. 루카치의 《영혼과 형식》의 서두에 비견될 여운을 준다.


시민적 자유 

제1장인 서론에서는 본서에서 말하는 자유에 대한 개괄적인 요약이 담겨있다. 우선 서론에서부터 작가는 철학적 필연론으로 알려진 인간의 ‘의지의 자유가’ 가 아니라 시민적 자유 또는 사회적 자유를 다룬다고 명시한다. 자유와 권력의 갈등이 인류사에서 오래전부터 두드러진 문제라고 말하며, 원래 자유라는 개념이 정치적 폭정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을 의미했다고 말한다. 지배자들은 필연적으로 피지배자에 대한 적대적인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인식되었고, 그렇기에 지배자들의 권력은 세습 또는 정복을 위해 생겨났을 뿐, 피지배자를 위해 쓰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밀은 국가 권력의 제한을 말하는 동시에, 개인적 자유의 필연성을 주장한다. 공권력의 폭정을 막는 것을 넘어 지배적인 여론이나 정서의 폭정도 맞기 위해 집단의 의사가 개개인의 독립성에 합법적으로 간섭하는 데에 있어  한계를 규정해 넘어서지 못하는 것을 인간다운 삶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한편 이글에서 인간의 자유가 절대적으로 보장되어 영역으로 크게 세 부분을 뽑는다. 첫째는 의식이라는 내면적 영역의 자유로, 가장 포괄적인 의미에서 양심의 자유, 사상과 감정의 자유, 자신만의 의견을 낼 자유가 속한다. 다음으로는 취향과 추구의 자유이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일을 행하며,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이 우리의 행동이 얼리석다거나 틀렸다고 말해도, 우리의 행동이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는 한, 방해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결사의 자유이다. 이 자유데도 여러 제약이 따르지만, 해악을 끼치지 않는 목적을 위하여 강제적이거나 속아서가 아니라 자발적이고 진정한 의사에 의거해 단체를 결성할 자유를 말한다. 서론에서 이 글의 목적은 사회가 어떤 방식이든 개인을 강제하고 통제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규율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원칙을 수립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즉, 작가는 위의 자유를 절대 불변의 자유로 설정한 뒤, 어떤 경우에서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통제해도 되는지를 규명하려고 한다.           

 제2장은 사상과 토론의 자유에 관한 장이다. 기본적으로 개인의 의견을 침묵시키는 것은 해악이라는 점을 밝히며, 사상과 언론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한 사회가 진보할 수 없음을 주장한다. 왜냐하면 ‘진리’의 발견을 위해서라면 생각과 토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토론이 있어야 소수의견을 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진리에 근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토론이 없으면 우리가 믿고 있는 진리는 결국 진리가 아니라 독단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밀은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명제를 제시한다. 특히 밀은 소수의견을 중시하는데, 그 이유가 권력을 동원하여 누르려는 의견이 옳은 것일 수 있고, 설령 소수의견이 틀리고 다수 의견이 맞을지라도, 무시되는 소수의 의견으로 인해 기존 의견이 진리임이 명확해진다고 말한다.      

제3장은 인류의 복리를 위해 필수적인 개성에 관한 장이다. 밀의 ‘자유론’의 핵심인 개인의 자유가 다른 사람의 권리와 이익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개인의 개성은 존중받고 발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더욱 고귀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될 수 있고, 모든 위험과 불확실성을 본인 스스로 책임지는 한, 각자 생각대로 행동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밀은 기존의 도덕주의자들과 달리 도덕적인 접근을 거부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점에서 몽테뉴 등 근대 도덕주의자들과 다른 지점이고, 현대적인 진보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도 도덕주의에 근거해 개인의 자유-기호를 침해하는 현대에도 유효한 면이 많은 주장이다.     

제4장 사회가 개인에 대해 가지는 권한의 한계에서는 사회적 권한의 범위에 있어 2가지 행동 규칙을 말한다. 첫 번째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해야 할 것, 그리고 두 번째는 각자가 다른 사회 구성원이 공격당하지 않도록 하는데 필요한 노동과 희생을 각자 자기 몫만큼 부담할 것이다. 다수가 합의한 사회적 도덕과 의무가 대체로 옳더라도, 개인의 사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공중의 의견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기에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제5장에서는 앞에서의 내용을 적용하는 것을 다룬다. 일상생활에서의 많은 사례들을 통해 자유의 원리와 한계를 다루고 있다. 밀이 확립한 기본적인 자유의 원칙은 두 가지이다. 첫째 원칙은 개인은 그 행위가 그 자신 이외의 어떤 사람의 이해에도 관계되지 않는 한, 사회의 제재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원칙은 다른 사람의 의익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개인은 당연히 사회에 대해서 책임이 있으며 또한 사회가 다른 이익을 옹호해 주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형벌을 가해도 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특히 둘째 원칙은 표현의 자유를 추종하는 자유지상주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정부의 필요성을 말하는 지점이라 생각한다. 밀이 꿈꾸는 세상은, 국가의 가치가 궁극적으로 국가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가치로 실현되는 것이다.      

 자유주의 사상의 정전이라고 할 만큼, 자유주의-특히 진보적인-현대적인 자유주의가 돋보인다. 사상적으로 자유주의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 편이지만, 밀의 <자유론>은 사상적 차이를 초월한 만큼 깊게 다가온다. 독자적인 세계에 빠진 철학서들과 달리, 시민적 자유를 쉽고 간결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점에서 이해될 만한 지점이 크고, 당시 시대상을 잘 반영한 예시 역시 와닿는다. 

 밀은 단지 자유주의 사상가로 보기보다 나는 그를 개혁주의자로 부르고 싶다. 물론, 그가 꿈꾸는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억압과 착취가 존재하고, 그러니 차별이 역시 존재할 것이다. 그런 곳에서 과연 ‘자유’가 가능할까? 경제적으로 자본주의의 문제점-착취가 계속되는 한 안타깝게도 진정한 자유-해방은 불가능하다. 밀이 꿈꾸는 사회란 해방의 파편이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유만 보장된  사회라, 그리 동경시되는 사회는 아닌 것 같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그 기본적인 자유마저 보장되지는 않았더라도. 

 자유론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그가 이전, 혹은 동시대 사상들과 달리 ‘도덕주의’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이 지점이 바로 진보성이 돋보이는 것 같다. 단지 도덕의 탈을 쓴, 보수적 도덕주의자들과 달리 현대인들의 새로운 ‘에티카’를 마련하기 위한 것 같다. 

 동의 여부를 별개로, <자유론>은 분명 현재에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선구적으로 예견한 책으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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