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소소한 아침라이딩.

우울할 땐 자전거를 타지요.

by 맹수봉



라이딩이 별건가.

그냥 자전거 타고 나오면 그게 라이딩이지 뭐.

풀타임으로 어린이집에 다니는 큰 아드님과는 라이딩을 할 시간이 여간해선 나지 않았다. 매번 기회만 노리다가 토요일 아침이 되면 태워주겠노라 약속을 했다.


하룻밤, 이틀 밤이 지나고 토요일 아침.


나는 전날 밤 생리 시작으로 인해 기력이 다해 바닥에 누워있었고 , 우리 큰 아드님은 눈을 반짝! 뜨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오셨다.


"엄마 가자!!!!!!!!" 어찌나 우렁찬지.



아이 아빠는 엄마는 지금 힘이 든 것 같으니 아빠와 가자고 했으나 , 생각해보니 나도 기분전환이 필요한 아침이긴 했다. 상쾌한 바람이 필요하다. 아침의 싱그러움으로 쾌쾌한 우울감을 지우고 싶었다. 대충 옷을 챙겨 입고 , 빵을 바삭하게 구워 딸기잼을 펴 바르고 물을 챙겨 나섰다. 이후 일정이 있어 한 시간 안에 돌아와야 하니 약간 빠듯하지만 바람을 쐬기엔 나쁘지 않다.


집 밖으로 나서자 아이의 신남이 보지 않아도 등 뒤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엄마 고속 자전거 최고!'라며 쉼없이 조잘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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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 다음날이라 바람사이로 나무의 풀내음이 났다. 심호흡을 크게 몇 번을 하고 룰루랄랄 페달을 밟았다. 역시 전기자전거. 나의 다리는 거들뿐 자전거의 모터가 열심히 일해줘서 어렵지 않게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집 근처에는 경춘선 자전거 도로가 있어서 자전거 타는 재미가 있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아서 스타벅스로 갔다. 아이를 데리고 가기에는 제일 만만한 게 역시 스타벅스. 사랑해요 스타벅스.








IMG_3485.JPG?type=w1 딸기주스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겠다는 결의가 느껴지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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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딸기주스 , 나는 오늘의 커피.


빵을 3개 가지고 왔다. 아이는 2개, 나는 1개.

우울증 약 부작용으로 식욕이 한참 없던 터라 한 조각만 먹어도 더 당기거나 그렇지 않았는데 페달을 좀 굴렸다고 그러는지 조금 더 먹고 싶어 졌다.


"시온아 , 엄마도 빵을 조금 더 먹고 싶은데 어쩌면 좋지?"라고 물었다. 실은 아이가 다 먹는다고 하면 바나나라도 하나 사 먹을 참이었다. 그저 아이의 행동이 궁금할 따름이었다.



아이는 벌떡 일어나더니 빵을 조각조각 냈다.


"자 , 엄마 이제 나눠먹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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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아이의 손끝에는 다정함이 묻어있었다. 아이와 정답게 빵을 나눠먹고 다시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 시간.

상쾌함과 다정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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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다정함을 배웠으니 , 내 아이들을 더욱 다정하게 품어줘야겠다. 난 엄마니까. 우울증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그럼그럼 , 그렇고 말고. 난 해낼 수 있다. 나는 못해도 , '엄마'인 나는 할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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