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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콴 Sep 30. 2020

Airbnb는 왜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알려주나

재난은 또 다른 재난을 만든다

 1960-80년대 우리나라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빈번했다. 과거 신문 기사에 따르면, 1968년 서울에서만 270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죽었다. 당시 사고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아 공식 기록에는 많은 허점이 있다. 후에 1970년대 학자들이 신문, 병원 자료로 토대로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1965년부터 1970년까지의 서울의 연탄가스중독 건수는 공식 경찰 집계에 8배였던 2만 명이 가스중독으로 피해를 보았다. 1990년대 가정 연료로 대체될 때까지 일산화탄소 중독은 근 30년 동안 한국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있는 공포였다.


 일산화탄소는 불완전 연소의 결과로 무색무취여서 노출되는 것을 사람들이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 노출되는 양에 따라 다르지만, 산소를 운반하는 능력을 저하시켜 두통, 메스꺼움, 구토, 현기증부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연탄이 불완전 연소할 때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배기가스, 공장의 매연, 담배, 가정용 난방장치에 의해 일산화탄소가 생성될 수 있으며, 탄광지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언제까지 이런 불안 속에서 살아야 하나 (K J Med Hist 21 ː279-344 Aug. 2012)

눈에 낯설게 밟히는 '일산화탄소 경보기'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우리 집은 연탄을 때는 집에 살아서 '일산화탄소 중독'이 자다가 천국으로 직행할 수 있는 무서운 사고라는 걸 나에게 어렴풋이 각인되어 있었다. 그런데 2020년에 여행 갈 숙소를 고를 때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보여주며 연탄중독을 걱정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상식적으로 2020년에 연탄으로 난방을 돌리는 집이 몇이나 있고, 그런 집을 손님을 위한 방으로 꾸밀 리 없고, 만들더라도 그곳에 오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에어비앤비는 '일산화탄소 감지기'와 더불어 화재경보기, 소화기와 구급상자 구비 여부를 숙소 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에어비앤비 도움말센터에 따르면, 호스트에게 이러한 안전장치들을 설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고, 심지어 호스트에게 무료로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1인당 1개를 무료로 제공한다. 1개를 무료로 주고, 아마존 링크로 안내하며 추가로 더 달 것을 권장한다.


 게스트에게도 다음과 같이 권장한다. "전 세계적으로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이용하는 지역은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여행하실 때, 특히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설치되지 않은 숙소를 이용하실 때는 따로 구입 후 지참하시는 게 좋습니다." 배터리형 일산화탄소 감지기 링크를 보여주면서까지 말이다.





재난은 또 다른 재난을 만든다


 에이비앤비가 이렇게 상세하게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안내하고 있는 이유는 뼈아픈 재난 때문이다. 2012년 10월 29일, 허리케인 샌디가 뉴저지 해안에 상륙했다. 미국 북동부 여러 주에 걸쳐 폭풍과 해일, 홍수를 일으켰고, 태풍은 인명피해와 사망 사고와 더불어 광범위한 지역에서 정전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약 850만 개의 가정과 기업이 11월까지 추운 날씨 속에서 정전을 겪었다. (정전에 대한 미정부 공식 문서 https://www.oe.netl.doe.gov//docs/2012_SitRep20_Sandy_11072012_1000AM.pdf)


 문제는 재난 이후 대규모 일산화탄소 중독 사태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온과 임시방편으로 쓸 수 있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 탄소 연료 기반 발전기를 사용했는데 적절한 환기 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아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이 유독 가스에 노출되었다. 야외에서 쓰는 난방 도구나 조리를 위한 그릴을 무심코 실내에 가져온 것이 화근이 되었다.


 2012년 CDC(Center for Disease Cotrol)에 따르면,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사망자 중 83%가 발전기를 사용했고, 치명적이지 않은 노출이 있었던 사람들에서도 중 54%가 발전기를 사용했을 만큼 발전기는 일산화탄소 중독 사례에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후 일부 주 정부에서는 건물에 정전이 나도 작동 가능한 배터리형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설치하도록 강제하기도 했다.

일산화탄소 경보기 - amazon

재난은 언제나 그렇듯, 좀 더 약한 계층을 공격한다


  일산화탄소 중독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일산화탄소에 노출된 사람의 대부분이 여성이지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는 대부분 남성이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적혈구 수가 적어서 낮은 일산화탄소 농도에서도 빠르게 인지하는 데 반해, 남성은 발전기나 히터 사용과 관련된 노동 활동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에게 일산화탄소는 치명적이며, 대부분 응급실 방문으로 이어졌다.  


 둘째, 소수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치명적이었다. 비영어권 문화권인 아프리카, 중동 또는 아시아 출신의 사람들에게서 높은 이환률이 보고되었는데 요리와 난방을 위해 실내에서 숯불 그릴이나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것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의심된다. 


 예를 들어, 워싱턴 주에서 1993년 겨울에 있었던 일산화탄소 중독 사례가 있었다. 44명 중 40명은 소수 문화권 사람들이었고, 모든 환자 중 66%가 영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아마도 발전기나 숯 관련된 제품에 일산화탄소 중독 안내사항이 영어로만 되어 있거나 아주 작게 인쇄되어 있어서였을 것으로 추측한다. 


일산화탄소 중독을 예방하려면


에어비앤비는 미 적십자사가 제공하는 안전 정보를 홈페이지에서 안내하고 있다. (https://www.airbnb.co.kr/trust/home-safety) 일산화탄소 중독을 예방하는 행동요령은 다음과 같다.


발전기, 그릴, 캠핑용 버너 또는 기타 가솔린, 프로판, 천연가스 또는 숯을 태우는 장비를 집, 차고, 지하실, 좁은 공간 또는 일부가 밀폐된 공간에서 절대로 사용하지 마세요.

문, 창문 환기구를 통해 일산화탄소가 실내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이런 장비는 야외에 보관하세요.

문 또는 창문을 열거나 선풍기를 사용하여 환기하는 것은 실내에 일산화탄소가 쌓이는 것을 방지하지 못합니다. 일산화탄소는 눈으로 보거나 냄새를 맡을 수는 없어도 빠른 시간 내에 인체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여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배기구에서 아무 냄새가 나지 않더라도 일산화탄소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발전기를 사용하는 동안 메스껍거나, 어지럽거나,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면 지체하지 말고 즉시 신선한 공기를 호흡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세요.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조기에 일산화탄소 누적 경고를 받을 수 있도록 숙소 각 층의 중심 위치 및 수면 공간 외부에 설치해야 합니다.

배터리 성능을 자주 테스트하고 필요할 때마다 교체하세요.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울리면 신선한 공기가 있는 야외로 빠르게 이동하거나, 외부로 연결된 창문이나 문을 여셔야 합니다. 일산화탄소 경보는 절대로 무시하면 안 됩니다. 일산화탄소는 사망을 초래하는 유해한 물질이므로 즉시 신선한 공기를 호흡해야 합니다. 일단 신선한 공기를 흡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한 후에 현지 응급 서비스에 연락하여 응급지원 인력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세요.


**우리나라는 올해 대형 태풍을 연달아 맞았다. 샌디처럼 대형 정전사태가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아웃도어 문화가 유행하면서 소형 발전기, 취사용품 보급이 대중적으로 이뤄졌다. 연탄으로 잊었던 일산화탄소 중독 사례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참고문헌 :

Korean J Med Hist 21 ː279-344 Aug. 2012, <1960년대 한국의 연탄가스중독의 사회사 : 부주의로 인한 사고에서 사회적 질병으로>

Disaster epidemiology : methods and applications, Jennifer A. Horney, Elsevier, 2018.


****이 글은 서울대 보건대학원 '재난 역학' 수업을 듣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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