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에게 죄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이 구원받고자 할 때, 바로 선의 길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항상 우회행 한다는 겁니다. 죄와 그로 인한 고통의 단계를 거쳐야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거죠. 고통이 자기 인식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처럼, 죄를 통한 고통과 수난은 구원에 필수적입니다.
그것이 말하자면 삶의 변증법 입니다. 따라서 [죄와 벌]의 메세지를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식으로 정리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인간이 구원받기 위해서는 죄를 지어야한다는 쪽입니다. 절차로 보면 죄를 짓고 고통을 받아야 그 다음에 구원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것이 도스토옙스키의 사상입니다.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