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랑의 쿨한 승낙으로 나의 사랑스럽고 귀엽고 앙증맞은 전기자전거를 구매하고 난 후 또다시 신랑이 큰 결심을 했다.
(전지적 신랑 시점)
1. 온 가족들이 다 함께 라이딩을 하고 싶다.
2. 근데 6살 큰애가 본인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굴리기엔 아직 어리다.
3. 와이프는 전기자전거를 타고 둘째를 태울 것이고..
4. 그럼 첫째는 내 뒤에 태워야 하는데?
5. 내 자전거는 로드인데, 로드에 큰애를 태우고 전기자전거랑 같이 라이딩을 할 수 있나???
6. 안 되겠지..? 로드로 전기자전거를 …? 애를 태우고..?
이런 무한의 고민 과정에 바로 전기자전거를 한 대 더 영입하기로 했다. 물론 좀 심하게 엄청나게 큰 지출이기는 하지만 이것저것 따져봤을 때 우리 가족이 더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 하에 바로 자전거 점포로 향했다.
이럴 때는 죽이 참 잘 맞는단 말이야 허허허
샵에 가서 이것저것 비교해보다가 스타카토 베뉴 MK7을 샀다. 비슷한 가격 라인에서 프레임 마감이 견고한 편이고 , 배터리가 LG셀이 들어간다 했다. 앞 바구니가 작은 게 좀 함정인데 , 보냉 가방을 앞에 달아보기로 했다. (신랑껀데 내 맘대로 ㅋㅋ) 구매 후 시승도 해볼 겸 같이 자전거를 타고는 큰애 하원을 시켜 쭉쭉-밟아봤다. 가족이 다 같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으니 너무 좋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애들 놀이터를 들렸는데 , 여름이라고 물을 틀어놔서 다들 물놀이가 다들 한창이었다. 그럼 우리도 빠질 수 없지. 애들 둘은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심지어 둘째는 기저귀도 없어서 얼른 훅훅 자전거 밟아서 방수 기저귀도 사 왔다. 수건도 사고 , 간식도 몇 개 사고, 내가 먹을 포카리도 사 오고.
아무 준비물도 없이 와서 놀았는데 , 최근에 놀았던 것 중에 가장 즐거웠던 것 같다. 맨바닥에 앉아서 과자도 먹고 다른 사람들 구경도 하고. 선크림이고 모자고 아무것도 없어서 얼굴도 많이 탔다. 운동화는 엉망이 되었고 옷도 모자도 엉망이었는데 , 그 꼴로 (=물에 빠진 생쥐) 자전거 타고 집으로 가면서 "행복이 뭐 별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물놀이 후엔 라면이라며 라면을 끓여먹었다.
전기자전거 덕에 소박한 행복이 잔잔하게 스며들었다. 문득 , 어렸을 때 나도 이런 날들을 많이 경험했다면 내 기분이 지금보다 더 나았으려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일하는 엄마 아빠의 등을 주로 보고 자랐던 것 같은데 , 우리 아이들은 자전거 타는 엄마 아빠의 등을 많이 보고 있으니 사실 좀 부러웠다. 우리 부모님과도 이런 추억이 많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 하는 아쉬움이랄까.
아이들이 좀 더 커서 각자의 자전거를 타고 넷이서 라이딩을 하면 또 어떤 재밌는 세계가 펼쳐질까 벌써 설렌다. 다정한 추억들을 더 많이 쌓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