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는 싸늘하다. 청량리역 주변은 항상 더럽다. 재개발을 해도 청량리는 청량리일뿐,,,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침 6시의 서울의 한 지역은 그렇게 말한다. '안녕 친구' '오늘도 지하철을 탈건가?' '좋은 시간은 지금부터라네. 자네가 원하는 것들이 미친듯이 쏟아질거야. 하지만 다 좋은것만은 아니야. 쓸만한 것들을 잡아야지. 친구'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보조배터리를 연결한다. 배가 부른 핸드폰에게 억지로 먹을 것을 꾸역꾸역 집어넣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숨을 내 쉰 그, 아직 깨지 않은 12월의 하늘을 보며 행운을 빌어본다.
동대문으로 접어든 지하철 1호선에는 사람들로 빈자리가 아니라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후드를 쓴 그는 고개를 들어 무심한 척 주위를 본다.
'자, 누가 올래?'
아무려면 어때, 다 좋다. 여자라면 다 좋다. 어리면 더 좋다. 이쁘면 다 좋다. 긴머리가 좋다. 짧은 머리도 좋다. 그냥 얼굴만 통과하면 된다.
고개를 들어 처음 본 얼굴은 화장기가 먹지 않은 30대의 여자다. 바지를 입고 있지만 그다지 좋은 냄새는 나지 않는다. 패스 먹이감을 찾아 그는 훈련된 눈동자를 조용히 움직인다. 본능적이라고 해야 하나, 아님 태어날적부터 이런 인간인가. 냄새를 찾아 눈동자가 움직인다.
조금 후 어린 소녀가 보인다. 대학생인가? 치마를 입었다. 자신도 모르게 손이 움직인다. 가방을 조금 열어 누른다. 무음 카메라 앱을 누른 후 시작한다. 가방 밑 개구멍에는 무엇이 있을까?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을 밀치며 사냥감에게 접근한다. 너무 가까이 가면 안돼. 그녀와 한 사람의 거리를 둔 그는 가방을 고쳐 매는듯 위 아래로 조금씩 움직인다.
위 아래 위 아래 천천히 자연스런게. 키는 1번이 아니다. 우선 얼굴이 우선이다. 보통 키, 바로 어제 산 듯한 눈이 부실 정도로 흰 아우터, 허리까지다. 스커트는 무릅까지 채 되지 않는다. 탄력있어 보이는 쭉 길어보이는 다리, 오늘은 시작부터가 좋다. 그는 지금 즐겨워 몸을 떨고 있다. 눈을 뜬 채 꿈을 꾸는 듯 절정을 느낀다. 오후 12시까지 1호선을 시작으로 지하철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을 영상으로 담은 그는 이제 다시 청량리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앉아 창밖을 본다. 지하구간의 까만 아가리도 볼만하고 오히려 환한 풍경보다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것이 더 정이 간다.
'8명으로 줄이면 되겠네.'
'아니 마지막은 별로였어. 그래 7명이 딱 좋아. 행운의 숫자이기도 하잖아.'
집으로 돌아와 문을 2중으로 잠근다. 방문도 잠근다.
부응하며 오래 된 컴퓨터는 일어나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면 성한데가 없는것처럼 이놈의 컴퓨터도 온갖 괴성을 지른다. 중학교때 산 컴퓨터다. 돈은 어디서 났는지는 다 알것이다. 중학교 반 친구들이 1000원씩 2000원씩, 어떤 날은 1만원 이상을 도와주었다. 조금 힘은 들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