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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수봉 Mar 12. 2023

두 번째 탯줄을 자르던 날_둘째의 어린이집 첫등원 날.

우울증 치료 349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리 집 작은 친구 (26개월 , 4세)의 등원 날이 찾아왔다. 우리 집 큰 친구도 같은 곳으로 가기 때문에 걱정은 좀 덜 되긴 하지만 이래저래 염려가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우리 집 큰 친구는 하루 만에 적응을 해서 잘 스며들어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자 그럼 문제(?)는 이제 둘째.



우리 집 큰 친구는 6살 여름부터 어린이집을 다녀서 크게 적응기간도 없었고 ,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울고 불고 한 적이 없어서 우리 집 작은 친구의 어린이집 적응기간이 아이만큼이나 나도 낯설게 다가왔다.


첫날은 나와 1시간 정도를 놀다 왔고 둘째 날도 마찬가지로 1시간 정도를 놀고 나오는 플랜이었는데 선생님이랑 좀 놀던 아이는 ‘맘마’를 먹고 싶다고 표현을 하길래 , 선생님들과 함께 밥을 먹도록 했다. 나는 옆방에 있었는데 밥 한 그릇을 뚝딱하고 옷을 찾아 입더니 이제 엄마에게 간다고 '표현'을 했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서 , 어린이집에서 이모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노는 게 좋으냐 물으니 좋단다. 그럼 다음에는 신발장 앞에서 엄마 빠빠를 하고 이모선생님과 친구들과 놀다가 맘마 먹고 만날까?라고 물으니 그러잖다. 엄마 빠빠를 아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다음날이 되어 자전거로 등원을 시켜주니 정말 선생님 손을 잡고 빠빠-하고 들어갔다.


뭐지? 혹시나 싶어서 문 앞에서 5분 정도 대기를 탔는데 뭐 이렇다 할 이야기가 없었다. 아이는 아직은 적응기간이기 때문에 11시에 등원을 하여 밥을 먹고 12시 30분에 하원이라 , 집에 가기가 애매해서 근처 카페로 향했다. 책을 보며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데 사진이 도착했다. 잘 놀고 있다며.



하하 , 기분이 묘하다.



12시 30분이 되어 아이를 데리러 가니 선생님과 쌓기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 어린이집에 들어와서 10분 정도를 울고는 그 뒤로는 씩씩하게 잘 놀고 밥도 한 그릇 잘 먹었다고 한다. 잘 있었다고.



그럼 이제는 다음단계로 , 오빠와 함께 손잡고 어린이집 차량으로 등원하는 것을 도전해 보았다. 첫날이라 그런지 오빠 따라서 씩씩하게 가방을 챙겨서 신발을 신고는 신나서 나갔다. 맨날 오빠가 타는 버스를 궁금해했던 터라 아주 신나서 버스를 타고 떠났다. 나만 벙-쪄서 거리에 서있는 상황 ㅋㅋㅋㅋㅋㅋ



엄마 뱃속에 있던 아이가 세상밖으로 나오면서 먼저 하는 일은 탯줄을 자르는 일이다. 그러면서 모체와 분리가 되고 스스로 숨을 쉬어가야 한다. 엄마와 아이는 각각의 독립된 존재가 된다.



오늘 다시 탯줄이 잘리는 그런 기분을 느꼈다. 아이가 두 번째 탯줄을 자르고 나아갔다. 엄마보다 더 용감하게 걸어 나갔다.



돌아오면 더 많이 안아주고 , 사랑한다고 이야기해 줘야지.





후기 : 


첫날은 이게 뭐지?_? 싶어서 따라갔던 거고 , 차량등원 이튿날부터는 엄마아 - 하고 울었다고 합니다. 오빠 손을 꼭 잡고 금세 울음이 그치기는 했고 놀이를 하면서 엄마랑 오빠를 종종 찾아서 오빠 교실에도 다녀오고 했다며. 둘이 만나면 이산가족 상봉하는 것 마냥 꼭 안고는 헤어질 때는 선생님들이 둘 사이를 떼어 놓는 것 같아 나쁜 사람들이 된 기분이 들 정도라고 하셨다. ㅋㅋㅋㅋㅋㅋ


그래놓고 집에서는 왜 그렇게 싸우는 거니 코딱지들아.

아이가 울면서 어린이집을 간다는 게 , 이게 맞는 일이가? 싶어서 차량등원 일주일 정도를 지켜보기로 했다. 아이가 영 적응을 어려워하고 엄마를 너무 찾는다면야 너른 마음으로 다시 곁을 내어줘야지.


울지 마 코딱지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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